2008년 11월 29일 토요일

“한국 사법부는 강자 요구 대변하는 집단”

“한국 사법부는 강자 요구 대변하는 집단”
최장집 교수 ‘민주주의와 법의 지배’ 서문에서 삼성판결 등 비판

고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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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민주주의와 법의 지배> 한국어판 서문에서 정치학자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한국 사법의 현실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최 교수는 한국 사법부가 자율성이 극히 결여된 집단이자 사회적 강자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대변하는 집단이라며, 지난 10월 ‘삼성 사건’ 항소심 판결을 사례로 삼는다. 그 재판은 주요 혐의 사안들에 대한 특검의 수긍하기 어려운 기소 누락부터가 문제였다. 더 결정적인 것은 항소심 재판부가 삼성의 경영권 불법 승계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려준 일이었다. 재판 내용을 들여다보면 심리 과정이 거꾸로 돼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최 교수는 말한다. “법리가 사건의 판결을 결론짓도록 하는 요인인 것이 아니라, 결론이 먼저 설정되고 법리는 그 결론을 뒷받침해주고 합리화하는 논리적 메커니즘으로 불러들여진다.” 무죄라는 결론을 먼저 내려놓고 거기에 따라 법리를 짜맞췄다는 이야기다. 관대한 양형을 선고한 이유와 관련해 판결문은 ‘국가 경제에 기여했다’, ‘신규 고용을 창출한 공로가 있다, ‘한국 체육 발전에 기여했다’, ‘성품, 가족관계 등을 고려할 때 특별히 문제될 것이 없다’ 따위를 열거했는데, 이것은 “피고인에 대한 평결의 은혜로움을 천명하는 것이지 법 그 자체의 언어와 논리는 아니다.” 이 재판은 법원이 사회적 강자 편이자 그 강자 앞에 굴복했음을 보여준 사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