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24일 수요일

[한겨레 세상읽기] 알에 갇힌 혁거세?/진중권

“그분은 세상과 단절된 삶을 너무 오래 살아오셨다.” 박근혜 후보의 기자회견을 보며 지인이 내게 한 말이다. 신문만 보고 살았어도, 정수장학회의 헌납에 강제성이 없었다는 얘기를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이 사안은 박 후보 자신이 관련된 문제다. 게다가 그는 검증을 앞둔 대통령 후보가 아닌가. 그런 분이 어떻게 이런 기초적인 사실조차 모를 수가 있단 말인가.
너무 어처구니가 없는 실수(?)이기에, 일각에서는 “박 후보가 알아듣게 판결문을 좀더 쉽게 써야 한다”며 농으로 사법부를 성토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게다가 이게 어디 처음이던가? 지난번 인혁당 사건에 관해서도 “두 개의 판결” 운운하며 역사적 문제에 관해 철저한 무지를 드러낸 바 있다. 세상이 다 아는 얘기를 박 후보 혼자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문제의 근원은 유신 시절에 형성된 박 후보의 이 ‘개인 이데올로기’다. 그는 아예 처음부터 자신이 정치를 하는 목적이 “부모님의 명예를 회복”하는 것이라 밝히며 정치에 나섰다. 한마디로 ‘부친이 이룬 업적을 바탕으로 그가 채 이루지 못한 유업을 자신이 대를 이어 완성한다’는 사명의식, 이것이 그가 삶을 사는 이유이자, 동시에 정치를 하는 목적이다.
박 후보가 과거사에 대한 사과와 반성을 그토록 힘겨워하는 것은 이 허황한 자의식 때문이다. 아버지 박정희는 그의 존재이유 자체이기 때문에, 5·16과 10월 유신을 부정하는 것이 그에게는 곧 자기부정이 되는 셈이다. 그래서 공식적으로는 마지못해 사과를 했지만, 자꾸 강박적으로 사과하기 이전의 스탠스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박근혜 후보는 아버지 박정희 속에 자신을 유폐해 버렸다. 이 정치적 자폐가 특정한 맥락에서 그의 자산이기도 했다. ‘박근혜=박정희’라는 동일시 기제가 1970년대의 고도성장을 그리워하는 보수층으로부터 흔들리지 않는 지지를 끌어내는 토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분들이 (그에게는 불행하게도) 국민의 전체가 아니라는 데에 있다.
사실 박근혜 후보의 리더십은 정상적인 당적 지도력이라 하기 힘들다. 그것은 차라리 아버지와의 동일시 기제에 근거한 개인의 카리스마에 가깝다. 후보에 대한 당적 통제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것은 그와 관련이 있다. 우리가 보는 것은 새누리당의 박근혜가 아니라, 박근혜의 새누리당이기 때문이다. 정치적으로 그는 아버지의 후광 속에 살아왔다.
경제적으로는 어떤가? 그가 관계한 재단이 얼마나 많은가? 육영재단, 정수장학회, 영남대학, 한국문화재단 등에서 이사로 활동한 것이 자연인 박근혜의 거의 유일한 경제활동이라 할 수 있다. 현재의 가치로 수십억원에 이르는 전두환의 6억, 전두환 정권이 마련해준 것으로 보이는 성북동 자택 등은 정상적 경제활동의 성과가 아니었다.
우리를 경악하게 하는 것은, 박 후보가 사과나 반성은커녕, 피해자인 고 김지태씨를 공격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설사 그가 친일을 하고 부정축재를 했더라도 친일파를 왜 친일파가 단죄하며, 부정축재를 왜 군인이 강탈하나? 법에 따라 적절히 처벌하고, 적법하게 환수할 일이다. 박근혜 후보가 강제헌납이라는, 헌법을 무시한 초법적 조처를 정당화하는 것은, 그가 여전히 5·16이 ‘혁명’이라는 생각을 벗어버리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국민이 기대한 것은 그가 과거를 반성하고 피해자에게 사과하며, 문제의 해결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는 국민의 소박한 기대를 무참히 짓밟았다. 혁거세는 알을 깨고 나와 왕이 되었다. 그 역시 아비의 알을 깨고 세상으로 나와야 하나, 알 속이 따뜻해 영 부화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진중권 동양대 교양학부 교수

2012년 10월 21일 일요일

[경향신문 사설] 박근혜 정수장학회 판결문은 읽어 보고 회견장에 나왔나?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어제 정수장학회 논란은 야당에 의한 정치 공세라는 입장을 밝혔다. 얼마 전 정수장학회의 언론사 지분 매각 논란이 불거졌을 때 “저도 관계가 없다”고 밝힌 데서 오히려 후퇴한 모양새다. 다만 향후 해법과 관련해서는 명칭 변경 문제 등을 포함해 “장학회가 스스로 해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장학회가 더 이상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서서 국민에게 혼란을 줘서는 안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리하자면 장학회 자체에는 문제가 없으나 정쟁의 대상이 된 만큼 이사장 퇴진이나 명칭 변경을 통해 논쟁을 마무리 짓자는 제안으로 들린다.

박 후보의 주장은 네 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첫째, 정수장학회는 공익 재단인 만큼 자신의 책임론을 제기하는 야당의 주장은 정치 공세에 불과하고 둘째, 고 김지태씨의 헌납 재산 외에 국내 독지가 등의 성금이 들어 있어 단순한 부일장학회 승계가 아니며 셋째, 장학회는 강탈이 아닌 부정축재자의 재산 환수에 해당하고 넷째, 설립자의 뜻을 잘 아는 사람이 장학회를 운영하는 것은 잘못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주장을 펴는 과정에서 박 후보는 민주당의 집권 10년 동안 장학회가 별 탈 없이 유지됐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하는가 하면 장학회가 공익 재단이라면서도 설립자의 뜻에 따른 운영을 강조하는 모순을 드러내기도 했다.

압권은 장학회가 갖고 있는 MBC와 부산일보 주식의 강탈 여부에 대한 박 후보의 인식이라 하겠다. 박 후보는 처음 설명할 때 강압이 없었다고 했다가 이를 지적하는 듯한 보좌진의 메모를 받고서야 “ ‘강압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패소 판결을 내린 걸로 알고 있다”로 말을 바꿨다. 그러나 그 해명마저도 충분하지 않다. 김지태씨 유족이 장학회를 상대로 낸 주식반환소송에서 재판부는 정부의 강압을 인정하면서도 재산을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기한은 지났다고 봤다.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취지였다. 이를 박 후보의 단순한 실수로 치부하기에는 사안의 성격이 매우 엄중하다. 박 후보가 판결문이라도 제대로 읽고 회견장에 선 것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한번 자신이 옳다고 믿으면 세상이 뭐라든 굽히지 않는 박 후보의 불통과 비민주성을 엿보는 것 같다.

이번 회견은 박 후보와 국민의 정서 사이에 파인 괴리만 재확인시켜 주었다. 박 후보가 그나마 해결책이라고 내놓은 명칭 변경이나 이사장 사퇴만 해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는 것 외에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장학회의 사회 환원, MBC나 부산일보 사태의 해결 약속이 없는 그 어떤 해결책도 수사에 불과한 상황에서 박 후보는 장학회의 문제점까지 부인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5·16이나 유신 등과 같은 과거사에 대한 그의 사과 역시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일련의 사태는 역사 인식이 사과나 반성만으로는 결코 되돌릴 수 없는 한 개인의 삶과 철학의 문제라는 점을 다시 일깨워준다.

2012년 10월 18일 목요일

[한겨레 기사/사설] 무책임하고 정략적인 NLL 공세

[사설]
서해 북방한계선(NLL) 논란이 열흘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어제 ‘통일이 될 때까지 엔엘
엘을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한다’며 슬쩍 끼어들었다. 통일비서관 출신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의 통일부 국정감사 발언으로 촉발된 논란은 새누리당에 이어 이 대통령까지 가세하면서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핵심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과 한 회담에서 ‘엔엘엘 포기 발언’을 했느냐이다. 이에 대해 정상회담에 배석했던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김만복 전 국정원장, 백종천 전 청와대 안보실장은 ‘그런 발언을 한 사실이 없다’고 단언했다. 여기서 생산적인 논의가 되려면 문제를 제기한 당사자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를 먼저 내놔야 옳다. 일부 보수언론이 ‘관계자’의 입을 빌려 전하는 출처불명의 보도를 근거로, 녹취록을 폐기했느니 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하라느니 하며 정치공세를 할 일이 아니다. 가장 사실을 잘 아는 정상회담 배석자들의 발언을 뒤집을 수 있는 어떤 근거도 내놓지 못하면서 국정조사나 문서 공개 타령만 하는 것은 스스로 대선용 정략이라는 걸 시인하는 것이다.
애초 엔엘엘은 1953년 정전협상 당시 경계가 확정된 육상과 달리 해상에서 경계선이 정해지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의 이양호 국방장관이 말한 것처럼 “정전협정과 관계없이 우리 어선의 보호를 위해, 또 우리 해군 함정이 북측 가까이 못 가게 하기 위해 우리가 공해상에 그어놓은 선”이다. 하지만 북은 1973년부터 이를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고, 1999년에는 서해 5도를 모두 자기 영역에 포함하는 군사분계선을 일방적으로 선포했다. 유엔사령부가 이 선을 선포한 뒤 북이 20년 가까이 문제제기를 하지 않고 우리 군이 이를 방어선으로 삼으면서 사실상 경계선으로 굳어진 면이 있지만 법적으로 분쟁이 종결된 건 아니다.
엔엘엘과 관련해 남북이 유일하게 합의한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도 “남과 북의 해상 불가침 경계선은 앞으로 계속 협의한다. 해상 불가침 구역은 해상 불가침 경계선이 확정될 때까지 쌍방이 지금까지 관할하여온 구역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뒤 나온 10·4 남북공동선언엔 “남과 북은 서해에서의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해 공동어로수역을 지정하고 이 수역을 평화수역으로 만들기 위한 방안과 각종 협력사업에 대한 군사적 보장조치 문제 등 군사적 신뢰구축조치를 협의하기 위하여 남측 국방부 장관과 북측 인민무력부 부장 간 회담을 금년 11월 중에 평양에서 개최하기로 하였다”고 나와 있다. 공식 문서 어디에도 엔엘엘을 포기한다는 말이 없다. 이후 벌어진 국방장관 회담에서도 엔엘엘을 양보한 바 없다.
공식 문서에도 없고 실제 그렇게 일이 진행된 적도 없는데 ‘엔엘엘 포기 발언이 있느냐 없느냐’고 논란하는 것은 무용·무익하다. 더구나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는 “북이 엔엘엘을 존중한다면 서해평화협력지대를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여권이 옭아매려고 하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도 엔엘엘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유력 대선 후보들이 모두 엔엘엘을 포기가 아니라 갈등 해결의 기점으로 인식하고 있는데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이런데도 새누리당이 당장 공개하기 힘든 정상회담 대화록을 까발리자고 물고 늘어지는 건 죽은 대통령을 대선용 ‘유령 놀음’에 불러내자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NLL 발언’ 공방 전말
정 “NLL 포기 발언은 사실…의원직 등 정치생명 걸겠다”
문쪽 “공식 대화록엔 절대 없어” 새누리는 폐기의혹 제기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을 우리 쪽에서 녹음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2007 남북정상회담 비밀 대화록’ 논란을 촉발한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의 발언은 신빙성을 잃게 됐다. 정 의원은 “북한 통전부가 녹취한 대화록을 우리 비선라인과 공유했다”고 주장했지만 우리 쪽이 녹음을 했다면 굳이 북한이 녹취한 대화록을 넘겨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 캠프의 진성준 대변인은 18일 “회담에 관여했던 실무자들에게 알아보니 회담에 배석했던 조명균 당시 안보정책비서관이 녹음을 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진 의원은 “당시 우리 쪽 배석자인 조명균 비서관이 녹음을 했지만, 녹음 상태가 굉장히 좋지 않아 별도 녹취록을 남기는 대신에 녹음과 메모를 참고해서 (녹취록이 아닌) 대화록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당시 조 비서관은 책상 위에 녹음기를 올려놓고 공개적으로 녹음을 해 북쪽도 녹음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비밀 대화록’ 있나? 현 정부 청와대 통일비서관을 지낸 정 의원은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의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과의 단독회담에서 ‘북방한계선(NLL)을 주장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으며, 이런 내용이 담긴 ‘비공개 대화록’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2007년 10월3일 오후 3시 백화원초대소에서 남북정상은 단독회담을 가졌다”며 “당시 회담 내용은 녹음됐고 북한 통전부는 녹취된 대화록이 비밀합의 사항이라며 우리 측 비선라인과 공유했다”고 말했다. 또 “그 대화록은 폐기 지시에도 통일부와 국가정보원에 보관돼 있다”며 대화록의 일부 대목을 공개했다.
당시 정상회담을 수행한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김만복 전 국정원장, 백종천 전 청와대 안보실장 등도 10일 회견을 열어 “단독회담도, 비밀 합의도 없었다”며 “(배석자가 정리한 공식) 대화록은 있지만 녹취록은 없고, 북에서 받은 것도 없다”고 말했다. 정 의원이 말한 회담 시간에 대해서도 “오후 3시는 다른 회담이 한창 진행되던 시간”이라고 일축했다.
정문헌 의원은 민주당 쪽이 반박할 때마다 한 발씩 물러섰다. 그는 12일 국회 기자회견에선 “두 정상의 대화는 북한이 녹음했고 이 녹취와 우리 측의 기록을 토대로 대화록이 만들어졌다”며 “민주당은 내가 ‘비밀 녹취록’, ‘비밀 단독회담’이라고 했다가 말을 바꿨다고 하는데 그런 말을 사용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의원이 애초 ‘북한 통전부가 단독회담을 녹취한 대화록을 우리 측과 공유했다’고 한 것과 달리, “북한의 녹취와 우리 기록을 토대로 남쪽이 (공식) 대화록을 만들었다”고 말을 바꾼 것은 분명하다.
 ‘NLL 포기’ 발언 있었나? 정문헌 의원은 ‘비공개 별도 대화록’의 존재가 부인되자, “문제의 본질은 회담 형식이 아니라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12일 기자회견에서 “노 전 대통령이 단독회담 자리에서 ‘남측은 앞으로 엔엘엘 주장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은 사실”이라며 “국회의원직을 포함해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말했다. 남쪽이 작성한 공식 회담록에 노 전 대통령의 ‘문제 발언’이 기록돼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과 문 후보 쪽은 이 또한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문 후보는 15일 선대위 회의에서 “정상회담 대화록은 당시 국정원과 통일부에 의해서 실제 대화 내용 그대로 풀워딩으로 작성됐다”며 “(내가) 대화록을 직접 확인했고, 국정기록으로 남겼다”고 말했다. 공식 회담록엔 ‘엔엘엘 포기’ 발언 따위는 담겨 있지 않음을 눈으로 확인했다는 것이다. 공식 회담록 작성자인 김만복 전 국정원장도 18일 <한겨레> 인터뷰에서 “공식 회담록엔 그런 내용이 들어 있지 않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정 의원이 공식 회담록 외에 어디선가 입수한 ‘가짜’ 대화록의 잘못된 내용을 토대로 허위 폭로전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진성준 대변인은 16일 “문제를 제기한 정문헌 의원이 그 가짜 대화록을 즉각 공개하고, 입수 경위와 절차, 배경, 과정들에 대해서 낱낱이 밝히라”고 요구했다. 민주당은 17일 정 의원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문 후보 캠프의 문병호 법률지원단장은 “정 의원이 없는 자료를 있는 것처럼 사실왜곡하고 있기 때문에 공무상 기밀누설이나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위반 혐의로는 고발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협박, 무고’라고 맞섰다.
‘진짜’ 회담록엔 문제 발언이 없다는 반박이 나오자, 새누리당은 이번엔 회담록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로 폐기됐다는 의혹을 17일 제기했다. 그러나 문 후보는 이 또한 직접 반박했다. 그는 “참여정부 때는 이지원(전자결재시스템)으로 모든 문서가 보고되고 결재됐다. 이지원에 (일단) 올라왔던 문서가 폐기되는 일은 있을 수가 없다”며 “더구나 회담록은 국정원에도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손원제 조혜정 기자

[한겨레] 참여정부와 NLL 관련 글 - 김종대


참여정부가 저물어 가던 2007년 11월27일, 제2차 남북 국방장관회담을 위해 대동강변의 송전각에 도착한 김장수 국방장관 일행은 김일철 인민무력부장과 지루한 협상을 벌이고 있었다. 첫날 북쪽은 서해에서 불가침경계선(북방한계선) 재설정 문제를 들고나와 우리를 압박했다. 이튿날에는 우리가 북한의 핵개발 등 남쪽에 대한 위협을 거론하며 맞불을 놓았다. 북쪽은 “해상불가침경계선 획정 문제가 우선 논의되지 않으면 다른 의제는 논의하기 어렵다”며 합의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웠다. 한달여 전 남북정상회담 당시에 노무현 대통령을 압박하던 김정일 위원장의 주장과 같은 맥락이다. 이에 김장수 장관은 “회담이고 뭐고 오늘 서울로 돌아가서 사퇴하면 그만이다. 우리는 그렇게 한다”며 회담 결렬을 선언했다.
그날 밤 우리 쪽이 주최한 만찬에서 김장수 장관은 김일철 부장에게 “무력부장 선생도 합의가 안 돼서 골치 아프겠지만 나도 골치가 아파 죽겠다. 나는 돌아가서 사퇴하면 그만이니 내 후임 장관하고 잘해보라”고 배수진을 쳤다. 이에 무력부장은 “장수 장관, 그러지 마시오. 우리 잘해봅시다” 하며 4번이나 사퇴를 만류했다. 이어 “경애하는 지도자 동지께서 내일 중으로 다 하도록 지침을 주셨다”며 합의의 전제조건인 해상경계선 재설정 주장을 철회했다. 이튿날 마무리 전체회의에서는 남북 군사적 신뢰구축과 군사협력을 담은 7개조 21항의 합의서가 체결되었다.
대동강변에서 남북 군부가 가파르게 대립하면서도 합의를 이뤄낸 2박3일은 또 하나의 역사가 탄생하는 새 시대의 여명이었다. 비록 남북공동어로구역 문제는 합의를 이루지 못했지만 높은 수준의 남북군사협력을 이뤄냈다. 10월의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열린 11월의 장관회담은 서북해역 방어를 책임지는 군의 의견을 노무현 대통령이 전부 수용하고, 북방한계선에 대한 전권을 국방부에 위임한 결과이기도 했다. 회담 중에 청와대는 단 한번도 지침이나 훈령을 보내지 않았고 회담에 간섭하지도 않았다.
김장수 장관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신뢰는 회담 이전이나 이후에나 변함이 없었다. 간혹 청와대에서 ‘꼿꼿 장수’의 경직된 태도를 비판하며 장관 경질을 주장하는 젊은 행정관들이 있었으나, 이들을 제압하며 경질설을 일축한 사람이 바로 문재인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다. 정상회담 당시 청와대 윤병세 외교안보수석은 김장수 장관과 함께 현재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외교안보 두뇌가 되었다. 김장수 장관을 보좌하며 정상회담 이전부터 청와대와 북방한계선 문제를 조율한 당시 김관진 합참의장은 이명박 정부의 국방장관이 되었다.
남북관계의 기나긴 여정에서 수많은 사람이 밤잠을 설치며 고뇌하고 좌절하다가 이정표를 세울 때마다 우리는 환호하고 감격하기도 했다. 그 역동적인 시기를 회고하면 우리는 원칙과 신념을 지켜야 하는 준엄한 역사의 교훈을 자각하고 전율하게 된다. 이것을 체험한 사람이라면 있지도 않은 ‘단독회담 비밀회의록’에 이어 “노무현이 북방한계선을 부정했다”는 식의 거짓선동에 휘말리지 않는다. 이것이 김장수, 윤병세, 김관진이 정부·여당에 몸담았지만 새누리당의 북풍몰이에 협력하지 않는 이유다. 이들이 빠진 대신 역사관·통일관·안보관도 없고 아는 것도 없는 삼류들의 역사왜곡은 스탈린, 마오쩌둥(모택동), 히틀러를 다 합친 것보다 위험하다. 그들에게 제대로 된 역사관을 기대하지 않지만 그 무지몽매함까지 방치하기엔 사태가 너무 엄중한 것이다. 그들이 그토록 안보를 외치는 동안 정작 지상의 철책선과 해상의 경계선이 모두 뚫린 정권은 노무현이 아니라 이명박 아니었나. 말하려거든 그 사실을 말하라.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2012년 10월 14일 일요일

유신과 5공 잔당, 그리고 박근혜

박근혜와 유신과 5공 독재의 하수꾼에 대한 기사.

고문에 가담했던 추재엽과 목격자이자 희생자 재일동포 김병진씨에 대한 한겨레 기사.

민주주의 대한민국에서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범죄를 자행하였던 자들이 심판을 받기는 커녕 오히려 권력의 핵심부에 모이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이제 대한민국에서 "독재타도"라는 정치구호는 어떤 의미도 없다. 독재권력의 "공주"와 하수인들이 정권을 장악한다고 하더라도 민주주의 가치의 본질적 훼손은 없으리라. 그야말로 미래 지향적인 사고는 과거지사로 그들을 둘러씌우지 말아야 할 것을 요구할지 모르겠다. 그들은 어쩌면 진심으로 지금 외치고 있는 정치적 구호를 받들고 있는지도 모르고, 과거의 들어난 혹은 들어나지 않은 모든 부정의한 행업을 깨끗이 떨치고 민주주의 대한민국의 일꾼이 되려할지 모른다. 그렇다면 어쩌면 그들이 설쳐대는 현실이 바람직한 것일지 모르겠다. 과연 그러한가?

아래 기사의 추재엽과 같은 사례는 이런 관용이 얼마나 몰상식하게 보일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추재엽이 나서지 않더라도 보수건 진보건 그가 되고자 했던 구청장 노릇을 그에 못지 않게 할 수 있는 인물들이 많다. 이런 사람들이 권력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현실은 과거의 부정의에 대한 교정의 최소한도의 요건 조차도 충족하지 못하는 것 처럼 보인다.

박근혜 후보와 추재엽 전 양천구청장.

추재엽 전 양천구청장 지원 유세 했던 사진 돌아
누리꾼 “고문기술자 공천 새누리, 고문기술자 지지 박근혜, 유신잔당들 답다”

과거 간첩사건 조작을 위해 고문에 가담했던 추재엽(57) 서울 양천구청장이 선거 과정에서 이를 부인했다가 최근 위증죄 등으로 법정구속된 가운데,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지난해 재보궐선거에서 추 후보의 지원 유세에 나선 장면이 온라인에서 회자되고 있다.

14일 트위터에는 지난해 양천구청장 재보궐선거를 앞둔 10월15일,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양천구 신월1동 신영시장을 찾아 지역 주민과 상인들에게 추재엽 양천구청장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선 장면이 돌고 있다. 사진 속에는 비가 내리는 가운데, 박근혜 의원이 추 후보 옆에서 웃음을 지으며 상인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담겨있다. 당시 박근혜 의원의 방문에 대해 일부 시민들이 항의하자, 지원유세는 14분 만에 중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추재엽 양천구청장은 1980년대 국군 보안사령부(현 기무사령부) 수사관으로 근무하면서 간첩사건 조작 위해 고문을 자행했던 사실을 지난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상대 후보로가 폭로하자, 이를 부인했다가 최근 재판 과정에서 사실로 드러났다. 지난 11일 서울남부지법은 추씨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징역 3월, 위증·무고 혐의에 대해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지난해 추씨를 지원유세한 장면이 알려지자, 트위터 사용자들은 “고문기술자를 공천한 새누리당, 고문기술자를 지지하는 박근혜. 유신잔당들 답습니다”(@Yan****) “박근혜, 추재엽을 공천하고 그의 선거운동하였었음에도 판결 결과에 대해 한마디도 없다”(@jhohm****) “딱 어울리는 한 쌍이 또 추가되네요”(@kj****) 등의 반응을 보이며 박 후보를 비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고문 목격 재일동포 김병진씨
“과거청산 머뭇대는 한국에
경종 울리려고 추재엽 고발”
“당시기억 떠올라 고통스러웠다”

추재엽(57) 전 양천구청장이 국군보안사령부(현 기무사령부) 근무 시절 민간인 고문 사실을 법정에서 부인한 혐의 등(위증·무고·허위사실 유포)으로 지난 11일 당선무효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한겨레> 12일치 1면) 역사의 뒤안에 묻혔던 죄를 끈질기게 캐물은 이는 재일동포 김병진(57·사진)씨다.

일본에서 태어난 김씨는 재일동포 3세다. 일본 간세이학원대학 문학부를 다니던 김씨는 고국에서 공부하고 싶었다. 1980년 3월,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2학년으로 편입해 대학원까지 진학했다.

1983년 7월9일, 김씨는 집 앞에서 보안사 수사관 4명에게 느닷없이 끌려갔다. 한국에서 만나 결혼한 아내와 세상에 태어난 지 100일도 안 된 아들에게 말 한마디 전하지 못했다. 수사관들은 잠을 재우지 않거나 전기의자에 앉히며 김씨를 고문했다. 간첩으로 조작돼 구속된 다른 인물에게 포섭돼 간첩 활동을 했다는 거짓 사실을 인정하라며 윽박질렀다.

고문에 못 이긴 김씨는 거짓 진술서에 서명한 뒤 풀려났다. 보안사는 일본어에 능통한 김씨를 검찰이 기소 보류하도록 했고, 대신 강제로 2년간 보안사 군무원으로 일하도록 했다. 김씨는 1984년 1월부터 일본 출신 동포들을 간첩으로 조작하는 수사에서 통역을 맡았다.

이듬해인 1985년 서울 송파구 장지동 수사분실에서 김씨는 추재엽 당시 수사관을 만났다. 벌거벗겨진 채 각목에 매달린 재일동포 유재길(70)씨의 눈코에 추씨 등이 고춧가루 물을 들이붓던 장면을 김씨는 생생히 기억한다.

“제가 고문당했던 기억이 떠올라 너무 고통스러워 도망치고 싶었습니다.” 지난 4일 <한겨레> 인터뷰에서 전화기 너머 일본에 있는 김씨의 목소리가 분노로 떨렸다. 나중에 유씨는 무죄로 풀려났다.

애초 약속했던 2년 근무가 끝날 무렵, 보안사 수사관들은 김씨를 붙잡았다. “너무 많은 일을 목격했다고, 저를 풀어주지 말자고 의논하더군요. 상관에게 뇌물도 바치고 술도 사면서 겨우 나왔습니다.”

1986년 1월, 김씨는 일본으로 돌아갔다. 그때부터 자신이 겪은 고초를 글로 써서 <보안사>라는 책으로 냈다. 1988년 한국어 번역판이 나왔지만 노태우 정부는 이를 곧 압수하고 김씨에게 지명수배를 내렸다.

여권 발급을 금지당한 김씨는 2000년까지 한국 땅을 밟지 못했다. 2009년 과거사정리위원회는 “보안사는 김씨에게 구타 등 가혹행위를 가하고 보안사 근무를 강요하는 등 중대한 인권침해를 했다”는 내용의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일본에서 영어·일본어 학원강사를 하며 생계를 이어오던 김씨는 지난해 10월 추씨가 양천구청장 3선에 나선다는 사실을 알고 기자회견을 열어 추씨의 고문 경력을 폭로했다. “아직도 과거 청산을 머뭇거리는 한국 사회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추씨를 고발했던 것”이라고 김씨는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2012년 10월 3일 수요일

[한겨레 사설] 투표시간 연장 반대 새누리당과 박근혜 반대이유: 혼란?, 태만한 유권자?

[한겨레 사설] 

투표시간 연장을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을 무산시킨 새누리당의 태도가 점입가경이다. 그동안 사회적 비용이 더 든다거나 선거를 앞두고 룰을 바꾸면 혼란만 야기한다(이철우 원내대변인) 따위의 방어적 논리를 앞세우더니 이젠 ‘투표는 시간이 아니라 성의의 문제’(이정현 공보단장)라고 유권자를 직접 겨냥했다. 1일 2교대 근무자, 격일 전일 근무자 등 주권 행사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들을 태만한 자로 꾸짖은 셈이다.
지난해 한국정치학회가 조사한 비정규직 근로자 투표 참여 실태를 보면, 자발적 미투표자는 35.9%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투표할 수 없어서 못한 사람들이었다. 셋 중 둘은 고용계약상 근무시간 중 외출이 불가능해서(42.7%), 임금이 감액되기 때문에(25.8%), 고용주나 상사의 눈치 때문에(9.8%) 주권 행사를 못했다. 성의의 문제가 아니라 생계가 문제였다. 앞서 새누리당은 투표 불참의 원인을 정치 불신이라고 둘러댔다. 투표시간을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중앙선관위의 유권자 의식조사를 보면, 투표 불참의 가장 큰 원인은 ‘출근 등 개인적인 일’이었다. 18대 총선에서 27.8%였던 것이 19대 총선에선 39.4%로 늘었다. 자발적으로 투표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처지에 있는 집단이 날로 많아지는 것이다. 투표시간 연장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지만, 부분적인 보완책일 수 있다. 이웃 일본에선 최근 투표마감시간을 2시간 늘린 결과 투표율을 10% 가까이 높였다.
유권자 태만론엔 ‘투표일은 공휴일’이라는 생각이 깔려 있다. 투표하라고 쉬게 했더니 놀러만 다닌다는 것이다. 실제 새누리당은 투표일은 공휴일이니 투표시간을 연장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투표일은 관공서와 공무원에게만 공휴일이다. 일반 기업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단체협약으로 정할 뿐이다. 19대 총선 때 직장인 절반이 정상 근무했다.(한국갤럽 조사) 집권여당의 한심한 수준만 보여주는 주장이다.
고용관계 등으로 말미암아 투표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집단이 수백만명이나 존재하는 한 보통·평등선거는 물론 민주주의는 불가능하다. 국가가 앞장서 투표 방해 요소들을 제거해야 하는 까닭이다. 낮은 투표율은 대표성의 위기를 가져오고, 이는 정치 불안, 국정 혼란으로 이어진다. 게다가 박근혜 후보는 공정한 사회, 100%의 나라 등 국민통합을 최고의 슬로건으로 삼았다. 수백만 유권자를 주권 행사도 못하게 하면서 국민통합을 말하는 건 속임수다. 성의를 보여야 하는 건 박 후보와 새누리당이지 투표 못하는 유권자가 아니다.

[한겨레 사설] 재벌 총수가 딸 빵집 부당지원까지 지시해서야

신세계그룹이 총수의 딸인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의 빵·피자 사업을 부당지원한 사실이 적발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40억여원의 과징금을 부과당했다고 한다. 흔히 ‘재벌 빵집’으로 불리며 그룹 유통망 등을 활용해 손쉽게 수익을 올려온 재벌 2·3세들의 사업 행태가 철퇴를 맞은 셈이다. 특히 신세계는 회장·부회장이 부당지원에 개입한 사실까지 드러났다고 하니, 재벌의 끝모를 탐욕에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공정위의 조사 결과를 보면, 신세계는 2009년부터 그룹 차원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정 부사장이 대주주인 신세계에스브이엔(SVN)의 사업을 지원했다.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 등 고객 발길이 끊이지 않는 그룹 소속 대형 유통업체에 빵집과 피자집 등을 운영하게 했고, 판매수수료는 다른 유사업종보다 훨씬 낮게 받았다. 그 결과, 신세계에스브이엔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54.1%나 늘었으며, 피자사업은 한해 동안 514%라는 경이적인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 그룹의 불공정한 지원 아래 목 좋은 자리에서 ‘땅 짚고 헤엄치기’식으로 장사를 한 것이다. 이 과정에 정 부사장의 어머니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과 오빠인 정용진 부회장이 개입했음을 보여주는 회의록 등이 드러났다.
이번에 적발된 신세계의 행위는 재벌의 묻지마식 확장이 어떤 폐해를 불러오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신세계에스브이엔이 편하게 배를 불리는 동안 ‘골목상권’으로 불리는 관련 업계는 수익감소와 퇴출 등으로 피눈물을 흘려야 했다. 지난해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점포는 200개가 줄었고 피자사업에선 중소업체 매출이 34%나 급감한 것도 그런 여파와 무관하지 않다.
10대 재벌만 보더라도 지난해 총매출이 946조여원으로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76.5%에 이르렀고, 계열사 수는 592개로 2002년(318개)에 견줘 거의 배로 늘어났다. 순대, 제빵, 레스토랑 같은 골목상권으로 문어발처럼 몸집을 늘린 결과다. 이런 재벌 독점 구조 아래서 경제·사회 생태계가 온전하게 보전되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기대하기란 불가능하다. 이번 대선의 화두인 경제민주화의 요체가 재벌 개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정위는 재벌의 부당한 계열사 지원 행위를 더욱 철저히 감시하고 처벌해야 한다. 여론의 질책에 밀려 최근 정 부사장이 신세계에스브이엔의 지분을 매각하기로 결정한 것은 바람직하나, 그 지분을 다른 계열사가 인수한다는 방침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신세계가 계속하려는 ‘재벌 빵집’은 사회적 책임이 큰 대기업이 할 일과는 거리가 너무나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