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30일 수요일

[프레시안 박동천칼럼] 돌팔이 구조, 돌팔이 정부

프레시안 박동천 교수 칼럼 중의 일부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16784

이런 점들을 고려해 보면, 돌팔이 중에서 돌팔이는 대책본부의 지휘부였다는 결론이 자명하게 도출된다. 강병규, 이주영, 정홍원은 구조가 목표인지 인양이 목표인지 아니면 여론조작이 목표인지조차 헛갈린 상태에서 우왕좌왕과 허둥지둥을 솔선수범했다. 생존자를 한시바삐 찾아서 구조해야 한다는 목표의식도 없고, 험악한 환경 아래서 어떻게 구조할 수 있을지 전략을 수립할 능력도 없다 보니, 다양하게 분출하는 여러 가지 방안들 사이에 시도해 볼 만한 대안을 분별하지도 못한 채, 그저 눈치만 보며 자신의 보신에만 연연했다. 이보다 더 한 돌팔이는 과거는 물론이고 미래에도 다시 출현하기 어려울 정도다.

돌팔이의 왕초는 두 말할 나위 없이 박근혜다. 전원구조라는 보도가 오보로 드러난 지 몇 시간이 지난 다음에 “구명조끼 다 줬다는데 그렇게 찾기 힘드나요?”라고 했다든가, 한 명도 구조하지 못한 상태에서 “마지막 한 명까지 구조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는 정도는 말실수 정도로 넘어가도 좋다. 문제는 “구조하라”고 명령하고 “옷 벗기겠다”고 엄포만 놨을 뿐, 실제 구조 현장에서 어떤 착오가 발생하고 있는지, 그런 착오를 해소하기 위해 무슨 가닥을 잡아줘야 하는지에 관해서 그야말로, 문자 그대로, 아무런 의식 자체가 없었다는 데 있다.

나는 2012년 선거 직전에 <신동아>(2012년 12월호)에 '박근혜 불가론'을 쓴 적이 있다. 나는 거기서 역사(헌법)의식 결여, 공사구분 불능, 디테일에 대한 이해력의 결핍을 지적했었다. 역사의식의 결여라는 문제야 5년 임기만 지나면 넘어갈 수 있는 일이라 치더라도, 공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무능력과 진상을 파악하지 못하는 무능력은 대단히 심각하다고 주장했었다. 불행히도 당시의 우려는 그대로 현실화되고 있다. 사실을 말하자면, 내가 당시에 우려했던 정도보다 훨씬 심각한 결과를 낳고 있다. 당시에 나는 다음과 같이 썼다.

사안의 진상을 스스로 확인할 능력이 없는 지도자는 귀가 얇아서 참모와 관료들에게 휘둘리는 꼭두각시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앞에 언급한 권력의 사유화 문제가 여기에 직접 결부된다. 권력이란 대통령이라는 직위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행정부의 관료들과 국회의원들과 검찰의 직위에서도 나온다. 이들 모두가 권력을 사유화해서 이권과 결탁할 유혹을 끊임없이 받는다. 대통령이 사안의 진상을 파악할 능력이 결여되어 있다면, 이들의 권력 남용을 제어할 길이 사실상 전무하다.

이 문단에서 내가 지적했던 병폐가 이번 세월호 침몰 사건에서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해운업자, 선급협회, 해경, 해수부, 등의 간부급에 앉은 자들이 제멋대로 권력을 남용하고 있어도 박근혜 정부는 도무지 아무 문제도 인지하지 못한다. 공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박근혜의 권력을 마사지 해주는 대가로 시장의 권력을 맘껏 휘두르는 언론기관들은 관료와 업자들의 돌팔이 짓을 감시하고 고발하기는커녕 유언비어를 중구난방으로 보도해서 공론의 질서를 파괴하고, 그 틈에 중요한 의제를 파묻어버리며,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대충 넘어가려는 못된 버릇을 발휘한다. 이번 사건에서도 정부의 돌팔이 식 발표를 받아쓰기 식으로 보도하더니, 이제는 성금을 모금하자는 애도의 프로파간다로써 의제를 희석시키고 있다.

돌팔이가 엉터리 수술을 하다가 사람을 죽여도 살인죄를 묻기는 아마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순서에 따라 유기치사죄까지는 반드시 물어야 한다. 대통령이 유능했더라면 구조될 수 있었던 생명이 무능한 대통령 때문에 희생되었다고 해도, 대통령에게 유기치사죄를 묻기는 아마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직무를 수행할 능력이 전혀 없는 돌팔이라면, 권한을 대행할 인재를 널리 물색해서 자리에 앉힌 다음에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가장 선량한 선택이다. 박근혜가 만약 이런 선택이나마 내릴 수 있다면, '용단'을 내린 대통령으로 길이 역사에 남을 것이고, 자기 아버지 박정희의 명예도 완전히 파괴되기 전에 어느 정도 보전할 수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시나리오는 아마도 현실에서 실현될 가망이 별로 없다. 애당초 이런 용단을 내릴 만한 이해력의 소유자라면 지금처럼 엉망진창을 만들어놓지는 않았을 테니까. 다만, 기어기 그 자리를 내놓고 물러나기가 너무나 아깝고 분하다면, 남은 임기 동안에는 그냥 패션쇼나 하면서 관료와 자본과 언론의 꼭두각시 노릇에 만족하기 바란다. 옳고 그름을 분간할 줄 모르는 사람이 괜시리 "국가개조"니 뭐니 하면서 설쳤다가는, 개조가 아니라 파괴로 끝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돌팔이는 가만있는 편이 그나마 도움이 된다. 돌팔이가 자리를 차고앉아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나설 때, 사람들은 죽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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