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20일 금요일

[한겨레 사설] 국제기준 및 법 취지에 어긋나는 전교조 판결

15년 동안 합법적 지위를 누려온, 6만 조합원의 전교조가 하루아침에 법의 울타리 밖으로 쫓겨났다. 법원이 19일 “전교조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법외노조’ 통보는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가 너무 법조항의 문구에만 매달려 애초 법을 만든 취지를 가볍게 본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노동조합에 대해 정의를 내린 노조법 제2조에 대한 법원의 해석이 특히 그렇다. 이 조항은 노동자가 자주적으로 단결하도록 하고, 사용자의 입김이 미치는 어용노조를 막고자 하는 게 목적이다. 그렇다면 실질적으로 노조의 자주성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다. 6만여 조합원 중 9명의 해고자로 인해 노조의 자주성이 침해되는지 여부를 따져봤어야 한다. 그런데 재판부는 문제가 된 해고자 가입 부분을, 경비의 주된 부분을 사용자로부터 원조받는 경우나 사용자의 이익을 대표하여 행동하는 자의 참가를 허용하는 경우와 똑같이 취급해버렸다. 노조법의 통일적·유기적 해석을 위한 거라는 설명이 고작이다. 노조의 자주성을 보장해주기 위한 조항을 가지고 거꾸로 자주성을 질식시켜버리고 만 꼴이다. 법조문에 대한 기계적 해석이 낳은 비극이다.
전교조는 1심 판결에 대해 즉각 항소하고 법외노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을 낸다고 하니 이 부분은 상급심에서 더 깊게 다뤄질 것이다. 하지만 애초 법률 자체가 해석상의 혼선을 부를 여지가 있는 만큼 국회가 법을 개정해 그 취지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국제노동기구(ILO)와 국가인권위원회 등이 이미 여러 차례 법개정을 권고한 만큼 국회가 서둘러야 할 것이다.
새누리당의 태도가 소극적이라 그동안 법개정이 진척되지 않았을 것이다. 새누리당은 이날 “대한민국이 법치국가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지극히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판결”이라고 평했다. 하지만 이미 전교조에 대해서는 국민의 심판이 내려졌다.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전국 17개 시·도 교육감 중 진보 교육감이 13명이나 당선됐고 그 가운데 8명이 전교조 출신이다. 전국의 초·중·고 학생의 85%가 진보 교육감이 당선된 지역에서 공부하게 된 게 현실이다.
정부와 여당은 더 이상 민심을 거스르지 말아야 한다. 그동안 전교조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과 대립만으로도 우리 사회는 충분한 비용을 치렀다. 앞으로도 이런 소모전이 지속된다면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학생일 뿐이다. 정부 여당의 성찰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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