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 23일 목요일

[한겨레사설] 전작권 이양 무기한 연기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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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의 국방정책 담당자와 강경보수 인사들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한국군의 준비 부족을 환수 백지화의 근거로 든다. 하지만 마틴 뎀프시 미 합참의장은 지난해 “군사적 측면에서 보면 작전권 전환 시점은 적절하다”고 평가한 바 있다. 이는 미 행정부 외교안보 라인에 있는 인사들의 대체로 일치된 의견이다. 남북의 경제력 차이뿐 아니라 남한의 국방예산이 북한보다 30배나 많은 상황에서도 “독자적인 작전권을 행사할 준비가 안 됐다”고 한다면, 도대체 우리 군의 자주적인 운용은 언제 가능한 건지, 현 정부의 정책담당자들은 대답해야 한다.
여러 가지 이유를 들지만, 전작권을 돌려받지 말자는 주장의 이면엔 결국 ‘미국에 의존해야만 안심이 된다’는 뿌리 깊은 대미 의존 의식이 똬리를 틀고 있다. 전작권 문제를 단순히 군사적 개념이 아닌 자주권의 차원에서 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번 워싱턴 안보협의회의 논의 내용을 살펴보면, 전작권 환수를 백지화한 대가로 우리는 미국에 더 많은 것을 내주는 게 불가피할 것 같다. 앞으로 우리 군이 전작권을 돌려받을 수준이 되려면 ‘한·미 연합방위를 주도할 핵심군사능력을 갖춰야’ 하는데, 이는 바꿔 말하면 미국의 군사무기를 훨씬 많이 구입해야 한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전작권 사슬에 매여 막대한 액수의 불필요한 방위비용까지 국민이 연년세세 부담해야 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현 정권은 이런 문제들을 국민에게 분명히 설명하고 역사적 평가를 받을 각오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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