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14일 금요일

삼성 SDS 상장 차익

[한겨레 사설중]
1985년에 설립된 삼성에스디에스는 시스템통합(SI) 서비스를 해주는 업체다. 해마다 두자릿수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하며 급성장해 왔는데 배경은 그룹 계열사들의 전폭적인 지원이다. 이처럼 ‘땅 짚고 헤엄치기 식’ 경영을 하는 회사가 1999년 23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해 3자 배정 방식으로 이건희 회장의 세 자녀에게 헐값에 넘겼다. 당시 그룹 구조조정본부의 핵심이었던 이학수 부회장과 김인주 사장에게도 3자 배정이 이뤄졌다.

삼성에스디에스의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과 헐값 3자 배정은 2009년 삼성특검 수사와 재판을 통해 불법 판정을 받았다. 이건희 회장은 물론 이학수 전 부회장과 김인주 사장이 배임죄로 처벌을 받았다. 이처럼 불법으로 취득한 삼성에스디에스 지분이 경위야 어쨌든 범죄 행위에 직간접으로 연루된 당사자에게 막대한 상장차익을 안겨주고 경영권 승계의 지렛대로 활용되는 걸 보는 심정은 착잡할 수밖에 없다. 불법에 따른 징벌과 손실보다 그에 따른 부당이익이 훨씬 더 크다면 법과 제도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고 봐야 한다. 정치권은 앞으로라도 이런 불합리와 모순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법과 제도 개선에 힘써야 할 것이다.





삼성에스디에스가 14일 유가증권시장에 화려하게 등단했다. 상장 첫날 주가가 액면가보다 655배 높은 32만7500원을 기록했다. 이로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기존 주주들이 천문학적인 상장차익을 얻게 됐다. 부러움을 사는 한편으로, 부당이득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

삼성에스디에스 상장에 관심이 쏠린 이유는, 주가보다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와 지배구조 변화에 끼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이재용 부회장 등 이건희 삼성 회장의 세 자녀가 얻은 시세차익은 상장 첫날 주가만으로도 4조8000억원대에 이른다. 투자수익률이 무려 270배를 넘는다.

이재용 부회장 남매로서는 삼성에스디에스 상장 차익이 남다르다. 그룹 경영권을 물려받고 세금 문제 등을 처리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어느 정도 확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방식의 경영권 승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각이 곱지 않다. 과정과 절차에 온갖 탈·불법과 부당행위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삼성도 국민 정서와 경제정의에 부합하는 조처를 하길 기대한다. 가령 공익재단을 설립해 논란이 되고 있는 일부 지분을 출연 또는 위탁하는 방식 등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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