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 12일 일요일

[한겨레] “물신숭배는 ‘악마의 배설물’이다.” 프란치스코 교황

“물신숭배는 ‘악마의 배설물’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현대 세계 자본주의의 물신숭배 풍토를 다시 한번 강도 높게 비난하고 “인간의 얼굴을 가진 경제모델”을 세우라고 촉구했다.
지난주 남미를 순방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볼리비아 방문 첫날인 9일 원주민 풀뿌리운동 활동가들과 만난 자리에서 “돈의 지배에 대한 고삐 풀린 탐욕을 4세기 로마 주교의 말을 빌려 ‘악마의 배설물’로 비유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교황은 생태계까지 망가뜨리는 현대 물신주의의 심각성을 경고한 뒤 “이 모든 고통, 죽음, 파괴의 뒤에는 성바실리우스(4세기 로마 주교)가 ‘악마의 배설물’이라고 했던 것의 악취가 난다 ‘돈에 대한 고삐 풀린 추구’가 그것이다”라고 경고했다. 무절제한 탐욕을 ‘악마의 배설물’에 빗댄 표현은 ‘빈자의 성인’으로 추앙받는 12세기 수도자 성프란치스코도 즐겨 인용했다. 현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남미(아르헨티나)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교황에 즉위하면서 로마가톨릭 2000년 역사상 처음으로 ‘프란치스코’를 교황명으로 선택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앞서 지난 3월에도 이탈리아 협동조합연합 회의에 참석해 “사람이 돈을 숭배하면 결국 돈의 노예가 될 것”이라며, “(물신이 된) 돈은 악마의 배설물”이라고 경계한 바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1일 파라과이 방문길에서도 세계 지도자들에게 ‘인간의 생명을 돈과 이윤의 제단에 갖다바치는 정책’을 철폐하라”며 “돈에 대한 탐욕의 체계는 단지 나쁜 것을 넘어 사람들을 노예로 만드는 교묘한 독재”라고 질타했다. 그는 “식탁에 빵을 놓는 것, 아이들의 머리 위에 지붕을 만들어주고 교육과 보건을 제공하는 것, 이런 것들이 인간 존엄성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뉴욕 타임스>는 “교황의 연설은 ‘성서적 분노’와 ‘묵시록적 심판론’을 블렌딩(조화)할 수 있다”고 촌평했다. 미국 가톨릭대의 스티븐 슈넥 가톨릭연구소장은 “교황의 발언은 통상적인 신학이 아니라, 산꼭대기에서 외치는 함성”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볼리비아 방문 첫날인 9일엔 원주민 풀뿌리운동 활동가들과 만나 유럽의 남미 식민지배 시절 가톨릭교회의 잘못을 사과했다. 그는 “이른바 ‘아메리카 정복’ 기간에 교회가 원주민들에게 저지른 범죄에 대해 겸손하게 용서를 구한다”며 머리를 숙였다. 원주민들은 뜨거운 박수로 교황의 발언에 화답했다. 원주민그룹의 한 지도자인 아돌포 차베스는 <에이피>(AP) 통신에 “프란치스코 교황 같은 분에게 우리가 무엇을 더 바랄 수 있겠는가?”라며 “이제 역사의 한 페이지를 넘기고 힘차게 새로운 시작을 할 때”라고 말했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78살의 고령에다 10대 때의 질환으로 한쪽 폐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도 해발 3000~4000m에 이르는 남미 고산 지대의 순방을 별 탈 없이 소화해냈다. 수행원들은 만일에 대비해 휴대용 산소탱크를 준비했으나 교황은 이를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한겨레] 이희호 평전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699850.html?_fr=mt4

사카린 밀수 사건은 정권과 재벌이 공모해 저지른 불법행위였다. 전말은 이랬다. 삼성 창업주 이병철이 울산에 한국비료 공장을 지으면서 일본으로부터 4200만달러의 상업차관을 얻었다. 정부가 지불보증을 섰다. 일본 미쓰이물산은 차관을 공장 건설용 자재와 기계로 대신 제공하면서 리베이트로 100만달러를 삼성에 주었다. 현금 100만달러를 뒤탈 없이 가져올 방법이 없었다. 삼성은 이 돈으로 사카린 2259포대를 사서 백색 시멘트로 위장해 몰래 들여왔다. 또 에어컨·냉장고·전화기·양변기·욕조 같은 사치품도 함께 밀수했다. 시중에 내다 팔면 몇 배가 남는 것들이었다. 부산세관이 1966년 5월 사카린 밀수 사실을 적발했다. 묻힐 뻔했던 이 사건은 9월15일 신문에 보도됨으로써 세상에 알려졌다. 여론이 끓어올랐다.

2015년 7월 7일 화요일

[유승민] 헌법 1조 1항의 지엄한 가치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당원 동지 여러분!
저는 오늘 새누리당 의원총회의 뜻을 받들어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납니다.
무엇보다 국민 여러분께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고된 나날을 살아가시는 국민 여러분께 저희 새누리당이 희망을 드리지 못하고, 저의 거취 문제를 둘러싼 혼란으로 큰 실망을 드린 점은 누구보다 저의 책임이 큽니다. 참으로 죄송한 마음입니다.
오늘 아침 여의도에 오는 길에, 지난 16년간 매일 스스로에게 묻던 질문을 또 했습니다.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 정치는 현실에 발을 딛고 열린 가슴으로 숭고한 가치를 추구하는 것입니다. 진흙에서 연꽃을 피우듯, 아무리 욕을 먹어도 결국 세상을 바꾸는 것은 정치라는 신념 하나로 저는 정치를 해왔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진작 던졌을 원내대표 자리를 끝내 던지지 않았던 것은 제가 지키고 싶었던 가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법과 원칙, 그리고 정의입니다. 저의 정치생명을 걸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우리 헌법 1조 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습니다.
오늘이 다소 혼란스럽고 불편하더라도 누군가는 그 가치에 매달리고 지켜내야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아간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난 2주간 저의 미련한 고집이 법과 원칙, 정의를 구현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다면, 저는 그 어떤 비난도 달게 받겠습니다. 거듭 국민 여러분과 당원 동지 여러분의 용서와 이해를 구합니다.
임기를 못 채우고 물러나면서 아쉬움이 있습니다.
지난 2월 당의 변화와 혁신, 그리고 총선 승리를 약속드리고 원내대표가 되었으나, 저의 부족함으로 그 약속을 아직 지키지 못했습니다.
지난 4월 국회연설에서 "고통받는 국민의 편에 서서 용감한 개혁을 하겠다. 제가 꿈꾸는 따뜻한 보수, 정의로운 보수의 길로 가겠다. 진영을 넘어 미래를 위한 합의의 정치를 하겠다"고 했던 약속도 아직 지키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더 이상 원내대표가 아니어도 더 절실한 마음으로 그 꿈을 이루기 위한 길로 계속 가겠습니다.
저와 꿈을 같이 꾸고 뜻을 같이 해주신 국민들, 당원 동지들, 그리고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