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15일 금요일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신영복교수

‘우리 시대의 고전’으로 불리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의 저자인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가 15일 밤 10시10분께 별세했다. 향년 75.
신 교수는 2014년 희귀 피부암 진단을 받은 뒤 투병 생활을 해오다 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되면서 끝내 세상을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학자로 활동해온 신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대학원을 졸업한 뒤 육군사관학교에서 경제학 교관으로 복무하던 중 박정희 정권 시절인 1968년 이른바 ‘통일혁명당’ 사건에 연루돼 1·2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우여곡절 끝에 무기징역형을 확정받았다. 감옥에서 20년 20일을 복역한 신 교수는 민주화 이후인 1988년 광복절 특별 가석방으로 출소했으며, 1998년 사면·복권을 받았다.
신 교수는 오랜 수감 생활 동안 주고받은 편지와 글 등 230여편을 담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1998년 출간해 많은 독자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그 밖에도 <나무야 나무야> <더불어 숲 1·2> <강의-나의 동양 고전 독법> <처음처럼> <변방을 찾아서> 등 깊은 사색을 담은 6권의 책을 남겼다. 1989년부터 성공회대에서 정치경제학·사회과학입문·중국고전강독 등의 강의를 해 온 신 교수는 2006년 정년퇴직을 한 뒤에도 석좌교수로 강의를 계속해 왔으나, 암 진단을 받은 뒤 그해 겨울 학기를 끝으로 강단에서 내려왔다.
강단을 떠난 신 교수는 강연 등 사회활동을 활발히 해왔다. 2006년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이사를 지냈고, 2009년에는 국내 첫 민간 주도의 사회적 기업가 양성 기관인 ‘사회적기업가학교’의 초대 교장을 맡기도 했다. 또 2008년 8월에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출간 20주년을 기념하는 ‘북콘서트’도 열었다. 책 등을 통해 알려진 신 교수의 글씨체인 이른바 ‘신영복체’도 대중들의 사랑을 받아 소주 브랜드 ‘처음처럼’의 상표와 기업·공공기관의 건물 현판 등에 널리 쓰였다. 지난해 4월 고전 해설을 묶어 ‘신영복의 마지막 강의’라는 부제가 붙은 책 <담론>을 펴내면서 신 교수가 암 투병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신 교수의 타계 소식이 전해지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추모와 애도의 글들이 이어졌다. 누리꾼들은 신 교수의 책 귀절 등을 공유하며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기사를 접한 한 누리꾼(아이디 지**)은 “저희 모두에게 큰 스승이자 등대셨다”고 했으며 또다른 누리꾼(아이디 **보이)은 “올바른 삶이 무엇인지 몸소 보여주셨다. 고개 숙여 조의를 표한다”고 아쉬워 했다. 노회찬 전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더 이상 가망이 없다는 소식을 듣고 8일 전 하직 인사 드리러 갔을 때 제게 말씀하셨죠. ‘걱정마세요. 더 건강해질께요’ 그날 이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막상 비보를 접하니 억장이 무너집니다”며 슬퍼했다. 서해성 작가도 페이스북에 “글자 이전에 점 하나로도 삶이고 우주이고 역사였던 신영복 선생이 가셨다. 선생이여, 저승에도 ‘처음처럼’ 그 글자 획에 취하고자 하는 이들이 많은가 봅니다. 잉크로 붓으로 쓴 모든 글자들이 무릎 꿇어 당신과 여윕니다”며 조의를 표했다.
신 교수의 장례는 성공회대 학교장으로 치러지며 유족으로는 부인 유영순(68)씨와 아들 지용(26)씨가 있다.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사진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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