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15일 월요일

[중앙일보 사설] 개성공단 임금 전용 놓고 우왕좌왕하는 정부

http://news.joins.com/article/19572948?cloc=joongang|home|opin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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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책임자의 언행이 이렇게 신중치 못해서야 국민은 누구를 믿고 따를 수 있겠는가. 자료 존재 여부야 어떻든 개성공단 임금의 70%가 무기 개발로 흘러들어갔다는 정부 발표는 충격적이다. 지금까지 개성공단에 들어간 현금은 총 6160억원으로 무려 4312억원이 우리를 향한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에 쓰였다는 얘기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정부 스스로 유엔 결의를 어겼다고 자인한 꼴이 된다.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3차 핵실험 후인 2013년 3월 핵·미사일 개발에 쓰일 수 있는 ‘벌크캐시(대량현금)’의 유입을 막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달러를 퍼줬다면 중국 등 주변국들에 유엔 결의를 지키라고 어떻게 요구할 수 있나.

 개성공단 임금이 엉뚱한 데 사용될 가능성은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돼 왔었다. 노무현 정부 때는 문제의 돈이 노동당에 상납됐음을 시사하는 공문서까지 만들어졌다는 보도도 나왔다. 하지만 공단 창설 이래 역대 정권 모두 이를 부인해 왔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광명성호 발사 이후 돌연 개성공단을 폐쇄한 박근혜 정권 역시 모른 척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불과 석 달 전인 지난해 12월 남북 당국회담에서 금강산 관광 재개가 논의되면서 개성공단의 벌크캐시가 논란이 된 적이 있다. 그때 정부 고위당국자는 “개성공단에는 1년에 1억 달러가 넘게 들어가지만 노동자 임금일 뿐 대량살상무기와 무관하다는 공감대가 있어 유엔 제재를 받지 않는다”고 해명했었다. 그랬던 정부가 이제 와서 완전 딴소리니 기가 찰 노릇이다. 아무리 개성공단 폐쇄를 정당화하기 위해서라지만 이렇게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꾸는 정부를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비록 뜻하지 않게 북한 정권의 돈줄 노릇을 했더라도 개성공단의 긍정적 기능은 분명히 존재한다. 북한뿐 아니라 우리 기업들도 경제적 이득을 봤으며 자본주의 체제의 효율성과 우월성을 북한 주민들 사이에 퍼뜨리는 순기능을 해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당국의 서툰 대응으로 그처럼 소중한 통일 자산이 다시 되살아날 가능성은 희박하게 됐다. 이번 한반도 사태의 근본적 책임은 북한에 있지만 그 이후 서툰 대응으로 불필요한 혼란을 부른 정부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출처: 중앙일보] [사설] 개성공단 임금 전용 놓고 우왕좌왕하는 정부

2016년 2월 14일 일요일

[한겨레]박근혜 정부가 ‘끝장’낸 것들/ 이종석

http://www.hani.co.kr/arti/politics/defense/730288.html?_fr=mt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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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컨대 박근혜 정부는 “끝장 결의”를 추진한다는 구실 아래 아무런 실익도 없이 너무나 중요한 우리의 자산을 “끝장”내 버렸다.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통해 남북공영의 현실적 실험장을 “끝장”내버렸고, 오직 3면 바다만으로 오늘을 이룬 한국 경제가 새로운 도약을 위해 기회의 창으로 삼은 남북경제공동체와 ‘북방경제’의 꿈을 “끝장”냈으며, 개성공단 덕분에 지난 10여년간 일체의 교전이 멈춘 서부전선의 군사적 안정을 “끝장”냈다. 어렵더라도 남북화해와 민족공영의 길을 걸어야 한다는 많은 이들의 꿈 역시 “끝장”에 몰렸다. 더욱이 박근혜 정부는 한-미 동맹 일변도에서 벗어나 중국의 성장에 대응해 균형외교를 추구하겠다고 공언해 놓고, 섣부른 사드 배치 언급으로 균형외교 노력을 “끝장”냈다.

무엇보다 최근 일련의 사태를 보면 박근혜 정부의 통일외교안보 정책결정체계가 사실상 붕괴된 것으로 보인다. 5자회담, 사드 배치 등 대통령이 통일외교안보 분야의 중대 현안에 대해 무절제하게 공식 석상에서 발언하고, 이를 수습한답시고 비현실적이며 비합리적인 정책을 각 부처가 잇따라 내놓으며 추종하는 형국이 초래되고 있다. 외교안보 부처 관리들이 대통령의 5자회담, 사드 배치 언급이 얼마나 부적절한지 모를 리 없고, 통일부 관리들이 개성공단 전면 중단이 기름을 안고 불섶에 뛰어드는 무모한 행동이라는 사실을 직시하지 못할 리 없다고 본다. 그러나 그들은 대통령의 판단을 교정하려는 결기보다는 대통령의 심기 관리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한국 외교에는 ‘지피’(知彼)나 ‘지기’(知己)는 없고, 오로지 ‘지통심’(知統心)만이 존재한다. 막장 드라마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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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2월 10일 수요일

[중앙시평] 왜 대북정책은 실패하는가/ 김병연교수

급조한 정책은 실패한다. 지난 정부 초기 때 이야기다. 비핵·개방·3000 정책을 표방한 정부 부처 고위직을 몇 명의 전문가와 함께 만났다. 전문가들은 이 정책의 실현 가능성을 낮게 보고 이를 현실화시킬 어떤 방안이 있는지 궁금해했다. 그 공직자는 모든 준비는 완료됐고 이제 실행만 하면 된다고 장담했다. 그런데 다음 날 부처 실무자로부터 전화 연락이 왔다. 비핵·개방·3000을 실현시킬 방안에 대해 연구 용역을 수행해 달라는 것이었다. 조금이나마 우리 정부의 실력을 믿고 싶었던 희망이 여지없이 무너졌다. 아마 선거 캠프에서 주로 보수 성향 유권자의 표를 의식해 단기간에 만든 정책이었을 것이니 그 실현 가능성을 얼마나 고려했을까. 아니나 다를까 지난 정부 대북정책의 성과가 있었다면 준비되지 않은 정부의 원칙론은 빈약한 성과로 귀결됨을 확인시켜 준 정도였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은 위의 경험에서 배웠어야 했다. 사실을 기초로, 학습을 통해 구체적이고도 치밀한 정책과 전략을 세워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신뢰프로세스라는, 창조경제만큼이나 개념이 모호하고 작동 가능성이 의심스러운 정책을 내놓았다. 그러다 보니 기회의 시기인 정권 초기에 대북정책을 적극적으로 펴지 못하고 미적거렸다. 그 후 드레스덴선언을 통해 내용을 일부 구체화했고 통일대박론으로 통일에 대한 국민 공감대를 확산한 성과도 있었다. 그러나 이 제안이 오히려 북한으로 하여금 현 정부의 통일론을 흡수통일로 믿게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신뢰라는 것은 서로 주고받는 과정을 통해 형성되지만 대통령은 “우리는 급진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발언조차 아까워했다. 우방인 미국의 전문가마저도 과연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통일 방안과 전략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고 고개를 갸우뚱한다. 이것도 전략적 모호성인가. 아니면 학습하지 않고 소통하지 않는 정책결정자의 실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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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중앙일보] [중앙시평] 왜 대북정책은 실패하는가

2016년 2월 5일 금요일

[김영희칼럼] 핵 동결과 평화협정의 교환이 답이다

http://news.joins.com/article/19534222?cloc=joongang|home|opinion


대북제재는 아무리 혹독한 것이라도 핵·미사일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핵·미사일 문제 해결 없이 한반도에 지속 가능한 평화는 없다. 도발과 효과 없는 제재와 긴장의 무한 반복만 있을 뿐이다. 핵 문제 해결의 최종 단계는 휴전협정을 대체하는 평화협정이다. 그에 앞선 단계가 북·미 수교다. 북·미 수교의 조건으로 이제는 비핵화는 바랄 수도 없다. 그래서 핵 모라토리엄이다. 북한은 모라토리엄의 교환 대상으로 북·미 수교보다 한·미 합동군사연습의 중단에 더 무게를 두는 것 같다. 잘된 일 아닌가. 한·미 연합군사력은 충분한 대북 억지력을 갖추고 있다. 재래식 무기체계에서 북한은 수적으로만 우세할 뿐 질적으로는 한·미 연합전력에 훨씬 못 미친다. 레이더에 안 잡히고 북한에 출격해 지휘부를 공격할 수 있는 오키나와의 F-22,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B-2 스텔스 폭격기, 괌에서 5시간 안에 날아올 수 있는 B-52 전략폭격기, 결국 배치되고야 말 고고도 요격미사일 사드와 쌍을 이룰 저고도 하층 방어용 PAC-3 미사일이 가공할 대북 억지력이다. 북한이 자멸을 각오하지 않고는 본격적인 도발을 못한다.

북한 정권이 군축평화연구소의 연구원 이름으로 관측기구를 띄운 핵 모라토리엄과 한·미 합동군사연습의 교환은 대북제재와는 별도로 진지하게 고려할 가치가 있다. 북한이 모라토리엄을 위반하면 군사연습은 언제든지 재개하면 된다. 이제는 한반도의 평화를 생각해야 한다. “혹독한 대가”의 경고가 제재와 고립에 이골이 난 북한엔 안 통한다. 핵 모라토리엄과 군사연습 중단→북·미 수교→평화협정만이 핵실험과 제재의 악순환을 끊고 북한 비핵화의 돌파구를 열 수 있다. 그런 뒤 신뢰가 충분히 쌓이면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 비핵화)를 논의할 수 있다. 북·미 수교는 북한에 IMF와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의 차관을 쓸 문호를 연다. 뒤따를 북·일 수교는 100억 달러 이상의 배상금을 북한에 안긴다.

김영희 국제문제 대기자

[출처: 중앙일보] [김영희 칼럼] 핵 동결과 평화협정의 교환이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