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20일 목요일

가구 평균소득 4.1% 올랐는데, 소득불평등은 그대로 : 경제일반 : 경제 : 뉴스 : 한겨레

가구 평균소득 4.1% 올랐는데, 소득불평등은 그대로 : 경제일반 : 경제 : 뉴스 : 한겨레:

 

소득불평등 변함없는 것은 정부의 재분배기능은 더 커졌음에도 시장소득 지니계수가 상승한 것이 주요인으로 보임. 시장소득 지니계수는 선진국과 비교하여 낮은 수준이어서 앞으로도 더 커질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따라서 정부의 재분배기능을 더욱 적극적으로 확대할 필요.

세계 최하위 수준 소득불평등 유지…가구소득은 5년만에 최대 상승 : 경제일반 : 경제 : 뉴스 : 한겨레

세계 최하위 수준 소득불평등 유지…가구소득은 5년만에 최대 상승 : 경제일반 : 경제 : 뉴스 : 한겨레:

2018년 12월 11일 화요일

[한국전 민간인 학살 유해발굴]경주서 100명 넘게 죽인 이협우, 자유당 국회의원으로 ‘떵떵’ - 경향신문

한반도 곳곳에서 자행된 이런 반인륜적 학살들이 정치민주화가 되고서도 30년이 넘은 아직도 묻혀있는 것은 우리 국가의 격이 얼마나 아래인가를 잘 나타내준다. 우리 속에 박혀있는 반공 파시즘의 파편들이 정치적 자유 속에 아직도 활개치고 있는 것이 현실. 

[한국전 민간인 학살 유해발굴]경주서 100명 넘게 죽인 이협우, 자유당 국회의원으로 ‘떵떵’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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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살을 주동한 이협우 의원은 이후에도 10년가량 국회의원을 지내면서 내남면 일대에서 계속 생활했다. 학살을 목격하고 경험한 주민들은 4·19혁명이 일어난 뒤에야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이 의원을 고소했다. 그는 내남면 주민 85명을 살해한 혐의로 2차례에 나눠 기소됐다. 실제 학살 피해자는 더 많았다. 김 회장은 “유족회 간부들이 유족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자신들의 피해 사실은 고소 내용에 일부러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은 1961년 2월24일부터 이듬해 5월15일까지 이어졌다. 검찰은 이 의원에 대해 상소심까지 모두 7차례 사형을 구형했다. 당시 재판 기록 등에 따르면 검찰은 사형을 구형하면서 “내남면 학살사건은 대한민국의 치욕적인 범죄이며, 아이히만의 유태인 학살사건에 버금간다”고 주장했다. 


또 “대한민국의 국시가 반공이라는 것에 편승해 좌익분자의 가족은 물론, 자신에 반대하거나 재산이 있는 사람을 좌익으로 몰아 학살했다”고 했다. 


1심에서 이 의원에게 사형이 선고됐다. 직접 목격한 증인이 있는 일부 사건만 유죄로 인정됐지만, 김 회장은 “그래도 사형선고가 나와서 한시름 놓았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형선고에도 불구하고 가해자 처벌은 결국 실패했다. 1961년 5·16 쿠데타 때문이다. 소송을 주도했던 유족회 관계자들은 쿠데타 이후 용공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혁명재판에 넘겨졌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12110600015&code=940100#csidxea07c4490a42ce4b116f7183337cf9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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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6일 목요일

보도 - 공정거래위원회

보도 - 공정거래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는 2018년 5월 1일 자산 총액 5조 원 이상인 60개 기업집단(소속회사: 2,083개)을 공시 대상 기업집단으로 지정했다.

 

< 지정 개요 >

 

2018년 공시 대상 기업집단은 60개로 전년 9월 1일(57개) 대비 3개 증가했다.

 

공시 대상 기업집단 중 총수 있는 집단은 전년 대비 3개 증가(49개→52개)했고, 총수없는 집단은 변화가 없었다.(8개)

 

2018년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은 32개로 전년 5월 1일(31개) 대비 1개 증가했다.

 

< 계열회사 수 >

 

공시 대상 기업집단의 계열회사 수는 전년 9월 1일 대비 103개 증가(1,980개→2,083개)했고 평균 계열회사 수는 0.02개 감소(34.74개→34.72개)했다.

 

계열회사 수가 많이 증가한 집단은 ‘롯데’(+17개), ‘한화’(+15개), ‘케이씨씨’(+10개) 등이고, 많이 감소한 집단은 ‘농협’(-32개), ‘네이버’(-26개), ‘대우조선해양’(-9개) 등이다.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의 계열회사 수는 전년 5월 1일 대비 66개 증가(1,266개→1,332개)했고, 평균 계열회사 수는 0.8개 증가(40.8개→41.6개)했다.

 

자산 총액 5조 원 이상 기업집단의 계열회사 수는 최근 증가 추세이다.

 

< 재무 현황 >

 

공시 대상 기업집단의 자산 총액은 전년 9월 1일 대비 124.6조 원 증가(1,842.1조 원→1,966.7조 원)했고, 평균 자산 총액은 0.5조 원 증가(32.3조 원→32.8조 원)했다.

 

자산 총액 순위가 많이 상승한 집단은 ‘셀트리온’(49위→38위), ‘카카오’ (50위→39위), ‘SM’(46위→37위), ‘태광’(44위→36위) 등이고, 많이 하락한 집단은 ‘한국지엠’(41위→54위), ‘동원’(37위→45위), ‘DB’ (36위→43위) 등이다.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의 자산 총액은 전년 5월 1일 대비 104.4조 원 증가(1,653.0조 원→1,757.4조 원)했고, 평균 자산 총액은 1.6조 원 증가(53.3조 원→54.9조 원)했다.

 

자산 총액 5조 원 이상 기업집단의 자산 총액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 부채 비율 >

 

공시 대상 기업집단의 부채 비율은 전년 9월 1일 대비 4.8%p 감소(76.0%→71.2%)했다.

 

부채 비율이 많이 감소한 집단은 ‘대우조선해양’(-2,492.4%p), ‘한진’(-207.0%p), ‘대우건설’(-75.4%p) 등이고, 많이 증가한 집단은 ‘한진중공업’(+53.8%p), ‘농협’(+52.0%p), ‘금호아시아나’(+44.9%p) 등이다.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의 부채 비율은 전년 5월 1일 대비 4.4%p 감소(73.9%→69.5%)했다.

 

자산 총액 5조 원 이상 기업집단의 부채 비율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 경영 성과 >

 

공시 대상 기업집단의 총 매출액은 전년 9월 1일 대비 126.1조 원 증가(1,233.4조 원→1,359.5조 원)했고, 평균 매출액은 1조 원 증가(21.6조 원→22.7조 원)했다.

 

매출액이 많이 증가한 집단은 ‘삼성’(+34.6조 원), ‘에스케이’(+32.2조 원), ‘엘지’(+12.8조 원) 등이고, 많이 감소한 집단은 ‘롯데’(-2.2조 원), ‘대우조선해양’(-2.1조 원), ‘금호 아시아나’(-2.1조 원) 등이다.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의 총 매출액은 전년 5월 1일 대비 111.6조 원 증가(1,116.3조 원→1,227.9조 원)했고, 평균 매출액은 2조 원 증가(36.0조 원→38.4조 원)했다.

 

자산 총액 5조 원 이상 기업집단의 매출액은 감소하다가 올해 크게 증가했다.

 

공시 대상 기업집단의 총 당기순이익은 전년 9월 1일 대비 46.4조 원 증가(53.8조 원→100.2조 원)했고, 평균 당기순이익은 0.72조 원 증가(0.94조 원→1.67조 원)했다.

 

당기순이익이 많이 증가한 집단은 ‘삼성’(+19.4조 원), ‘에스케이’ (+10.5조 원), ‘엘지’(+4.5조 원) 등이고, 많이 감소한 집단은 ‘현대자동차’(-3.8조 원), ‘부영’(-0.6조 원), ‘한국지엠’ (-0.5조 원) 등이다.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의 총 당기순이익은 전년 5월 1일 대비 42.9조 원 증가*(48.6조 원 → 91.5조 원)했고, 평균 당기순이익은 1.3조 원 증가(1.6조 원 → 2.9조 원)했다.

 

자산 총액 5조 원 이상 기업집단의 당기순이익은 2015년 하락 후 2016년에 다시 증가 추세로 반전한 뒤 2018년에 큰 폭으로 증가했다.

 

< 올해 지정 결과의 특징 >

 

① 경영 현실과 대기업집단시책의 취지에 부합하도록 지정 제도 운영

 

동일인은 대기업집단 시책의 기준점이 되는 만큼 세밀한 실태조사를 거쳐 기업집단의 경영 현실을 반영하고 공정거래법상 기준에도 부합하는 인물로 동일인을 확정했다.

 

올해 지정에 앞서 동일인의 경영 실태 조사(1차: 1월 25일~2월 9일, 2차: 4월 4일~4월 13일)를 실시한 결과 일부 집단에서 동일인 변경 필요성이 파악되어 법령상 동일인 기준에 관한 심층 검토를 거쳐 기존 동일인을 변경하기로 결정했다.

 

‘삼성’과 ‘롯데’의 경우 종전 동일인을 변경하여야 할 중대 명백한 사유가 존재하고 동일인을 각각 이재용과 신동빈으로 변경할 경우 계열 범위를 가장 잘 포괄할 수 있는 것으로 인정되어 동일인을 변경했다.

 

대기업집단 소속회사의 임원이 독립적으로 운영해오던 회사에 대하여 계열 분리를 인정했다.

 

올해 4월 17일 시행령 개정으로 임원 독립 경영 인정 제도가 도입 · 시행된 이후 ‘네이버’ 측에서 최초로 휴맥스계 계열회사에 대한 독립 경영을 신청하였는 바, 요건 충족 여부에 대한 심사를 거쳐 계열 분리를 인정했다.

 

② 대기업집단 전반적으로 재무 상태 · 경영 성과가 개선되는 가운데 상하위 집단 간 격차가 확대

 

공시 대상 기업집단 및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의 전년 대비 부채 비율 등 재무 현황이 전반적으로 개선되었고 매출액 및 당기순이익이 대폭 증가했다.

 

상위 5개 집단이 60개 공시 대상 기업집단 전체에서 자산 53.4%, 매출액 56.7%, 당기순이익 67.2%를 차지하는 등 집단 간 격차가 현저한 상태이다.

 

또한, 자산 대비 경영 성과(매출액 · 당기순이익)도 상위 집단일수록 높아 상 · 하위 집단 간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 향후 계획 >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및 공시 대상 기업집단과 관련된 현황 정보를 지속적으로 분석 · 공개하여 시장과 이해 관계자에 의한 감시 기능을 활성화해 나갈 계획이다.

 

지정 집단의 계열회사 전체에 대한 소유 지분 및 출자 현황 등을 분석하여 내부 지분율 등 소유 구조를 공개하고, 내부거래 현황, 채무 보증 현황, 지배 구조 현황 등도 단계적으로 분석하여 연내 발표할 예정이다.

2018년 11월 25일 일요일

[중앙 인터뷰] 한국 자금 빼기 너무 쉽다.

2100조 굴리는 그의 조언 "한국, 자금 빼기 너무 쉽다"

세계 금융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외국인 투자자는 한국 주식시장에서 돈을 가장 먼저, 가장 많이 빼 왔다. 미국 증시가 출렁였던 지난 10월도 예외는 아니었다. ‘ATM(현금 입출금기) 코리아’란 꼬리표가 언제나 한국 증시에 따라붙는 이유다.  
   

앤디 버든 캐피탈그룹 최고투자책임자(CIO) 인터뷰
시장 출렁일 때 가장 먼저 외국인 자금 빠져나가는 한국
꾸준히 배당 올리는 기업에 혜택 가도록 정책 바뀌어야
미국과 중국 무역전쟁 단기간에 해결될 가능성은 작아

한국을 방문한 앤디 버든 캐피탈그룹 최고투자책임자(CIO)를 21일 인터뷰했다. 캐피탈그룹은 1931년 설립된 자산운용사다. 운용 자산 규모는 1조8700억 달러(약 2110조원)에 이른다. 관리자산 규모로는 세계 6위의 자산운용사다. 캐피탈그룹은 가치투자 부문(잠재력 있는 기업에 초기부터 장기에 걸쳐 투자해 수익을 올리는 투자 방식)에서 원조격인 운용사다. 버든 CIO에게 한국 금융시장이 ‘ATM 코리아’ 오명을 벗으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할지 물었다.    

방한한 앤디 버든 캐피탈그룹 최고투자책임자를 21일 인터뷰했다. [사진 캐피탈그룹]

   
버든 CIO는 “외국인 투자자가 급하게 돈을 넣고 빼더라도 세금이나 규제 같은 ‘벌칙’이 다른 신흥국과 비교해 매우 적고, 특정 산업(IT 수출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아래는 일문일답.  
   
지난 10월 한국 증시에서 유독 많은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갔다. 이유가 무엇일까.
“10월 한국 시장에서 대규모 매도가 이뤄졌다. 이로 인해 한국 증시가 큰 폭으로 폭락했는데, 이렇게까지 주가를 급락시킬 만한 한국 시장에 대한 새로운 변수와 정보는 사실 없었다. 그런데도 폭락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한국은 매우 접근성이 높은 시장이다. 팔고 나올 때 사실상 벌칙(패널티)이 없다. 단기간에 사고팔아야 하는 투기 세력에게 가장 중요한 건 이런 접근성이다. (10월 한국 주가가 다른 국가에 비해 많이 하락한) 가장 큰 이유라고 본다. 그리고 한국은 수출의 20~25%를 중국에 의존할 만큼 중국 변수에 많이 노출된 시장이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선 한국을 중국의 대체(프록시) 시장으로 본다. 중국이 흔들리면 한국에서 돈을 빼는 식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으로 인한 펀더멘털(기초 경제지표) 변화가 10월 한국 증시의 변동성을 키운 요소라고 본다.”  
   
다른 주요 신흥국에 비해 주식ㆍ채권ㆍ외화를 사고팔 때 매기는 세금이 적고, 외국인 자금 유출입에 대한 규제 수준이 낮다는 걸 지적한듯하다. 한국이 ‘ATM 코리아’란 오명을 벗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국 금융 당국에선 10월 증시 급락을 계기로 증권거래세 인하 또는 폐지를 검토한 바 있다.  
“시장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는 지금으로도 충분하고 넘친다. 부족한 것은 없다. 다만 단기 투자자가 아닌 장기 투자자를 끌어들이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배당이다. 배당을 억지로 높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올해 배당을 0%로 했다가 내년 5%로 올리란 뜻이 아니다. 배당이 꾸준히 늘어나는 시장이라는 인식을 투자자에게 심어줘야 한다. 올해 0.1%, 내년 0.2% 등 조금씩이라도 올라가도록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장기 투자자는 가장 중요한 건 단기 차익보다는 배당 같은, 꾸준하게 확보할 수 있는 수익이다. 배당을 꾸준히 늘려온 기업은 사업을 튼튼하게 운용하고 있는 데다 투자자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장기 투자 자금이 몰릴 수밖에 없다. 기업이 배당을 꾸준히 올리고, 이렇게 하는 회사에 혜택이 가도록 정부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영국과 호주가 그렇다. 꾸준히 배당을 늘리는 회사에 혜택을 주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배당 정책 외에도 한국 시장에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다양성이다. 산업 중심을 정보기술(IT) 수출 제조업 등 한 곳에만 두지 말고 다양화된 산업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장기 투자자 입장에선 긴 안목을 가지고 여러 산업에 대한 선택권을 가지고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미국 금융시장이 이른바 ‘팡(FAANG, 페이스북ㆍ애플ㆍ아마존ㆍ넷플릭스ㆍ구글 영문 첫 글자를 딴 약어)’이라고 불리는 기술주를 중심으로 흔들리고 있다. 어떻게 전망하나.
“시장이 과도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본다. 기술주를 두고 거품이라고 하는 사람이 많지만 동의하지 않는다. (거품이라고 지적하는 측은) 매출 성장성을 문제 삼고 있는데 수익 성장성을 봐야 한다. 미국 경제 역시 언젠간 둔화하겠지만 앞으로 몇 년간은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구매관리자지수(PMI, 제조업 경기를 보여주는 지수)와 고용 지표를 보면 여전히 호조세다. 미국 중간 선거가 끝나면서 시장의 불확실성 하나도 사라졌다고 본다.”  

앤디 버든 CIO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단기간에 끝날 가능성은 작다“고 예상했다. [사진 캐피탈그룹]

   
시장을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위험 변수는 없나. 
“무역 전쟁은 짧은 시간 안에 해결될 가능성이 작다고 보고 있다. 또 기술주가 흔들리는 것도 시장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기 때문으로 본다. 연구개발에 바탕을 두고 대량의 투자를 하는 회사, 디지털 구조 변화에 적응하는 회사만 살아남을 것으로 예상한다. 주요 IT 기업의 실적이 발표될 때마다 시장이 출렁이는 이유다. 기술주, 미국 경기, 기업 내재 가치 대비 주가(밸류에이션), 금리 상승, 무역 전쟁. 이 5가지는 시장 투자자라면 앞으로 계속 주의해야 할 변수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2018년 11월 24일 토요일

[원희복의 인물탐구]금정굴 인권평화연구소장 신기철 “한국전쟁사 많이 과장·왜곡됐다” - 경향신문

[원희복의 인물탐구]금정굴 인권평화연구소장 신기철 “한국전쟁사 많이 과장·왜곡됐다” - 경향신문:

수돗물·맥주·천일염의 미세플라스틱 혈액까지 파고든다

수돗물·맥주·천일염의 미세플라스틱 혈액까지 파고든다:

[중앙사설] 소득주도 성장

복지와 사회안전망에 재정투입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보는 인식. 아마도 이런 인식을 가진 사람은 대형 시설사업이나 도로, 항만 건설에 재정투입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보지 않을 것 같은데, 기실은 후자의 성과는 미비하고 사회적 손실은 큰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사례가 4대강 사업. 고용유발계수도 크지 않다. 오히려 전자가 높다. 

이 사설의 시각에서 보면 대부분의 선진국 정부가 밑 빠진 독에 물 붓고 있는 셈이 된다. 남미 사례를 들고 있는데 남미는 극단적으로 양극화된 사회의 미래를 보여준다. 그런 미래를 피하려면 양극화를 줄이는 체제가 필요하고 그래서 복지와 사회안전망에 투자해야 한다.

[사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소득주도 성장:

2018년 11월 17일 토요일

[경향/박주연기자] '유서대필 조작사건' 국가 기관의 반인륜적 범죄의 피해 당사자 강기훈씨, 최근 인터뷰

강기훈 “유서대필 누명 벗어? 그들은 사과 안 했고 ‘강기훈 프레임’도 안 깨졌다”
‘유서대필 조작사건’ 피해자 강기훈씨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11170600005&code=210100

2015년 대법원 재심 무죄 확정판결 후 서울을 떠나 홀로 시골생활을 계속하고 있는 강기훈씨가 지난 13일 전남 장흥의 아기단풍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는 길에서 하늘을 보고 있다.“간이식을 해야 살 수 있다”는 의사의 권고를 외면한 채 강진에서 닭 6마리를 키우고 사는 그는 해가 뜨면 장흥 읍내로 마실을 나가 동네사람들과 수다를 떠는 소박한 삶을 살고 있다. 요즘엔 사진과 스페인어도 익히고 있다고 했다. 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땔나무해오고 냉이 캐고…, 밤하늘에 총총 떠 있는 별들도 보고요. 한번 놀러오세요.”

2015년 가을, 서울을 훌쩍 떠난 강기훈씨(54)와 간헐적으로 전화나 문자로 대화를 나눌 때면 그는 꼭 이렇게 말했다. 그때마다 놀러가겠다고 말만 하고 실행으로 옮기지는 못했다.

1991년 전국을 들썩이게 한 이른바 ‘유서대필 조작사건’의 피해자인 강씨를 처음 인터뷰한 것은 2012년 9월이었다. 진실화해위의 권고로 2009년 서울고법의 재심 개시 결정이 내려지고 검찰이 항고한 뒤 3년이 지나도록 대법원이 판단을 미루고 있던 때였다. 간암으로 생명이 위태롭던 그는 끝내 진실을 가리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할까봐 몹시 절박해 보였다.

그로부터 6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사이 많은 일이 벌어졌다. 2012년 10월 대법원의 재심 개시 결정, 2014년 서울고법의 무죄 선고에 이은 2015년 5월 대법원의 무죄 확정판결. 강씨는 정권을 규탄하며 분신 자살한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사회부장 김기설씨의 유서를 대필하고 죽음을 방조했다는 억울한 누명을 24년이 지난 후에야 벗었다.

강진으로 거처 옮겨 닭 키우며 사진 찍고 스페인어 공부
6년 전 암 수술…의사는 간이식하라지만 암은 이제 친구
그는 전남 장흥군 유치면 국사봉 자락의 산골마을에서 내처 살다가 한달 전 강진으로 이사했다. 지난 13일 KTX를 타고 나주역에 내리자 그가 마중 나와 있었다. 몸은 더 말라 있었다. 62㎏이라고 했다. 그는 시종 “인터뷰는 하지 말고 6년 전 기사에 대한 빚을 갚는 것이니 단풍구경이나 하다 가라”고 했다. 지금 몇몇 극장에서는 강씨의 삶을 중심으로 1991년 ‘유서대필 조작사건’과 이후의 이야기를 그린 다큐멘터리영화 <1991, 봄>이 상영 중이다.

- 읍내에서 25㎞나 떨어져 있는 국사봉 자락 산골에서 새소리 들으며 산다더니, 강진으로는 왜 옮겼나요.

“아주 만족스러웠는데 주인이 집을 비워달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강진 시내로 이사했어요. 강진에서는 집주인이 두고 간 닭 6마리를 키우고 있어요. 제가 집을 구한다는 것을 알고 집주인이 살던 집을 비워주고 나갔거든요. 알고 보니 제가 전민련에서 활동할 때 집주인은 민통련(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 활동을 한 인연이 있더라고요.”

- 왜 가족과도 떨어져서 혼자 시골에서 지내는 건가요.

“서울이 공기도 안 좋고 너무 답답해서 2015년 아내에게 잠깐 다녀오겠다고 한 게 이렇게 눌러앉게 된 거예요. 병원 진료만 아니면 안 올라가고 싶어요.”

- 병원(서울대병원)에는 얼마나 자주 가는데요.

“지난달에는 이런저런 검사받느라 세번이나 갔어요.”

- 간암은 보통 5년간 생존하면 완치라고 하던데, 2012년 수술 후 6년이 지났으니 좋아진 것 아닙니까.

“그사이 여러 번 (악성종양이) 재발했고 색전술도 여러 차례 했어요. 의사는 죽기 싫으면 간이식을 해야 한다고 해요. 저는 그럴 생각이 없어요. 그거 하면 면역억제제를 쓸 텐데 그러면 여행도, 산에도 못 가고, 도끼질도 못할 테니까요. 또 가족에게 간병의 고통을 안기기 싫어요. 그래서 병원 갈 때는 아예 발파용 귀마개를 해요(웃음). 제 병에 대해 소상히 알수록 안 좋을 것 같아서…. 암은 이제 친구예요.”

- 삶과 죽음에 초연해진 건가요.

“그렇지 않아요. 모든 감각이 소멸된다는 게 얼마나 두려운 일인데요.”

그는 농담처럼 병 이야기를 했다. 비쩍 여위어 양볼이 깊게 팬 탓인지 거무스름한 그의 얼굴에 짙은 음영이 졌다.

- 2015년 5월 대법원의 무죄 확정판결이 나던 날에는 왜 모습을 감췄습니까.

“들러리 서기 싫었어요.”

- 누구의 들러리요.

“모든 사람의….”

- 사법적으로 비로소 굴레를, 누명을 벗은 것인데 기쁘지 않았나요.

“굴레를 벗었다고요? 제가 과거에 그런 사건에 연루돼 이랬다는 프레임은 지금도 안 깨졌어요. 인터넷 연관검색어 보면 제 키워드가 뭔줄 아세요? 강기훈 사망, 강기훈 사건 검사, 강기훈 간암…. 한 사람의 인생을 몇가지 단어로 프레임을 짜서 그 틀에 맞춰 해석하고 안타까워하고 저는 그런 게 싫어요. 어떤 때는 되게 웃겨요. 사람의 삶이 그런 건가요?”

국가권력 가해자는 편히 사는데 피해자들은 일상이 고통
대수롭게 넘길 말도 피해자엔 칼날인 것을 사람들은 몰라
그의 목소리는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낮고 작았다. 세상과 사람에 대해서는 냉소적이었다. 어쩌면 26년 전이나 지금이나 세상은 그리고 사람들은 달라진 게 거의 없을지도 모른다. 무죄 확정판결 후에도 당시 수사검사나 판사 등 관련자 중 누구도 그에게 사과하지 않았다. 심지어 당시 수사라인에 말단 검사로 있었던 남기춘 변호사는 “당시의 잣대와 지금의 잣대가 달라서 나온 판결”이라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한술 더 떠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법관의 주관적 판단이 달라지면서 원래와 정반대되는 판결이 나왔다. (중략) 궁극적 진실은 강씨 본인이 아는 것”이라고 했다.

- 무죄 판결 후 남 변호사 등 당시 사건 관계자와 일부 보수언론의 반응을 접하며 어떤 생각이 들었습니까.

“어느 순간 (기대를) 접었어요. 쟤들은 DNA가 다르구나 해요. 인류의 극소수만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해요. 현저히 떨어지는 공감력 때문에 계속 인류는 같은 길을 가는 것 같아요. 얼마 전 고양 저유소 화재 때 인근에서 풍등을 날린 스리랑카인 노동자를 경찰이 긴급체포해 구속영장까지 발부하는 것을 보고 과거 제 모습의 일단과 오버랩됐어요. 많은 조사를 거쳐 화재 원인을 밝혀야 하는데 한 외국인 노동자에게 모든 걸 덮어씌워 해결하려 했으니까요. 91년도에도 그랬어요. 기왕이면 좀 더 드라마틱하고 재미있기를 바라면서….”

강기훈씨는 차 안에서 속내를 많이 털어놓았다. 백미러에 비친 그를 촬영했다. 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그는 1991년 당시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명동성당에서 농성할 때의 이야기를 꺼냈다. 차라리 적이면 처음부터 배제할 테지만 동지라고 믿었던 이들의 외면은 더 깊고 쓰린 상처를 남긴 듯했다.

“스스로를 합리적이고 훌륭하다고 착각하는 소위 우리 쪽 사람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혹시, 했니?’ 하고 묻거나, 정치적 쟁점이 흩어지니 나가라거나, 검찰청에 어서 가라는 사람도 있었어요. 저에겐 엄청난 상처였고, 지금도 잊지 못해요. 발끝 하나로 간신히 버티고 서 있는 것과 같은 그 고립감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몰라요. 그래서 저는 사람이 싫어요.”

강씨는 2015년 11월 국가와 당시 수사검사 강신욱(전 대법관)·신상규(전 검사장)씨, 유서의 필적을 허위로 감정한 전 국과수 문서감정실장 김모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1심은 “국가와 김씨가 강씨와 그의 가족에게 6억86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며 수사검사 2명의 배상 책임은 외면했다. 2심에선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김씨의 항소도 받아들여 그의 손해배상 책임도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국가의 배상액을 9억3900만원으로 올렸다. 정부는 상고를 포기했다.

- 민사소송은 어떻게 됐나요. 대법원에 상고했나요.

“예. 하지만 달라질 게 있겠어요? 없을 거예요.”

- 그럼 왜 상고했습니까.

“재판부가 수사검사들과 허위로 필적 감정을 한 자 모두에게 면죄부를 줬잖아요. 제가 상고 안 하면 이를 인정하는 거잖아요. 책임의 주체로 추상적 국가만 있고, 그 추상적 국가를 대리해 일을 꾸민 구체적 인간들은 없는 거예요. 과거사 재판을 모두 그런 식으로 하고 있어요. 그러면 국가폭력은 계속될 수밖에 없어요. 91년에도 저를 수사한 검사가 ‘야, 네가 혹시 잘못돼도 난 검사거든. 처벌 안 받아’라고 했어요. 한데 진짜 처벌 안 받잖아요. 형사든 민사든 어떤 식으로든 벌받게 해야죠.”

- 강기훈씨가 바라는 것은 당시 수사검사들을 비롯한 관계자들의 진심 어린 사과겠지요.

“저들이 안 하는데 계속 요구하고 싶지 않아요. 그리고 제게는 그들을 용서하지 않을 권리가 있어요.”

- 박근혜 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김기춘씨가 91년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어요. 정의당 등은 유서대필 조작사건을 주도한 인물로 김 전 실장을 지목했는데요. 실제 누가 조작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박근혜 정부 때의 일로 푸른 수의를 입은 김 전 실장의 모습을 보며 어떤 생각이 듭니까.

“그걸로 부족하죠. 조작을 통해 죄 없는 사람에게 고통을 준 국가폭력 가해자들은 지금 벌벌 떠는 삶을 살아야 정상 아닌가요? 밤길도 두려워하고 창문도 꼭꼭 잠가놓고 겨우 살아야 맞죠. 그런데 대한민국은 그들에게 더 안전해요. 치켜세워주는 사람들도 많고요. 어쩌면 그렇게 가해자 편에 서는지. 사람들은 ‘그들도 어쩔 수 없이 그랬겠지’라는 말이 얼마나 폭력적인지도 모르고 아무렇지도 않게 해요. 그런 말들이 누군가에게는 철창의 감옥보다 더 큰 감옥이 된다는 것을, 피눈물을 쏟게 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해요.”

그를 다룬 다큐 ‘1991,봄’ 상영 중…“영화 안 봤고 안 볼 것”
지금도 사건 일어난 5월이면 더 아파 외국으로 나가 있어
화제를 그의 이야기가 중심인 영화 <1991, 봄>으로 돌렸다. 그는 “영화를 보지 않았고, 앞으로도 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영화는 2016년 석달간의 소셜펀딩을 통해 1300여명이 후원한 4000여만원의 저예산으로 만들어졌다. 완성된 지 2년이 지나도록 상영관을 잡지 못하다가 얼마 전부터 서울과 지방의 일부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화려하지 않으나 묵직한 울림과 긴 여운이 있다. 11명의 꽃 같은 생명을 잇따라 스러지게 한 1991년의 정치·사회적 상황이 날것 그대로 담겨 있다.

- 영화를 안 보는 이유가 과거의 시간을 반추하는 게 고통스러워서인가요.

“꼭 그런 것은 아니에요. 현재진행형인데, 뭐가 더 고통스럽겠어요. 사건이란 게 어느 한순간 벌어지고 그 결과로 감옥 가고 석방되고 하면서 끝나는 게 아니에요. 국가권력에 의한 인권 피해자들은 삶 전체가 바뀌는 것이기에 일상 자체가 다 고통이에요. 남들은 대수롭게 넘길 수 있는 말조차 그들에겐 칼날이 되죠. 그런데 그걸 사람들은 몰라요.”

- 강기훈씨의 기타 연주로 영화의 8개 챕터가 시작되고 이런저런 모습도 나오던데, 어떻게 촬영에는 응했나요.

“권경원 감독이 2011년에 유서대필사건에 대한 극영화를 찍겠다며 찾아왔어요. 사건에 대한 환기가 된다면 만들어보라고 했죠. 죽기 전에 연주회 한번 해보고 싶은 절박한 심정으로 2013년 기타 연습을 할 때 권 감독이 기록으로 남겨서 제게 주겠다며 카메라를 들고 온 적이 있었어요. 이후 밥집에서 지인들 모아놓고 연 연주회에도 오고요. 그런데 얼마 후 갑자기 다큐를 찍겠다는 거예요. 그러면 만나지 말자고 했는데 권 감독이 뚝딱뚝딱 자꾸 뭘 찍더라고요.”

- 기타 연주실력이 수준급이던데요.

“고1 때 독학으로 배웠어요. 당시 음악이 천직이라 생각해 작곡을 전공하겠다며 피아노와 이론도 배웠는데 음대 진학은 고3 여름방학 때 포기했어요. 피아노를 1년만 더 치면 될 것 같았는데 아버지가 재수를 반대하셨거든요. 기타는 2012년 직장에서 각혈하고 쓰러진 후 퇴원했을 때 동생이 사줘서 다시 하게 됐어요. ‘이거 다시 하쇼’ 하더라고요(웃음).”

강기훈씨는 보급형DSLR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독학으로 사진을 익히고 있다. 13일에도 나무와 갈대는 물론 작은 사물들을 자신의 카메라에 담았다. 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 요즘 사진촬영에도 재미 들이고 광주 가톨릭평생교육원에서 스페인어도 배운다면서요. 스페인어는 왜 배우는 거예요.

“남미를 여행하고 싶어서요. 팜파스(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중심으로 한 대초원지대)에서 석달 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일몰과 일출만 보고 싶어요. 또 스페인어를 잘해서 저보다 키 큰 스페인 여성과 5분 이상 일상적 수다를 떠는 것도 제 버킷리스트에 있어요.”

- 요즘 잠은 잘 자나요(그는 지독한 불면증을 앓아왔다).

“시골로 내려온 후 좀 나아졌어요. 서울에 있을 때는 1시간도 못 잤거든요. 자꾸 똑같은 악몽을 꾸다가 깨고, 다시 꾸게 될까봐 잠 못 드는 일이 반복됐어요. 수면제도 효과가 없고요. 지금도 아주 가끔 서울집에서 잘 때마다 반복되는 일이에요.”

- 2012년 인터뷰 때 “(사건이 일어난) 5월만 되면 몸과 마음이 다 아프다”고 했어요. 지금은 어떤가요.

“똑같아요. 그래서 그 즈음엔 한국을 떠나 있어요. 작년에도 올해도 독일에 갔어요. 한국말 안 들리고 매일 새로운 걸 보니까 조금 낫더라고요.”

여행 이야기를 하다가 일본 교토 이야기가 나왔고, 그의 아버지 이야기로 연결됐다. 그는 “아버지와 끝내 화해하지 못한 것이 너무도 후회된다”고 말했다. 당뇨를 앓던 아버지는 장기부전으로 2008년 세상을 떠났다. 그의 ‘인생 멘토’였던 어머니는 2007년 담도암이 간으로 전이돼 투병생활을 하다가 2010년 사망했다.

“평생 아버지와 가장 긴 대화를 나눈 건 제가 감옥에 있을 때였어요. 일본어 공부하려고 아버지의 추천으로 읽게 된 모리 오가이의 단편집 때문이었는데, 교토의 다카세강을 오가는 배(다카세부네)에 대한 이야기 부분이 도통 해석이 안되는 거예요. 면회 온 아버지께 여쭈니 얼마나 좋아하는 작가였는지, 책을 달달 외우고 계시더라고요. 이전까지는 면회 때 ‘밥 잘 먹냐?’ ‘예.’ ‘잘 자고?’ ‘예.’ 하면 대화가 끝이었는데, 이날은 30분 면회시간 내내 책 얘기가 이어졌어요. 어느날 교토를 갔다가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확 밀려들었고, 이후 자주 다카세강에 가고 있어요.”

그의 눈과 말에 뒤늦은 회한과 그리움이 배어나왔다. 그는 “매일 어머니와 아버지를 생각한다”고 했다.

이날 강씨는 직접 운전해서 순두부찌개가 맛있는 밥집과 울긋불긋한 아기단풍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는 길, 그리고 보림사와 그 뒤 비자나무숲, 또 커피향이 그윽한 시내의 작은 카페까지 여러 곳을 안내했다. 비자나무숲에는 그가 종종 누워 하늘을 본다는 벤치도 있었다. 그는 보급형 DSLR카메라를 몸의 일부처럼 끼고 다녔지만 자신이 피사체가 되는 것은 적극적으로 피했다. 오후 5시20분에 나주를 출발한 KTX가 천안아산역을 지날 즈음 문자 한 통이 날아왔다. “사진을 쓰시겠다면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게 롱테이크로 찍은 걸 사용해주세요.” 그는 언제쯤 팜파스에 가게 될까. 그가 일몰을 배경으로 키 큰 남미 여성과 스페인어로 수다를 떠는 모습을 상상한다.

2018년 11월 11일 일요일

수제맥주 가격의 절반이 세금… 종량세로 바꿔야

우리경제의 고도성장 과정은 수출 산업 중심으로 국가의 자원이 총력 지원되는 과정.  그래서 소홀히했던 부분이  내수 시장의 제품차별화와 고부가가치화. 내수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해야. 이를 통하여 소비자 복지향상, 일자리 창출, 균형발전,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경제 구조 개혁… 

 

수제맥주 가격의 절반이 세금… 종량세로 바꿔야:

골목상권 덮친 임대료 폭탄 … 삼청동 이어 서촌, 다음은 익선동?

골목상권 덮친 임대료 폭탄 … 삼청동 이어 서촌, 다음은 익선동?:

예술가들이 키운 삼청동, 프랜차이즈에 망가졌다

재산권이 어떻게 혁신을 방해하는가를 보여주는 사례

 

예술가들이 키운 삼청동, 프랜차이즈에 망가졌다:

2018년 11월 9일 금요일

국회 의원 수를 늘리면 무엇이 좋은가?

박원호교수 칼럼에 공감하며 몇 자 적어본다.

의원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 지금의 두 배. 예산은 늘리지 않고. 

국회예산 고정하고 의원 수 늘리면 무엇이 좋은가?

- 의원 1인의 권한은 축소된다. 개인의 편견, 비리, 부패가 국회 의사결정을 뒤흔들기 어려워진다. 국회가 의사결정의 왜곡을 야기하는 교란 요인들의 영향에서 더 자유롭고 더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  

- 인원이 늘어날수록 의사결정의 오류도 줄어든다는 명제도 좋은 이유가 될 수 있다.  

- 이익집단들의 관점에서 로비는 더 비싸고 힘들어진다.

- 의원수가 많아질수록 국회의 대의성은 높아진다. 대의 민주주의의 기본전제는 대의기관이 국민을 대표함에 있는데 이런 대의성을 높이는 방법이 의원수를 늘리는 것. 늘어난 인원을 비례대표로 선발.

- 비례대표가 늘어나면 전문가들의 국회진출이 활성화된다. 지역대표 의원들의 비전문성을 보완하의 국회 기능적 전문성을 높이는 좋은 수단이다. 

- 의원들 간의 경쟁도 더 공정해진다. 소수의 계파가 의원들을 편가르기 어려워진다. 보다 합리적이고 독립적인 의원 개개인의 판단이 중요하게 된다.  

 

[중앙시평/박원호] 국회의원이 500명인 세상

https://news.joins.com/article/23109162?cloc=joongang|home|opin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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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간단한 사고(思考) 실험을 제안하고 싶다. 만약 의원 정수를 당장 50명으로 줄인다면 우리의 국회는 향상되고 정치는 나아질 것인가? 300명의 악동을 50명으로 줄인다고 해서 이들의 ‘행실’이 나아질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외려 확실한 것은 권력이 그만큼 소수의 손에 과점(寡占)될 것이며, 네댓 명의 친한 의원들로 형성된 블록이 국정을 좌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국회는 종합상사가 아니기 때문에 실적이 나쁘다고 인원 감축을 할 수도, 해서도 안 될 일이다.
 
의원 정수가 500명인 세상은 어떠할 것인가? 반드시 정치가 지금보다 더 나아진다는 보장은 없지만 적어도 국회의원이 그만큼 더 흔한 존재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우리의 국회의원 1명이 대표하는 유권자 수가 세계적으로 많다는 논지는 차치하더라도 우리 유권자들이 정치를 만나는 지점(access points)이 너무나 희소해 인터넷 국민청원으로 몰리는 현실은 외면할 수 없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의원 정수를 늘리는 데 가장 반대하는 이들은 바로 자신들의 희소성을 지키려는 현직 의원들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나는 강하게 지니고 있다. 국회는 종합상사가 아니기 때문에 실적이 나쁘다면 오히려 국민에게 봉사할 인원을 더 뽑는 것이 상식이 아닐까 싶다. 5400억원을 줄이거나 동결하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흥미롭게도 가장 신뢰가 낮은 기관이 의회이고 인기가 없는 직종이 정치인인 것은 한국만의 경우는 아니다. 행정부에 비해 의회가 비효율적이고 비전문적이며 개별 이익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의회 쇠퇴론’이 운위되는 것도 한국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어떤 의미에서 의회가 그렇게 답답하고 너절한 것은 그것을 선출하고 구성한 유권자들-우리-을 그대로 빼어 닮았기 때문이며, 근본적으로 사회의 다양한 이해와 갈등 혹은 잠재적인 내전을 미리 발견하고 터트리고 해결하는 일이 아름다울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주의가 비용이 드는 체제라는 사실을 다시금 상기한다. 그러나 정치가 피할 수 없는 과정이고, 의회가 없앨 수 없는 기관이라면 기왕에 치르는 비용을 웃으며 지불하고 알차게 따져볼 것이다. 같은 비용을 지불한다면 나는 300명짜리 의회보다는 500명짜리 의회를 언제 어디에서나 구매할 용의가 있다.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성공과 정치 개혁의 성공을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빌어 마지 않는다.
 
박원호 서울대 교수·정치학

[중앙/양성희] 동거와 저출산

https://news.joins.com/article/23112448?cloc=joongang|home|opinion

[양성희의 시시각각] 동거와 저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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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영국은 동성 커플에만 허용하던 ‘시빌 파트너십(시민협약제)’을 이성 커플에게도 허용하기로 했다. 시빌 파트너십은 전통적 결혼과 상속, 세제, 연금, 양육 등의 법적 혜택은 동일하면서 성평등이 강조된 관계다. 법적 호칭이 남편, 아내 대신 시빌 파트너다. 영국 언론은 “영국사회에서 근 200년간 가장 큰 변화”라고 보도했다. 출산율 반등 효과에도 주목하고 있다. 1999년 이와 유사한 시민연대협약(PACs) 제도를 도입하며 출산율 하락세를 뒤집은 프랑스 때문이다. 프랑스에서는 개인간 동거계약(팍스)만 있으면 조세· 육아· 교육· 사회보장 등에서 법률혼과 동등한 대우를 해준다. 프랑스에서는 지난해 신생아의 59.9%가 결혼하지 않은 부모 밑에서 태어났다.
 
그 외 네덜란드(동반자보호법), 스웨덴(동거법) 등 유럽 국가들은 동거에 대해 법률혼과 같은 권리를 인정해주고 있다. 혼외 출산 신생아 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공식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2016년 아이슬란드, 프랑스, 네덜란드, 스웨덴, 포르투갈, 덴마크 등 유럽 10개국에서 혼외 출산 신생아 수가 전체 신생아 수의 절반을 넘어섰다. 이들 국가가 전반적으로 출산율도 높았다.
 
우리 통계청의 2018년 사회조사에서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동거할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56.4%로 처음 절반을 넘었다. 20대는 74%였다. ‘결혼하지 않고 자녀를 가질 수 있다’는 응답도 처음 30%를 넘었다. ‘결혼을 꼭 해야 한다’는 응답(48.1%) 역시 처음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조사가 보여주는 인식 변화와 함께 저출산 등 가족정책도 이를 적극 수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혼인과 혈연으로 맺어진 이른바 ‘정상가족’ 외에는 백안시해왔으나 날로 늘고 있는 비혼·동거 가족 등 사회적 변화를 따라잡지 않고서는 실효 있는 정책대안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달 31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주최한 세미나에서도 “더 이상 합계출산율을 올리는 데 급급하기보다 미혼모 임신 출산 지원 강화, 출산 포기로 이어지는 비혼·동거 커플의 출산 양육에 대한 제도적 차별 해소 등이 현실적”이라는 의견이 모였다. 비혼·동거가족에 대한 사회적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차별금지법, 동거가족법 제정의 필요성도 함께 제기됐다.
 
물론 동거가족법 제정 등은 일각의 공고한 전통적 가족관에 비춰 사회적 숙의가 필요한 난제임이 분명하다.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이 국회의원 시절 발의를 추진했던 ‘생활동반자법’도 반대에 부딪혀 좌절한 바 있다. 현행 가족행정의 기준이 되는 ‘건강가정기본법’은 가족을 “혼인·혈연·입양으로 구성된 2인 이상의 관계”로 정의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2017년 기준 561만명, 전체 가구의 28.6%에 달하는 1인 가구도 ‘가정’이 아니다. 동거가족은 얼마나 되는지 제대로 된 통계치조차 없다. ‘건강가정’이라는 이름으로 소외되고 정책에서 배제된 제도 밖 가족들에 대한 논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것을 이번 통계청 조사는 잘 보여준다. 
 
양성희 논설위원

2018년 11월 7일 수요일

[경향/문화와 삶]보헤미안 랩소디


퀸은 대중음악 사상 가장 과소평가된 밴드로 꼽힌다. 1973년 데뷔 이래 15장의 앨범을 남겼다. 숱한 히트곡을 배출했다. 하지만 레드 제플린, 핑크 플로이드 등의 1970년대 밴드들에 음악적 영향력에서 밀렸다. 마이클 잭슨과 U2로 대변되는 1980년대의 음악 사조에서도 뚜렷한 기념비를 세우지 못했다. 


다만 이는 억울한 측면이 있다. 전통적인 음악 비평이 블루스에서 하드 록으로 이어지는 계보적 측면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하드 록을 완성시킨 레드 제플린, 프로그레시브 록을 대표하는 핑크 플로이드, 이런 수사가 퀸에는 붙지 않는다. 발라드부터 디스코까지 건드린 장르가 너무 많다. 어떤 계보로도 묶기 힘들다. 그들이 앨범보다는 싱글로 많이 회자되었기 때문인 측면도 있다. 하지만 비평의 역사에서 퀸이 상대적으로 소외받았다 하여 퀸의 가치가 평가절하되는 것은 아니다. 프레디 머큐리, 브라이언 메이, 로저 타일러, 존 디컨은 모두 훌륭한 작곡가였다. 그들은 서로의 스타일을 존중했다. 리더의 독재가 아닌 멤버들의 분권으로 돌아가는 밴드였다. 음악적 다양성은 필연이었다. 

데뷔 이래 퀸은 클래식 음악과 과장된 가성, 그리고 신비주의가 혼합된 음악을 해왔다. 그들의 방향이 완성된 곡이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다. 대중은 늘 이 노래를 사랑해왔다. 1975년 발표된 후 현재까지 영국에서 세 번째로 많이 팔린 싱글이다. 이 노래는 음반의 시대에만 관심을 받은 게 아니다. ‘보헤미안 랩소디’의 유튜브 조회수는 6억뷰를 뛰어넘는다. 1980년대 이전에 나온 곡 중에서는 단연 1위다. 비틀스와 레드 제플린, 핑크 플로이드의 어떤 곡보다도 높다. 그만큼 혁신적이었다. 이 노래의 대성공 후, 프레디 머큐리는 “오페라와 록의 테마를 결합한다는 건 들어본 적 없는 얘기였다”고 회상했다. 

보통 밴드의 노래는, 특히 퀸 같은 ‘공화국’적 밴드라면 멤버들이 곡의 창작에 어떤 식으로든 관여한다. 하지만 이 노래만은 브라이언의 첫 번째 기타 솔로를 제외한 모든 것을 프레디가 주도했다. 화성 편곡, 베이스, 드럼, 기타 리프까지도. 다른 멤버들은 녹음 당시까지도 곡이 어떻게 완성될지 몰랐다. 자신의 악기만 연주했을 뿐이다. 왜 이 노래가 퀸을 대표할 뿐만 아니라 프레디 머큐리 그 자신이기도 한지를 보여주는 셈이다. 오페라 파트에는 존 디컨을 제외한 세 멤버들이 화음을 쌓아 올렸다. 소프라노 파트를 프레디 머큐리가 담당했을 거라는 추측과는 달리 로저 타일러가 맡았다는 게 재미있다. 프레디는 중간 음역을, 브라이언이 저음부를 담당했다. 복잡한 녹음 과정을 거쳐 완성됐고 레코딩 비용도 영국 음악 산업 사상 가장 많이 들었다. 

그해 10월31일, 즉 핼러윈데이에 발매된 이 비싼 곡에는 많은 우려가 따랐다. 엘튼 존의 매니저이기도 했던 존 레이드는 막 퀸과의 매니지먼트 계약을 체결한 상태였다. 자신이 새로 맡은 팀의 첫 싱글이 6분에 이르는 오페라 같은 곡이라는 사실에 고개를 저었다. 베이시스트 존 디컨 또한 곡을 잘라서 발표하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프레디 머큐리, 로저 타일러, 그리고 브라이언 메이는 완강히 거부했다. 아카펠라로 시작, 발라드로 이어져서 오페라가 등장하고 화려한 록 기타 사운드가 터진 후 다시 발라드로 끝나는 이 공전절후의 음악 드라마에서 1초도 덜어낼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다른 멤버들의 선택이 적중했다. 프랑스에서는 오페라 파트를 제거한 3분18초까지 편집본이 나오기도 했는데, 이 버전에서 사라지는 건 그저 3분이라는 시간의 분량에 그치지 않는다. 그만큼 혁신적이었다. 프레디와 멤버들의 혜안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음악산업에서 창작자의 의견은 종종 비즈니스의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결과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흥행이 범상치 않다. 퀸을 듣고 자란 세대뿐만 아니라 젊은층의 관람도 이어진다. 퀸이 그저 추억을 자극하는 과거의 존재가 아니라는 증거다. 예로부터 노래의 상업적 성공을 위해서는 3분 이내에 끝나야 한다는 불문율이 있었다. 이제는 30초 안에 결정적인 걸 보여줘야 한다. 긴 노래일지라도 핵심적 테마를 반복시켜 듣는 이를 붙잡아둬야 한다. ‘보헤미안 랩소디’처럼 화려한 음악 드라마가 나오기는 더욱 힘들어졌다. 나온다 하더라도 그대로 묻힐 가능성이 훨씬 크다. 그런 환경이 됐다. 

2018년 11월 4일 일요일

[시사저널] 헛도는 청와대: 관료 통제 딜레마

시사저널 특집기사

http://www.sisapress.com/journal/article/176996#

 

[헛도는 靑①] “문제는 김동연·장하성이 아니다”관료 통제 딜레마 현실화 5년 단임 대통령에겐 ‘청와대 정부’가 현실적 대안
“개점휴업 상태.” 최근 청와대 정책파트에 대한 내부의 자조 섞인 평가다. 청와대 정책실 내부에서조차 “일이 안 돌아간다” “새로운 내용의 보고서는 볼 수가 없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집권 2년 차를 맞아 대선공약을 실천하고 민생·경제 이슈에 집중해야 할 정책실이 대체 왜 ‘개점휴업’ 상태가 됐을까. 

이 질문에 대한 유력한 대답이 세 가지 있다. 먼저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충돌하면서 청와대 정책파트가 헛돌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른바 ‘김앤장’ ‘장앤김’ 논란이다. 다음은 청와대와 관료사회의 갈등설이다. 청와대에 끌려가던 관료집단이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자 본격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정부 내 균열이 표면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마지막은 청와대가 관료에 대한 장악력을 조금씩 잃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가설은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이 8월9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면서 확산됐다. 박 전 의원은 어떤 자리에서 한 청와대 핵심 인물을 만났는데 ‘대통령 말도 안 듣는다’ ‘자료도 안 내놓는다’ ‘조직적 저항에 들어간 것 같다’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소개했다. 

역사는 반복된다. 갈등과 대립의 정도 차이는 있었지만 ‘어공(어쩌다 공무원)’과 ‘늘공(늘 공무원)’ 사이에 정책 수립과 운용에 임하는 관점이 달라 티격태격하는 일은 어느 정부에서나 집권 2년 차에 불거졌었다. 집권 초기만큼의 장악력이 발휘되지 않으면서 청와대 조직 개편과 개각이라는 카드도 늘 이때쯤 사용됐다. 

‘늘공’과 ‘어공’의 대립 역사

대표적 예가 노무현 정부 2년 차다.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몰리면서 정책 결정 과정에서 관료들의 입김이 세졌다. 그 중심에 있던 인물이 이헌재 당시 경제부총리다. 이 부총리로 대표되는 ‘늘공’과 당시 386그룹(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으로 상징되던 ‘어공’은 경제에 대한 인식 차이가 컸다. 이들은 아파트 원가 공개 등 민감한 경제정책을 놓고 사사건건 충돌했다. 이 부총리가 “386그룹은 경제 하는 법을 모른다”고 비판할 정도였다. 결국 이 부총리는 취임 1년 만에 옷을 벗었다. 

그런데 이상하다. 문재인 정부는 중간선거 성격이 짙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압승했다. 최근 민생·경제 정책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지지율이 추락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 관료들에 대한 장악력을 상실할 만큼 흔들리고 있지는 않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이 청와대 정책파트를 ‘개점휴업’ 상태에 빠뜨린 걸까.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최근 청와대는 부처의 비협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두고 내부 회의를 가졌다. 문 대통령의 복심(腹心)이라 여겨지는 윤건영 국정상황실장이 회의 때 관련 사안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청와대에서도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심지어 청와대 내부에서는 “개각 말고는 관료들을 통제할 방법이 없다”는 얘기마저 나오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지점이 있다. 바로 정책에 있어 관료에 대한 의존성이다. 청와대는 정책 프로세스에서 절대적으로 관료집단에 기대고 있다. 관료집단을 신뢰하든 그렇지 않든 지금의 난관을 돌파할 정책은 기획재정부로 상징되는 부처에서 만들어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왜 그럴까?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어공’들은 뛰어난 정무적 감각으로 선거에 이겨 정권을 잡는 데 압도적 실력을 갖췄지만, 집권 후 민생을 해결할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데는 ‘늘공’만큼의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교수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대선캠프가 있지만, 규모나 가용자원 등에서 관료집단에 비할 바는 아니다. 청와대라는 공적 영역이 사적 영역인 대선캠프에 의존하는 것은 민주적 원리에도 맞지 않다. 

대통령이 반드시 관료를 통제하려고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반대로 집권 2년 차 즈음부터 “정권이 관료들에게 포섭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도 이런 맥락에서 설명 가능하다. 문제는 5년 단임제라는 제도적 성격상 정권의 성공이 꼭 관료의 성공을 담보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어공’들은 임기 동안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면 다음 선거에서 바로 일자리를 잃는다. 하지만 ‘늘공’은 그렇지 않다. 고한석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누가 정권을 잡든, 그 정권이 성과를 내든 말든 이들에겐 별 상관이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화 이후 모든 대통령의 고민 ‘관료 통제’

그렇기에 민주화 이후 대통령들에게 관료조직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는 매우 현실적인 문제였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의 ‘복지부동’, 김대중 대통령 시절의 ‘관료 물갈이’, 박근혜 대통령 시절의 ‘관피아’ 등은 모두 대통령의 관료 통제 문제와 직결된 사례들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1987년 민주화 이후 한국 대통령들은 불리한 조건에 직면하게 됐다. ‘87년 헌법’은 대통령 임기를 5년 단임으로 제한했다. 제한된 시간 내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데 정작 대통령이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은 많지 않다. 이 문제를 심도 있게 연구한 신현기 가톨릭대 교수는 “민주화 이후 대통령은 권한과 자원이 현저히 감소한 반면 자신을 둘러싼 의회, 대중, 정당, 미디어 등 정치제도와의 관계에서 협상의 불확실성은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무슨 말일까. 과거와 비교해 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과거 권위주의 대통령은 권위주의적 강압과 미래의 보상이라는 인센티브를 통해 관료들의 순응을 확보할 수 있었다. 대통령이 장기 집권했기 때문에 관료들은 정권 교체에 대한 불안감 없이 현재 권력에 충성하면 그 대가로 가까운 장래에 승진과 같은 보상을 받을 것이라는 믿음이 확고했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 정치권력의 교체가 현실화되자 현재 권력에 대한 복종과 미래의 보상이라는 교환관계는 더 이상 지속될 수가 없었다. 신 교수의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관료들은 독자적인 권력자원을 확보하는 것이 합리적 대안이 된다. 권위주의 대통령들이 정치권력의 영속성을 통해 ‘주인-대리인 문제’를 해결했던 데 반해, 민주화 이후 대통령들은 그런 기제가 사라지고, 이를 보완할 다른 제도적 대안이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무원의 기회주의를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라는 문제에 직면했다.”

사실 한국 대통령은 매우 어려운 자리라 할 수 있다. 기대치도 높다. 국민들은 국가적 재난이나 경제위기에 대통령이 등장해 얽히고설킨 문제를 단숨에 해결하길 기대한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의 설명처럼 박정희로 상징되는 강력한 리더십 아래 국가 주도의 경제성장에 성공했던 발전국가의 유산은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을 더 키웠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화 이후 대통령들은 시간적 제약 내에 국정과제를 성공시켜야 한다는 조급증을 갖게 됐고, 청와대 비서실로의 강력한 집권화를 추진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청와대로의 권력 쏠림 현상에 대한 대표적 비판이 바로 ‘청와대 정부’다. 정치학자 박상훈 박사는 대통령이 청와대에 권력을 집중시켜 정부를 운영하는 형태를 ‘청와대 정부’로 규정하고, 퇴행적 국정 행태라고 비판한다. 그는 대통령만 바라보는 정치는 민주정치의 기능을 해낼 수 없기 때문에 대통령이 체계적인 조직인 정부를 통해 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청와대 정부’ 담론은 문 대통령도 겨냥한다. 논리는 이렇다. 청와대 규모만 보면 이명박 대통령은 줄였고, 박근혜 대통령은 변화가 없었는데, 문 대통령은 오히려 늘렸다. 청와대 직제, 예산, 인원을 따져보면 청와대가 거대해지기 시작한 것은 박정희 대통령 때다. 대선 때 ‘민주당 정부’를 약속한 문 대통령은 청와대가 내각과 당을 이끌고 나가는 ‘청와대 정부’를 고수하고 있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이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의 뒤를 잇고 있다고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신 교수는 “여당의 역할을 강조하는 정당 책임 정부, 내각의 역할을 중시하는 책임총리 또는 책임장관은 원리적으로는 옳다”면서도 “실제 국정운영의 현실과는 일치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제한된 임기 안에 국정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대통령 입장에서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주장이다. “관료조직의 저항, 여당의 비협조, 의회관계의 비예측성, 여론의 비일관성 등 대통령이 재임 중 부닥치는 온갖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대통령 주변으로의 집권화는 대통령에게는 어쩌면 합리적 선택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고 부원장도 비슷한 설명을 한다. 그는 “청와대 정부가 문제라면 민주당 정부가 돼야 하는데, 그건 영국과 같은 의원내각제에서 가능한 얘기”라면서 “영국의 경우 총리실을 제외하고도 100여 명의 의원들이 행정부에 들어가 각 부처의 장·차관과 정책보좌관, 기조실장 등 정부의 주요 요직을 장악한다. 이게 바로 정당 정부의 모습이다. 그런데 한국은 대통령제라 정당이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했다. 

불가피한 ‘청와대 정부’ 

오히려 고 부원장은 “청와대와 행정부 관료조직 간 정책방향과 이해관계를 일치시켜야 정부가 성공할 수 있다”면서 “지금 청와대 규모로 거대한 관료조직을 장악하기엔 태부족하다. 청와대가 커서 문제가 아니라 작아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들이 이렇게 주장하는 근거는 뭘까. 신 교수에 따르면, 관료가 강한 저항을 펼칠 때 대통령이 활용할 수 있는 통제 수단은 ‘정치적 임명’과 ‘청와대 집권화’ 두 가지다. 대통령제를 갖고 있는 미국의 경우 대통령이 정무적으로 임명할 수 있는 자리는 5500여 개에 달한다. 반면 한국은 130개가 안 된다. 이 정도의 정무직 규모로 행정부의 거대 조직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긴 쉽지 않다. 

그래서 한국 대통령은 정치적 임명보다는 청와대 주변으로 권한과 인력을 집중시키는 집권화를 선호한다. 이른바 ‘청와대 정부’다. 이는 미국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미국 대통령은 우리보다 훨씬 더 크고 강한 백악관을 갖고 있다. 흔히 청와대 비서실에는 490명, 백악관 비서실에는 374명의 인원이 일해 한국의 청와대가 비대하다고 비판하는데, 이는 두 정부의 행정체계의 차이에서 오는 오해에 가깝다. 

 

“미국 백악관과 한국 청와대를 단순 비교하게 되면 중요한 사실을 놓치게 된다. 우리가 보는 백악관은 우리로 치면 청와대 비서실이다. 백악관에는 ‘대통령 집행부(Executive Office of President·EOP)’라는 거대한 정책 집행부서가 존재한다. 집권당의 ‘어공’들이 대거 들어가 있는 EOP는 각 부처의 인사권과 예산권을 갖고, 이를 기반으로 확실한 부처 장악력을 발휘하며 대통령의 핵심 공약을 추진한다. 한국과 비교하자면, 청와대 안보실과 정책실, 국무조정실 그리고 과거 기획예산처를 합친 규모다.” 고 부원장의 설명이다. 올해 8월 기준 백악관 홈페이지에 따르면, EOP엔 1800명이 넘는 인원이 있다. 사실상 백악관에는 2100명이 넘는 인원이 일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의 행정체계에서 EOP와 유사한 곳은 국무총리실과 대통령 직속 위원회라고 할 수 있다. 둘 사이의 차이는 크다. EOP 소속 공무원들은 ‘어공’이다. 정권의 성공과 이해관계가 같다. 반면 한국의 국무조정실은 ‘늘공’이 대부분이다. 고 부원장은 “국무조정실은 전체 정부 부처 중 ‘적당히’ 정신이 가장 잘 먹힐 수 있는 조건을 갖고 있다”며 “국무조정실이 놀고 있어도 부처 일은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즉 ‘어공’의 EOP는 백악관을 위해 뛸 유인이 충분하지만, ‘늘공’의 국무조정실은 정권이 아닌 자신이 파견 온 부처를 위해 뛸 유인이 크다는 지적이다. 

고 부원장은 대안으로 담대한 주장을 펼친다. 먼저 국무조정실 핵심 직위에 ‘어공’을 대거 임명하거나, 이들을 ‘어공’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제안은 일종의 ‘공공부문 환류 시스템’ 도입이다. 행정고시 출신 고위공무원단이 승진을 하려면 일정한 리스크를 지고 정당의 정책전문위원으로 들어간다. 정당의 선거 승리를 돕고, 집권 후엔 집권당의 정책을 집행하는 핵심 역할을 부처나 청와대에서 수행하게 하자는 제안이다. ​ 

※‘헛도는 청와대’ 특집 연관기사

☞[헛도는 靑②] “지금 청와대론 관료조직 장악 태부족” 

☞[헛도는 靑③] ‘책임총리·책임장관’? 국정운영 현실과 거리 멀다 

 

[헛도는 靑②] “지금 청와대론 관료조직 장악 태부족”
[인터뷰] 고한석 민주연구원 부원장 “국무조정실 ‘핵심 늘공’, ‘어공’으로 만들어야”
문재인 정부가 헛돌고 있다. 청와대는 관성에 젖은 관료 조직을 장악하지 못하고, 관료들은 정권의 성공보다 부처의 안위를 우선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그사이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주요한 민생·경제 정책들은 삐거덕거리며 당초 목표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주요 경제지표들의 추락과 함께 지지율도 동반 하락하면서 정(政)·청(靑) 간 갈등은 심화되고 불신 역시 커지고 있다. 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문제의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악마는 디테일이 아닌 ‘구조’에 있다.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을 이끄는 고한석 부원장은 “청와대와 행정부 관료 조직 간 정책 방향과 이해관계를 일치시켜야 정부가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 부원장은 “문제의 핵심은 ‘선출된 권력이 어떻게 해야 관료조직을 장악할 수 있는가’이다”라면서 “현재 청와대 규모로는 거대한 행정부 관료조직을 장악할 수 없다. 청와대가 커서 문제가 아니라 작아서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근 제기되고 있는 ‘비대한 청와대’ ‘청와대 정부’라는 비판과는 사뭇 결이 다른 주장이다. 여의도 정치권과 언론 등에서는 최근 문제의 책임을 김동연 경제부총리나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등 특정 인물에게 돌리고 있는데, 이런 문제 진단과도 분명 다르다. 

고 부원장은 민주당에서 이론과 실무를 겸비하고 있다고 인정받는 몇 안 되는 정책통(通)이다. 민주당이 선거에 빅데이터를 활용하게 이끈 장본인이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정보기술(IT) 선거 전략을 분석한 ‘빅데이터 승리의 과학’이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서울대 졸업 후 하버드대학 케네디스쿨에서 IT정책으로 학위를 받고 SK와 삼성에서 IT와 글로벌 사업 파트를 담당했다. 이후 열린우리당(현 민주당) 정책연구원 정책기획 연구원을 거쳐 정세분석국장으로 여론조사 데이터를 관리했다.​

 

문재인 정부의 민생·경제 정책이 헛돌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정책은 ‘정책입안-결정-집행’이라는 3단계에 걸쳐 이뤄진다. 한국의 경우 청와대가 하는 역할은 정책의 결정이다. 입안과 집행은 공무원 관료조직이 한다. 즉 공무원들이 청와대가 설정한 방향에 맞는 구체적인 정책을 제때 제대로 만들거나 집행하지 않으면 정책효과는 매우 떨어지게 된다. 다른 원인들도 존재하지만 현재 한국 행정체계에서 ‘정책입안-결정-집행’의 일체성이 약하다는 게 정부의 경제정책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구조적 원인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청와대 내부에서조차 ‘정책실이 헛돌고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한다. 특히 국무조정실의 ‘조정’ 기능에 대한 지적이 많다.

“국무조정실은 각 부처 공무원들이 파견 나와 일하는 곳이다. 업무를 ‘조정’한다는 말은 부처 간 이견을 조율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조정을 하는 사람이 그중 한 부처 출신이기 때문에 이해관계가 상충한다. 게다가 조정을 요구받는 부처가 반발하면 그것을 강제할 동기와 권위가 약하다. 국무조정실은 전체 정부 부처 중 ‘적당히’ 정신이 가장 잘 먹힐 수 있는 조건을 갖고 있다. 국무조정실이 놀고 있어도 부처 일은 돌아간다.”

타개할 방법은 무엇인가.

“국무조정실의 문제는 크게 직업 공무원 제도, 부처 이기주의, 국무총리 제도 등으로 요약된다. 인간은 누구나 상벌체계에 반응한다. 선출직 공무원과 그들에 의해 임명돼 일하는 ‘어공(어쩌다 공무원)’들은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면 다음 선거에서 바로 일자리를 잃는다. 그러나 ‘늘공(늘상 공무원)’들에게는 그 정도의 상벌체계가 없다.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않는 한, 그만큼의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한 별다른 상벌이 없다. 즉 누가 정권을 잡든, 그 정권이 성과를 내든 말든 이들에겐 별 상관이 없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청와대에 너무 많은 권력을 집중시켜 국정을 운영한다며 ‘청와대 정부’라 비판한다.  

“청와대 정부가 문제라면 민주당 정부가 돼야 하는데, 그건 영국과 같은 의원내각제에서나 가능한 얘기다. 영국의 경우 총리실을 제외하고도 100여 명의 의원들이 행정부에 들어가 각 부처의 장·차관과 정책보좌관, 기조실장 등 정부의 주요 요직을 장악한다. 이게 바로 정당 정부의 모습이다. 그런데 한국은 대통령제라 정당이 그렇게 할 수 없다. 핵심은 ‘선출된 권력이 어떻게 해야 행정부 관료조직을 장악할 수 있는가’다. 의원내각제에서는 의원과 당료들이, 대통령제에서는 대통령과 참모들이 행정부 관료조직을 장악하는 것이 다를 뿐 본질은 같다. 지금 청와대 규모로 거대한 관료조직을 장악하기엔 태부족하다. 청와대가 커서 문제가 아니라 청와대가 작아서 문제다.”

‘청와대 정부’는 제왕적 대통령을 더 강화하는 것 아닌가.

“제왕적 대통령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간파하지 못한 관점이다. 대통령이 제왕처럼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건 비대한 행정권력 탓이다. 강력한 손발이 있기에 대통령이 막강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오히려 청와대의 말을 손발이 잘 듣지 않으니 이들을 통제하는 척추신경을 강화해야 한다. 만약 막강한 행정부의 권력을 그대로 두고 의회가 선출한 총리가 실질적 권력을 행사한다면 제왕적 대통령과 같은 제왕적 총리의 출현을 야기할 수도 있다.”

 

우리처럼 대통령제를 갖고 있는 미국은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했나.

“미국 백악관과 한국 청와대를 흔히 단순 비교하는데, 이렇게 되면 중요한 사실을 놓치게 된다. 우리가 흔히 보는 백악관은 우리로 치면 청와대 비서실이다. 백악관에는 ‘대통령 집행부(EOP)’라는 거대한 정책 집행부서가 존재한다. 집권당의 ‘어공’들이 대거 들어가 있는 EOP는 각 부처의 인사권과 예산권을 갖고, 이를 기반으로 확실한 부처 장악력을 발휘하며 대통령의 핵심 공약을 강하게 추진한다. 한국과 비교하자면, 청와대 안보실과 정책실, 국무조정실 그리고 과거의 기획예산처를 합친 규모다. 무려 2000여 명이 활동한다. 이들 중 책임자급 몇 명만 인사청문회를 거치고 대다수 직원은 대통령이 임의로 임명한다. 이들은 정권이 바뀌면 대부분 함께 바뀐다. 즉 핵심 정책의 경우 관료조직에 의존하기보다는 대통령과 생각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직접 실행에 참여하도록 하고 관료들이 그것을 돕고 보좌하게 한 것이다.”

왜 우리는 미국 EOP 같은 시스템을 이식받지 못했나.

“이승만 정부 당시 의원내각제와 대통령제가 절충된 이원집정부제가 도입됐다. 그 결과 정당 정부라는 의원내각제의 장점도, 대통령 정부라는 대통령제의 장점도 살리기 힘든 관료 중심 정부가 만들어졌다. 1997년까지 사실상 정권교체 없이 권위주의 정권이 이어졌기 때문에 그때까진 선출직 공무원에 의한 관료조직의 통제라는 이슈가 등장할 여지가 없었다. 1997년 이후 정권교체가 빈번히 발생하면서 집권세력이 내세우는 정책 방향이 기존 관료조직의 관성과 다를 때 정부 성과의 발목을 잡는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다.”

대안은 무엇이 있나.

“개헌을 통해 국무총리제를 없애지 않는 이상 두 가지 대안이 있을 수 있다. 하나는 국무조정실을 어떻게 통제하느냐다. 국무조정실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거취가 정권의 성과와 연동되게 제도를 짜야 한다. 국무조정실 핵심 직위에 ‘어공’을 대거 임명할 수 있도록 하든지, 국무조정실 핵심 직위 신분을 ‘어공’으로 만들어야 한다. 첫 번째 방안은 미국식, 두 번째는 독일식이다. 독일 연방정부는 집권정당이 바뀌면 새로운 총리가 부처 공무원들 중 집권정당의 이념과 가까운 공무원들을 국장급 이상 고위 공무원단으로 승진시켜 함께 일한다. 대신 이들의 신분은 ‘어공’이 된다. 정권이 바뀌면 함께 사직해야 한다. 따라서 정부 정책의 성공을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 할 인센티브 기제가 생긴다. 이런 자리를 원하지 않고 오래 공무원을 하고 싶으면 중간급 공무원에 계속 머무를 수 있다.”

두 번째 방안은 뭔가.

“대통령 직속 행정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이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는 행정위원회와 자문위원회로 나뉘는데 자문위는 그야말로 자문을 하는 곳이기에 영향력이 세지 않다. 그러나 행정위는 특별한 목적을 위해 집행부서까지 가지는 ‘작은 부처’라 할 수 있다. 여기에 민간 전문가와 관련 부처들에서 파견된 공무원, 정무직 공무원이 하나의 상설조직으로 통합돼 부처의 벽을 뛰어넘는 일을 기획하고 집행한다. 현재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규제개혁위원회 두 개만 있다. 과거 참여정부가 ‘위원회 공화국’이라고 보수 언론의 공격을 받았지만 역으로 위원회가 있었기에 부처 이기주의와 안일주의를 극복하고 실제로 성과를 남길 수 있었다. 그 대표적 예가 ‘균형발전위원회’다.”

모든 정부가 관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정당들이 정책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민주당의 경우 현재 원내 정책위원회 전문위원은 16개 상임위원회별로 고작 2명씩 배치돼 있다. 그것도 보건복지위의 경우 보건 전문 1명, 복지 전문 1명으로 나뉘는 등 실제로는 분야별 1명의 전문위원만 갖춘 셈이다. 이 정도 규모로는 한 부처에 십 수년 이상 근무한 공무원들을 내용적으로 장악할 수 없다. 정책은 다른 영역과 달리 무엇보다 ‘경험적 지식’이 중요하다. 실제 정책입안-결정-집행 과정에 참여해 보지 않은 사람은 제대로 된 정책 역량을 갖추기 쉽지 않다. 능력 있는 공무원들 중에 영혼이 있는, 즉 정치적 가치관이 뚜렷하고 열정 있는 사람들을 정당의 정책전문위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독일의 경우 300여 명의 정책전문위원들이 의석 비율에 따라 각 정당에 채용돼 활동한다. 30여 명에 불과한 우리의 열 배에 이르는 수치다.”

정치는 관료를 불신하고, 관료는 정치가 무능하다고 생각한다. 

“일종의 공공부문 환류 시스템이 필요하다. 한국은 지금 행정부·정당·시민사회·학계 등 공공부문 주요 영역들 간 이동이 어려워 서로의 영역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고 불신을 조장하고 있다. 각 영역 출신들이 서로의 조직에서 일하며 이해를 높이고 경험과 역량이 골고루 배치되는 ‘회전문 인사’가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 즉 행정고시 출신 공무원들이 고위급 승진을 하려면 일정한 리스크를 지고 정당의 정책전문위원으로 일하며 정당의 선거 승리를 돕고, 집권 후엔 출신 부처로 돌아가 집권정당의 가치관에 맞는 정책을 집행하도록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가장 중요한 비판 중 하나는 “대통령밖에 안 보인다”는 것이다. 취임 이후 줄곧 적폐청산 등을 명분으로 대통령이 국정 전면에 나서면서 총리도, 장관도 그리고 여당도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가령 최근 폭염으로 인한 전기료 폭탄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대통령이 직접 나서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이 정도 사안이면 관계부처 장관이 직접 챙기는 게 맞는데, 이런 것까지 대통령이 챙기면 장관들의 존재감은 사라진다. 

그런데 관계부처가 내놓은 전기료 인하 대책은 국민 기대에 한참 못 미쳤고, 그 여파로 대통령의 지지율은 하락했다. 이처럼 대통령이 국정 전면에 나설 경우 국민들의 불만은 고스란히 대통령에게 쏠림으로써 오히려 대통령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청와대 정부’라는 비판

정치학자 박상훈 박사는 이런 식의 국정운영을 ‘청와대 정부’라는 말로 표현했다. 그가 말하는 ‘청와대 정부’는 대략 두 가지 정도의 함의를 갖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 ‘청와대 정부’는 대통령이 의회·정당 등 기존 정치제도를 거치지 않고 대중들과 직접 소통하는 ‘대중 동원식’ 국정운영 방식을 말한다. 대통령이 공식 제도를 우회해 대중과 직접 관계를 맺고, 여론의 지지를 국정운영의 압력 수단으로 삼을 경우 시민의 대표를 통해 통치하는 대의정부 원칙에 어긋날 뿐 아니라 시민사회를 대통령의 지지자와 반대자로 분리함으로써 시민사회 내부의 분열을 가속화할 수 있다. 

둘째, ‘청와대 정부’는 대통령이 국정의 모든 사안을 직접 챙기면서 대통령 주변, 즉 청와대로 인력과 권한이 집중돼 내각·여당 등을 허수아비로 만드는 국정운영을 말한다. 이는 대통령 개인이 아니라 대통령을 배출한 여당이 국정을 주도하고 다음 선거에서 그 성과에 대해 심판받는 정당 책임 정부의 원칙에 어긋난다. 무엇보다 총리도, 장관도, 여당도 청와대만을 바라보기 때문에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책임총리 또는 책임장관 공약을 껍데기로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청와대 정부’의 대안은 청와대를 슬림화하고 국정운영의 권한과 책임을 내각과 여당으로 분산해 공유하는 것이다. 이는 민주화 이후 대통령들이 공통적으로 청와대 중심의 국정운영을 하다가 실패했다는 역사적 경험을 고려할 때, 매우 그럴싸한 대안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여당의 역할을 강조하는 정당 책임 정부, 그리고 내각의 역할을 중시하는 책임총리 또는 책임장관은 원리적으로는 옳지만, 실제 국정운영의 현실과는 일치하지 않는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은 대통령의 고민이 무엇인지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시사적이다. 박 전 의원에 따르면, 청와대의 한 인사는 “대통령 말도 안 듣는다” “자료도 안 내놓는다” “조직적 저항에 들어간 것 같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대해 정부 부처가 사보타주(태업)까지는 아니더라도 매우 비협조적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이른바 정부 관료제의 저항인데, 이런 저항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극복하고 국정목표를 달성할 것인가는 민주화 이후 대통령들이 공통적으로 부닥친 문제였다. 특히 정책의 이념적 성격과 관련 없이 기존 정책으로부터 급격한 이탈을 시도하는 대통령일수록 더욱 강한 관료 저항에 부닥치곤 했다. 이때 대통령이 활용할 수 있는 관료 통제 수단은 ‘정치적 임명(political appointment)’과 ‘집권화(centralization)’ 두 가지다. 

먼저 정치적 임명은 내각의 중요 자리를 대통령 측근으로 임명함으로써 관료제를 통제하는 방식이다. 미국 대통령 사례를 보면 카터·레이건 등은 정치적 임용을 통해 내각을 통제했다. 카터 대통령은 정부 고위직 중 정치적 임용이 가능한 직위, 이른바 SES(Senior Executive Service) 직위를 신설했는데, 이는 정부 고위직에 대통령 측근을 임명함으로써 내각을 통제하기 위한 것이었다. 또 연방정부의 대폭적 축소를 시도했던 레이건 대통령 역시 행정부 예산 등을 통제하는 관리예산처(OMB) 책임자에 최측근을 임명함으로써 관료 조직의 저항을 통제했다. 

특히 미국의 경우 오랜 엽관제(선거를 통해 정권을 잡은 사람·정당이 관직을 지배하는 정치적 관행)의 전통 때문에 대통령이 행사할 수 있는 정치적 임용의 폭과 깊이가 상당하다. 이에 비해 한국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임용할 수 있는 정무직은 법률적으로 채 130석이 안 된다. 이 정도 정무직으로 행정부의 거대 조직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한국 대통령은 정치적 임명보다는 청와대 주변으로 권한과 인력을 집중시키는 집권화를 선호한다. 이는 미국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청와대는 대통령의 비서 기능과 국정운영 기능을 모두 수행하지만, 미국의 경우 비서 기능은 백악관이 맡고 국정운영에 필요한 인사·예산·법률 사항 등은 대통령 부서라고 할 수 있는 대통령 집행부(EOP)에 집중돼 있다. 이 부서는 1939년 루스벨트 대통령에 의해 처음 만들어졌고, 이후 대통령의 역할이 커지면서 지속적으로 확대됐다. 

그리고 관료제에 대한 불신이 컸던 닉슨 대통령 때 OMB가 EOP 내에 신설되면서 행정부의 조직·인사·예산 등을 통제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됐다. 이는 미국 대통령의 경우에도 관료제의 저항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임기 내에 국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대통령 주변으로 권한을 모으는 집권화가 일어났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관료 저항을 어떻게 극복할까

이른바 ‘청와대 정부’는 정당 책임 정부라는 현대 대의정부의 운영원리에는 맞지 않지만 제한된 임기 안에 국정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대통령 입장에서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관료조직의 저항, 여당의 비협조, 의회관계의 비예측성, 여론의 비일관성 등 대통령이 재임 중 부닥치는 온갖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대통령 주변으로의 집권화는 대통령에게 어쩌면 합리적 선택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은 책임총리와 책임장관을 세우고 여당과 함께 의회와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현실정치 관점에서 현실적이지 않고, 국정을 책임지는 대통령의 이해에 부합하지 않는다. 

트루먼은 루스벨트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부통령에서 갑자기 대통령이 됐다. 문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의 탄핵으로 갑자기 대통령이 됐다. 트루먼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재선에 성공했다. 그리고 1952년 대선은 공화당 후보였던 아이젠하워의 승리가 거의 확정적이었다. 자신의 후임자가 될 아이젠하워를 생각하며 트루먼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아이젠하워가 이 자리에 앉게 되겠지. 그는 이렇게 말할 거야. 이걸 해라! 저걸 해라!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야.” 

적폐청산을 들고 국민의 선택을 받았던 문 대통령도 청와대 안에서 비슷한 생각을 할 것이다. 이는 민주화 이후 대통령의 공통된 고민이었다. 현실정치의 관점에서 청와대 정부는 바람직하지는 않더라도,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 

※‘헛도는 청와대’ 특집 연관기사

☞[헛도는 靑①] “문제는 김동연·장하성이 아니다”

☞[헛도는 靑②] “지금 청와대론 관료조직 장악 태부족” 

 

 

[헛도는 靑③] ‘책임총리·책임장관’? 국정운영 현실과 거리 멀다
관료 통제 위한 ‘청와대 집권화’, 현실정치의 관점에서 봐야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가장 중요한 비판 중 하나는 “대통령밖에 안 보인다”는 것이다. 취임 이후 줄곧 적폐청산 등을 명분으로 대통령이 국정 전면에 나서면서 총리도, 장관도 그리고 여당도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가령 최근 폭염으로 인한 전기료 폭탄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대통령이 직접 나서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이 정도 사안이면 관계부처 장관이 직접 챙기는 게 맞는데, 이런 것까지 대통령이 챙기면 장관들의 존재감은 사라진다. 

그런데 관계부처가 내놓은 전기료 인하 대책은 국민 기대에 한참 못 미쳤고, 그 여파로 대통령의 지지율은 하락했다. 이처럼 대통령이 국정 전면에 나설 경우 국민들의 불만은 고스란히 대통령에게 쏠림으로써 오히려 대통령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청와대 정부’라는 비판

정치학자 박상훈 박사는 이런 식의 국정운영을 ‘청와대 정부’라는 말로 표현했다. 그가 말하는 ‘청와대 정부’는 대략 두 가지 정도의 함의를 갖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 ‘청와대 정부’는 대통령이 의회·정당 등 기존 정치제도를 거치지 않고 대중들과 직접 소통하는 ‘대중 동원식’ 국정운영 방식을 말한다. 대통령이 공식 제도를 우회해 대중과 직접 관계를 맺고, 여론의 지지를 국정운영의 압력 수단으로 삼을 경우 시민의 대표를 통해 통치하는 대의정부 원칙에 어긋날 뿐 아니라 시민사회를 대통령의 지지자와 반대자로 분리함으로써 시민사회 내부의 분열을 가속화할 수 있다. 

둘째, ‘청와대 정부’는 대통령이 국정의 모든 사안을 직접 챙기면서 대통령 주변, 즉 청와대로 인력과 권한이 집중돼 내각·여당 등을 허수아비로 만드는 국정운영을 말한다. 이는 대통령 개인이 아니라 대통령을 배출한 여당이 국정을 주도하고 다음 선거에서 그 성과에 대해 심판받는 정당 책임 정부의 원칙에 어긋난다. 무엇보다 총리도, 장관도, 여당도 청와대만을 바라보기 때문에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책임총리 또는 책임장관 공약을 껍데기로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청와대 정부’의 대안은 청와대를 슬림화하고 국정운영의 권한과 책임을 내각과 여당으로 분산해 공유하는 것이다. 이는 민주화 이후 대통령들이 공통적으로 청와대 중심의 국정운영을 하다가 실패했다는 역사적 경험을 고려할 때, 매우 그럴싸한 대안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여당의 역할을 강조하는 정당 책임 정부, 그리고 내각의 역할을 중시하는 책임총리 또는 책임장관은 원리적으로는 옳지만, 실제 국정운영의 현실과는 일치하지 않는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은 대통령의 고민이 무엇인지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시사적이다. 박 전 의원에 따르면, 청와대의 한 인사는 “대통령 말도 안 듣는다” “자료도 안 내놓는다” “조직적 저항에 들어간 것 같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대해 정부 부처가 사보타주(태업)까지는 아니더라도 매우 비협조적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이른바 정부 관료제의 저항인데, 이런 저항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극복하고 국정목표를 달성할 것인가는 민주화 이후 대통령들이 공통적으로 부닥친 문제였다. 특히 정책의 이념적 성격과 관련 없이 기존 정책으로부터 급격한 이탈을 시도하는 대통령일수록 더욱 강한 관료 저항에 부닥치곤 했다. 이때 대통령이 활용할 수 있는 관료 통제 수단은 ‘정치적 임명(political appointment)’과 ‘집권화(centralization)’ 두 가지다. 

먼저 정치적 임명은 내각의 중요 자리를 대통령 측근으로 임명함으로써 관료제를 통제하는 방식이다. 미국 대통령 사례를 보면 카터·레이건 등은 정치적 임용을 통해 내각을 통제했다. 카터 대통령은 정부 고위직 중 정치적 임용이 가능한 직위, 이른바 SES(Senior Executive Service) 직위를 신설했는데, 이는 정부 고위직에 대통령 측근을 임명함으로써 내각을 통제하기 위한 것이었다. 또 연방정부의 대폭적 축소를 시도했던 레이건 대통령 역시 행정부 예산 등을 통제하는 관리예산처(OMB) 책임자에 최측근을 임명함으로써 관료 조직의 저항을 통제했다. 

특히 미국의 경우 오랜 엽관제(선거를 통해 정권을 잡은 사람·정당이 관직을 지배하는 정치적 관행)의 전통 때문에 대통령이 행사할 수 있는 정치적 임용의 폭과 깊이가 상당하다. 이에 비해 한국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임용할 수 있는 정무직은 법률적으로 채 130석이 안 된다. 이 정도 정무직으로 행정부의 거대 조직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한국 대통령은 정치적 임명보다는 청와대 주변으로 권한과 인력을 집중시키는 집권화를 선호한다. 이는 미국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청와대는 대통령의 비서 기능과 국정운영 기능을 모두 수행하지만, 미국의 경우 비서 기능은 백악관이 맡고 국정운영에 필요한 인사·예산·법률 사항 등은 대통령 부서라고 할 수 있는 대통령 집행부(EOP)에 집중돼 있다. 이 부서는 1939년 루스벨트 대통령에 의해 처음 만들어졌고, 이후 대통령의 역할이 커지면서 지속적으로 확대됐다. 

그리고 관료제에 대한 불신이 컸던 닉슨 대통령 때 OMB가 EOP 내에 신설되면서 행정부의 조직·인사·예산 등을 통제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됐다. 이는 미국 대통령의 경우에도 관료제의 저항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임기 내에 국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대통령 주변으로 권한을 모으는 집권화가 일어났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관료 저항을 어떻게 극복할까

이른바 ‘청와대 정부’는 정당 책임 정부라는 현대 대의정부의 운영원리에는 맞지 않지만 제한된 임기 안에 국정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대통령 입장에서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관료조직의 저항, 여당의 비협조, 의회관계의 비예측성, 여론의 비일관성 등 대통령이 재임 중 부닥치는 온갖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대통령 주변으로의 집권화는 대통령에게 어쩌면 합리적 선택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은 책임총리와 책임장관을 세우고 여당과 함께 의회와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현실정치 관점에서 현실적이지 않고, 국정을 책임지는 대통령의 이해에 부합하지 않는다. 

트루먼은 루스벨트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부통령에서 갑자기 대통령이 됐다. 문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의 탄핵으로 갑자기 대통령이 됐다. 트루먼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재선에 성공했다. 그리고 1952년 대선은 공화당 후보였던 아이젠하워의 승리가 거의 확정적이었다. 자신의 후임자가 될 아이젠하워를 생각하며 트루먼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아이젠하워가 이 자리에 앉게 되겠지. 그는 이렇게 말할 거야. 이걸 해라! 저걸 해라!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야.” 

적폐청산을 들고 국민의 선택을 받았던 문 대통령도 청와대 안에서 비슷한 생각을 할 것이다. 이는 민주화 이후 대통령의 공통된 고민이었다. 현실정치의 관점에서 청와대 정부는 바람직하지는 않더라도,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 

※‘헛도는 청와대’ 특집 연관기사

☞[헛도는 靑①] “문제는 김동연·장하성이 아니다”

☞[헛도는 靑②] “지금 청와대론 관료조직 장악 태부족” 

2018년 11월 1일 목요일

[경향/김준형] 미국 중간선거와 한반도평화

공감하지만 불안함을 떨칠 수 없다. 국제사회가 지금처럼 일방주의적인 때가 있었던가?

[정동칼럼]미국 중간선거와 한반도평화
미국 중간선거가 코앞이다. 패권국가 미국 국력의 절대성이 꾸준히 감소해오긴 했으나 2차대전 이후 세계질서를 관장해온 그들의 선거는 결코 남의 일로 치부할 수 없다. 한반도 문제가 미국 선거, 특히 국내이슈 위주로 치러지는 중간선거에선 큰 변수가 못 되지만, 반대로 결과가 한국에 끼치는 영향은 크다. 게다가 비핵화 및 평화프로세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할 때 우리의 눈길이 쏠릴 수밖에 없다. 9월 평양정상회담으로 긴 교착상황을 끝내고 새로운 돌파구로 가는 듯했지만, 다시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는 시점이라 더 촉각을 곤두세우게 된다.


미국 정치에서 중간선거는 집권정부에 대한 평가의 의미가 있고, 이는 곧 대통령에 대한 ‘재신임 묻기’라는 인식이 있지만 대부분 집권당의 패배로 결론난다. 부시와 오바마 정부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오바마는 중간선거에서 기록적인 참패를 당하고 상하 양원을 모두 내줬지만 재선에는 성공했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시나리오는 하원은 민주당에 내어주고, 상원 다수당은 유지한다는 것이다. 2차대전 이후 대통령의 지지율이 50% 이하일 경우 집권당이 하원에서는 평균 36석을 잃었고, 최근 3차례 중간선거에서 상원은 평균 6석을 잃었다. 트럼프의 지지율이 40% 내외를 오간다는 것을 감안하면 양원을 다 잃을 수 있는 통계지만 6년 임기의 상원의원이 35명만 교체되는 가운데 주로 민주당에서 수성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트럼프의 행운이 과거 통계를 빗나가게 만들 것 같다. 또한 지난번 대선에서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빗나가게 한 것이 트럼프를 지지하지만 투표장 갈 때까지 드러내지 않는 소위 ‘샤이 트럼프(Shy trump)’ 비중이 최소 5%라고 할 때 이번 선거는 트럼프의 패배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결과를 낼 가능성이 매우 크다.

지난 2년간 겪어본 트럼프는 모든 미국인의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지도자가 아니다. 반대로 분열구도를 만들어 싸움을 붙이고, 거기서 자신의 하드코어 지지자들만 만족시키는 방법으로 권력을 거머쥐었고, 또 유지하고 있다. 더불어 현 지지율이 의외의 승리를 가져다준 대선 당시와 큰 변화가 없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렇기에 하원을 잃을 경우 예산통과에 어려움을 겪거나 탄핵정국으로 넘어가 발목을 잡더라도 트럼프는 개의치 않고 자신만의 어젠다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 맥락에서 일부에서 제기하는 북·미관계에 대해 정치적 입지를 만회하기 위해 강경노선으로 돌아갈 것이라기보다는 자기가 이룬 유일한 외교적 성과라는 점에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가능성이 더 크다. 여기에 기대를 건다. 다만 트럼프가 중장기적 관점보다 현재적 시점에서 얼마나 유리하고, 이길 수 있는가에만 관심이 있다는 점에서 불안하다. 그러나 바로 그런 특성 때문에 트럼프가 미국 내 기성질서를 극복하고 여기까지 왔다는 점도 사실이다. 

이것이 평양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판을 키운 이유 중 하나이다. 먼저 종전선언과 핵신고서 제출이라는 교환방정식에 핵프로그램의 일부 조기폐기와 제재완화를 추가함으로써 교환조건을 확대시켰다. 선(先)비핵화만 고집하는 미국 내 강경파들이 득세하는 상태에서 북한이 전면신고를 하더라도 불성실신고로 규정할 것이 뻔하기에 트럼프의 구미가 당길 만한 과감한 선제조치를 약속한 측면도 있다. 두 번째 판은 문재인 대통령이 키웠다. 한반도평화프로세스의 실현에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인 비핵화는 현재 미국이 열쇠를 쥐고 있으나 변덕 많은 트럼프만 믿고 있을 수 없다는 점에서, 한반도평화프로세스의 절박성과 당위성을 유엔에 직접 호소하고, 유럽순방에서도 역설하였다. 그리고 교황 방문을 통해 재차 국제여론에 호소하겠다는 계획이 진행 중이다.

미국의 중간선거 이후 한반도평화프로세스는 어떻게 될 것인가? 국내정치 일정으로 말미암아 미뤄진 탓도 있지만, 강경파들을 중심으로 북한의 양보에 오히려 피냄새를 맡은 맹수처럼 더 밀어붙여 항복을 얻어내려는 미국은 협상의 원칙과 신의를 망각한 강자의 횡포를 부리고 있다. 어렵게 되살린 기회를 다시 잃어버릴 수는 없다. 현재 백악관 내부에서조차 조율된 입장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실현 가능한 로드맵조차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미국이 오히려 한국에는 자기 방식만 강요하려는 최근 행보에 우린 당당하게 나갈 필요가 있다. 결국 한반도는 우리 것이고, 우리가 평화하자는 데 외부자들의 도움은 고맙지만 방해는 사양한다는 결심으로 묵묵히 길을 가기를 바란다. “쫄지 마! 대한민국!”이라고 외치며 힘을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