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19일 토요일

한국 여성고용 최악: 차별과 무관심


한국 여성고용 최악… "차별과 무관심"

(서울=연합뉴스) 권혁창 오예진 기자 =
입력시간 : 2013.01.20 06:02:43

한국 여성 고용의 질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악의 수준인 것은 여성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제도적 무관심이 근절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은 입사 과정에서 남성에 비해 차별을 당하는 경우가 많고, 좋은 직장에 취업하더라도 결혼과 출산을 겪으며 경력이 단절되기 일쑤다.

전문가들은 여성인력의 활용성을 높이고 고용의 질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제도적 뒷받침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 OECD내 고학력 고용률은 최저ㆍ임시직 비중은 최고

20일 OECD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고등교육기관을 졸업한 국내 고학력 여성고용률은 2011년 60.1%로 OECD 평균인 78.7%와 큰 격차를 보였다. 이는 비교 가능한 OECD 33개국 중 가장 낮은 비율이다.

반면, 국내 고학력 남성고용률은 89.1%로 OECD 회원국 평균 87.6%보다 높았다.

고학력 여성의 고용률이 낮은 것은 공공기관이나 대기업 상황을 봐도 여실히 드러난다.

국제의원연맹(FIU)에 따르면 제19대 국회기준으로 한국의 여성 국회의원은 전체 의원의 15.7%(47명)다. 이는 세계 190개국 가운데 105위이고 북한(106위)과 비슷한 수준이다.

또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국내 공공기관 임원 중 여성 비율은 9.1%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절반 이상의 공공기관에서는 한 명의 여성임원도 존재하지 않았다.

금융투자업계에서 꽤 큰 기업 규모를 가진 국내 10대 증권사도 여성 임원의 비중은 전체의 1.5%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고용 중 여성 임시직이 차지하는 비율은 한국이 27.7%로 OECD 회원국 평균(12.5%)을 크게 웃돌았고, 비교 가능한 22개 회원국 중에서도 가장 높았다.

여성 임시직 근로자 수도 계속 늘어 1990년 165만9천명에서 2011년에는 289만5천명으로 74.5%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남성 임시직근로자는 151만2천명에서 209만5천명으로 38.6% 증가에 그쳤다.

여성정책연구원 김태홍 본부장은 "OECD에서 임시직을 분류하는 기준이 국내와 달라 좀 더 작게 집계된 측면이 있는데 실제로 여성 임시직 비율은 전체 여성 고용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 첫 입사때도, 재취업때도 '차별'시달려

한국 여성 고용의 질이 다른 국가와 비교해서 현저히 떨어지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가부장적 문화가 잔존하는데다 제도적 뒷받침도 부족한 데서 원인을 찾았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과거와 비교해 많이 높아졌고 표면적으로는 양성평등 사회에 도달한 듯하지만 현실에서는 아직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한국노동연구원 금재호 선임연구위원은 "사회문화적으로 '여성 상위 시대'가 됐다고 하지만 취업 전선에서는 일부 대기업과 공공기업을 제외하면 여성에 대한 차별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 김정숙 회장은 "채용에서 남성을 우대하는 관행이 아직까지 상당 부분 유지되고 있고 여성에 대한 근거 없는 편견도 많아 채용 과정에서 실력과 관계없이 '남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합격이 결정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고 언급했다.

또 여성은 어렵게 직업을 구하더라도 그 직업을 유지하기보다는 경력의 단절을 겪는 경우가 많다.

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11년 한국의 25∼29세 여성 고용률은 72.6%지만 35∼39세 여성 고용률은 56.1%로 급격히 하락한다.

김 본부장은 "30대는 결혼·출산·육아로 인해 상당수의 여성이 경력 단절을 겪고 특히 고학력 여성은 출산·육아기에 퇴직한 이후 더 이상 노동시장에 재진입하지 않는 특징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여성은 재취업에 성공해도 그 지위나 업무 환경은 예전보다 못하게 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김 회장은 "출산 후 여성은 재취업이 매우 힘들어 전문직에 있던 여성도 비정규직이나 임시직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고 진단했다.

◇제도적 뒷받침 시급

전문가들은 여성 고용의 질이 앞으로도 급격히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국가의 경제성장률(GDP)이 연간 4∼5%에 이르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2~3%대에 머무는 '저성장' 시대에 돌입해 전반적인 고용률도 크게 나아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의 금재호 선임연구위원은 "경기 침체가 지속됨에 따라 기업에서도 고용에 적극 나서기 힘들 것이고 채용을 하더라도 비정규직이나 남성 위주로 진행돼 당분간 여성 고용률은 질과 양에서 모두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여성 고용의 질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제도적 뒷받침이 가장 중요하고 시급하다는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집중됐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김태홍 본부장은 "정부 정책이 보육이나 고용 어느 한 쪽에 치우치기 보다 양쪽을 모두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여성 고용의 질이 나아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기업의 모성보호 환경 조성을 위해 정부 지원이 강화돼야 하고 어린 자녀가 있는 여성의 고용유지율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 김정숙 회장은 "가부장적 문화로 인한 고용에서의 편견과 차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양성평등 교육을 강화하고 '의무적 여성 임원 할당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노르웨이는 공기업과 상장기업에서 이사진의 40%를 여성에게 할당하도록 한 결과, 세계에서 여성의 고위직 진출이 가장 많은 국가 중 하나"라며 한국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제도개선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13년 1월 14일 월요일

[경향신문] 세습사회의 오늘/ 김민아

2006년 2월 외국 기자들과 터키 이스탄불을 방문했다. 일정 가운데 70여개 기업을 거느린 거대그룹 회장과의 간담회가 있었다. 50대로 보이는 여성 총수의 영어 실력은 원어민이라 해도 믿을 정도였다. 재벌이라 그렇겠거니 여겼다. 아니었다. 다른 자리에서 만난 관료와 교수, 언론인도 영어 실력이 탁월했다. 나중에 물어보니 ‘살 만한’ 집 자녀들은 대부분 외국어로 가르치는 사립고교를 졸업한 뒤 현지의 외국계 대학에 진학하거나 해외 유학을 떠나는 게 관행이라고 했다. 반면에 평균적인 고교 졸업률은 해당 연령대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고 했다. 교육이 계층이동의 사다리가 아니라 계층을 공고화하는 장벽이 되고 있었다. 이상한 나라, 라고 생각했다.

7년이 흘렀다. 이스탄불에서 비행기로 10시간 걸리는 대한민국도 터키를 닮아가고 있다. 어린 시절을 청와대에서 보낸 영애(令愛)는 아버지의 ‘잘살아보세’ 구호를 외치며 청와대로 돌아갈 예정이다. 차기 정부의 요직으로 가는 길목은 ‘박정희 키드’가 선점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서승환·장순흥·안상훈 위원과 대선 이후 최대 미스터리의 주인공이 된 최대석 전 위원이 ‘유신 2세’다. 정계만 이런 것도 아니다. 개교한 지 30년도 안된 대원외국어고 출신 현직 판검사 수가 개교 100년이 넘은 경기고 출신을 앞질렀다. 부모의 재력과 정보력으로 무장한 아이들이 파워엘리트로 성장하는 사이, 해마다 3만명이 넘는 고교생은 학교를 떠나고 있다. 뭐가 새로운 얘기냐고 시덥잖아 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몇 해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딸에게 직장을 ‘선물’했다가 국사 교과서에나 등장하던 ‘음서’(고려시대의 특권적 채용제도)를 포털 검색어 순위에 올려놓은 일도 있었으니.

신(新) 세습사회가 만개했다. 가진 것 없는 부모들은 자식에게 미안한 시대다. 특히 50대 후반 이상에겐 ‘철없는 운동권’의 대명사이고 20~30대에겐 ‘이기적 변절자’의 상징인 386세대는 미안함을 넘어 죄스러워해야 할지 모른다. 386세대의 상당수가, 그토록 증오하던 독재자 덕분에 계층상승을 이뤘기 때문이다. 한 지인이 그런 예다. 그는 고등학교 때 아버지를 잃었다. 위로 언니와 오빠가 있었다. 지금처럼 사교육이 기승을 부렸다면 대학 문턱도 밟기 어려운 처지였다. 학살을 저지르고 권좌에 오른 독재자가 과외금지라는 ‘포퓰리즘’적 조치를 취하는 바람에 ‘교과서 위주로 충실히 예습·복습해’ 대학에 갔다. 졸업 후 대기업에 입사했고 거기서 미래의 남편을 만났으며 지금도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에서 일하고 있다. 여고 시절의 한 급우는 조금 다른 경우다. 모 재벌가의 셋째딸이었는데, 조개탄 난로 피우는 교실에서 함께 도시락 먹고 자율학습을 했다. 지금 같으면 이 친구가 서울 강북의 평범한(사실은 열악한) 일반고에 다녔을 리 없다. 외국어고나 자율형 사립고, 최소한 강남의 명문고를 택했을 것이다. 조기유학을 떠났을 수도 있겠다.

요즘 10대들에게 장래 희망을 물어보면 ‘○○○이 되고 싶기는 한데요, 저는 안될 것 같아요’라는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노벨상 수상 정도는 꿈꿔야 할 푸른 나이에 세상을 향해 금을 그어버리다니. 계층상승과 소셜믹스의 신화가 무너진 자리는 참혹하다. 2000년 헌법재판소가 과외금지에 위헌을 선고할 때 유일하게 반대(합헌)의견을 낸 이영모 전 재판관의 말을 곱씹어본다. “과외는 교육을, 사회적 불평등을 고착화하고 후대에까지 세습하는 수단으로 전락시킬 것이다.” 13년 전 경고는 적확했다. 위헌 결정을 뒤집자고 하는 얘기가 아니다. 비상한 각오로 세습사회를 완화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출발점은 가난한 아이들, 부모의 보살핌이 부족한 아이들에게 좋은 대학에 가는 길을 넓혀주는 데 있다. 대학 졸업장 없이도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게 이상적이지만, 당장은 가능한 일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다. 사교육을 받지 않고는 입학하기 힘든 외고·국제고·자사고 체제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대입 전형을 단순화하고 지역·기회균형선발 비율을 대폭 늘려야 한다. 부모나 전문가 도움 없이 준비하기 어려운 수시모집과 입학사정관제 전형을 축소하고, 논술 가이드라인도 부활시켜야 한다. 특별히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교육에 조금만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떠올릴 만한 해법이다. 문제는 실천이다. 세습사회의 도래가 내심 반가울 기득권층은 변화를 반대하거나 최소한 외면할 것이다. 덜 배우고 덜 가진 부모들이, 먹고사는 일이 힘겹더라도, 어깨를 겯고 정부와 국회를 압박해야 한다. 노후자금 털어 자녀 사교육에 퍼붓는 식의 각개약진으로는 백전백패다.

터키 얘기로 돌아가자. 지난해 이내찬 한성대 교수가 발표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삶의 질 구조에 관한 연구’를 보면, 한국의 삶의 질 순위는 34개 회원국 중 32위다. 한국 뒤에 있는 나라는 터키와 멕시코뿐이다. 세 나라는 모두, 부자는 점점 더 부유해지고 빈자는 점점 더 가난해지는 병을 앓고 있다.

김민아 논설위원

2013년 1월 7일 월요일

New microeconomic theory textbook


Microeconomic Foundations I: Choice and Competitive Markets

 By David M. Krep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