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24일 목요일

[한겨례사설] 전교조를 법 밖으로 쫓아낸 '야만 정부'

정부가 24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노조 아님’을 통보했다. 부당 해고된 조합원 9명을 핑계 삼아 14년간 합법적 지위를 유지해 온, 6만 조합원의 전교조를 하루아침에 법의 울타리 밖으로 쫓아내고 만 것이다.

거듭하는 얘기지만, 해직교사를 조합원으로 인정하지 않은 노동조합법 시행령은 시대착오적이며,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본질적인 내용 침해 금지와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다. 일반 사기업은 물론, 공공기관 및 공기업의 모든 산별 노조에서는 예외 없이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을 인정하고 있다. 유독 전교조만 해직자의 조합 가입을 문제 삼는 것은 분명 평등원칙에 위배된다.

정부의 이번 조처로 국제적인 망신살이 뻗쳤다. 이미 국제노동기구(ILO)의 긴급개입,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노동조합자문위원회와 국제교원연맹(EI)의 항의 서한 등 국제적 비난이 쏟아졌다. 더 나아가 이들 국제기구는 ‘전교조 노조 설립 등록 취소 및 한국의 제반 노동기본권 탄압 상황’을 조사하기 위한 ‘국제 공동조사단’ 파견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선진국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우리나라가 인권 탄압을 일삼는 아프리카의 어느 후진국쯤으로 전락하고 만 느낌이다. 오죽했으면, 무늬만 인권위원회라고 비판받아 오던 국가인권위원회조차 성명을 내어 정부의 법외 노조 통보를 뜯어말렸겠는가.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가 무리수를 두는 건, 박근혜 대통령의 독선과 편견을 떼어놓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박 대통령은 2005년 12월 당시 한나라당 대표 시절에 전교조를 ‘한 마리 해충’에 비유해 전교조에 강한 적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또 교원노조 탄압은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이어받은 것이어서 ‘부전여전’이라 할 만하다. 우리나라 최초의 교원노조는 1960년 4·19 직후 설립됐으나, 5·16 쿠데타 세력은 교원노조를 정권에 비판적이라는 이유로 강제 해산하고, 교사 1500명을 용공으로 몰아 교단에서 쫓아내는 만행을 저지른 바 있다.

하지만 전교조를 법외노조화한다고 전교조 자체를 없앨 수는 없다. 전교조는 조합원의 80.96%가 참가한 총투표에서 68.59%가 해직교사를 조합원으로 껴안고 가는 길을 선택했다. 대다수 조합원들이 불이익을 받더라도 정부의 부당한 간섭을 거부하고 노동조합을 지켜내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기 바란다. 법외 노조 통보를 취소하고, 국정 기조 전반을 다시 가다듬어야 할 때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박근혜 정부는 범국민적인 거센 저항에 직면할 것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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