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24일 목요일

[한겨레기사] 김종인 “재벌 도와주면 경제 성장? 잘못된 정책 여전”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후보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낸 김종인(75) 전 의원이 재벌에 의존한 경제성장률 높이기 신화에서 벗어나 2%대 성장에서도 조화로운 사회를 만드는 데 경제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 30년 전 전두환 대통령 시절에 만들어진 경제민주화 헌법 조항에 대한 인식조차 부족하다고 쓴소리를 했다.
김 전 의원은 2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25차 동반성장포럼에서 ‘한국경제가 나아갈 길’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역대 대통령들은 모두 ‘박정희의 성장 컴플렉스’에서 벗어나지 못해 너도 나도 성장률을 높일 수 있다는 과대망상증에 사로잡혀 있다”면서 “우리 경제의 현실에서는 3%대 성장도 힘들고 오히려 2.5% 정도의 성장이 정상”이라고 말했다. 동반성장포럼은 정운찬 전 총리가 주도하는 동반성장연구소가 주관하는 행사다.
김 전 의원은 대선에서는 박근혜 후보의 대표공약인 경제민주화를 입안하는 등 핵심 역할을 했지만 대선 이후 박 대통령이 사실상 경제민주화 공약을 파기하면서 관계가 멀어졌다.
“이젠 성장 컴플렉스 벗어나야
2.5%대로도 조화로운 사회 가능
경제민주화 헌법조항 30년 돼가는데
박근혜 대통령 제대로 인식 못해”
김 전 의원은 “의사의 진단과 처방이 잘못되면 환자가 나을 수 없듯이, 경제정책 수립자들이 잘못하면 경제가 발전할 수 없다”면서 “정부가 재벌을 도와주면 높은 성장을 할 수 있다는 잘못된 정책 때문에 외환위기를 자초했는데, 지금도 그런 잘못을 지속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최근 독일을 방문했다가 한국이 연간 3%의 성장을 지속하면 2030년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를 달성할 것이라는 예측 자료를 보았는데, 개인적으로는 한국이 연간 3% 성장을 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면서 “선진국들은 성장률이 우리보다 낮아도 조화로운 사회를 이뤘듯이, 한국도 4% 성장에 연연하지 말고 2.5%대 성장을 하더라도 안정과 조화를 이룩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전 의원은 “2012년 (박근혜 후보가) 경제민주화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원점으로 돌아왔다”면서 “대통령이 이에 대한 확실한 신념을 가져야 하는데, 1987년 전두환 전 대통령이 헌법에 경제민주화 조항(119조2항)을 넣은 지 30년 가까이 흘렀는데도 아직 제대로 인식을 못하고 있다”며 박 대통령을 비판했다. 이어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려면 리더의 결심이 중요한데 우리는 불행히도 그런 리더를 갖지 못하고 있다”고 탄식했다. 그는 “정치권이 경제민주화를 못하면 결국 국민이 직접 경제민주화를 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다만 그렇게 될 경우 사회적 비용이 커지는 게 부담”이라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최근 최대 이슈인 노동시장 구조개편과 관련해서 “(정부가) 소수 강경 노조의 모습만 부각시키며 노동시장 유연화를 추진하는 것은 대한민국 전체 노동시장의 모습을 제대로 보지 않고 잘못된 처방을 내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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