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23일 토요일

[법륜스님] 네 마음이 어떤데?

한겨레 -> 휴심정에 올라온 법륜스님 글: 원본 링크  http://well.hani.co.kr/434315?_fr=mb2

달마대사가 중국에 왔을 때 양무제가 인도에서 도인이 왔다 하니까 당연히 궁중으로 초빙해 식사대접을 하고 나서 물었어요. “지금 이 나라 불교 상황은 어떻고, 제가 절을 몇 백 개 짓고, 탑도 세우고, 경전도 번역하고, 스님들도 교육시켰습니다. 이 정도면 공덕이 얼마만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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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대사와 양무제

달마대사가 딱 한 마디로 “무!” 이랬어요. 양무제는 화가 확 올라오지만 그래도 도인이라니 “너 누구냐?” 하고 물었어요. 속마음은 ‘도대체 네가 누구인데 그렇게 말을 함부로 하느냐?’ 이 말이죠. 달마대사가 “나도 모르오” 했어요. 임금이 참다못해 감정이 폭발해서 칼을 빼려고 했어요. 절을 몇 백 개나 지은 불자가 제 맘에 안 든다고 칼을 빼 고승을 죽여 버리려고 하는 그게 그 사람의 수준이지요. 그건 불자가 아닙니다. 어떻게 제 마음에 안 드는 말을 한다고 큰스님을 죽이려 합니까? 절만 지으면 불자입니까? 탑만 세우면, 경전만 유포하면 불자입니까? 마음을 닦아야 불자이지요.

그래서 달마대사는 양나라를 떠나 소림사에 가서 침묵했단 말이에요.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달마권법 가르쳐 달라, 산스크리트어 가르쳐 달라, 경전 번역해 달라, 전부 다 무엇인가를 얻으러 왔는데 이 깨달음의 법은 줄래야 줄 게 없으니까 침묵할 수밖에. 사람들은 얻으러 와서 못 얻으니까 결국 하루 만에 가는 사람도 있고, 한 달 만에 가는 사람도 있고…….

9년을 침묵하니까 수많은 사람이 왔다가 다 떨어졌어요. 그 가운데 오직 한 사람만이 안 가고 대사가 일하면 자기도 같이 일하고, 참선하면 같이 참선하고, 밥 먹으면 같이 밥 먹고, 아무 말도 안 하고 늘 같이 있는 거예요. 온갖 떨거지가 다 떨어져나갔는데 오직 한 사람이 안 가고 있으니까 9년이 지난 어느 날 대사께서 물어봤어요. ‘너는 왜 왔니?’ ‘안심입명의 도를 얻으러 왔습니다.’ ‘네 마음이 어떤데?’ ‘예, 제 마음이 심히 불안합니다.’ ‘그래? 불안한 마음 이리 내놔라. 내 편안하게 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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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먼저 돌아봐야 깨달음도 얻을 수 있다. 이미지 출처 : EBS

불안한 마음 내어 놓으려면 어디를 봐야 해요? 자기를 봐야 되겠죠? 한참 후에 ‘내놓을래야 내 놓을 게 없습니다’ 했어요. 그래서 대사께서 ‘내 이미 네 마음을 편안하게 했도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여기서 스승은 밖으로 향한 제자의 눈을 안으로 돌려준 거예요. 눈이 안으로 향했을 때 이미 편안해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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