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23일 목요일

[한겨레/아침햇발] 애국가와 난지도/김의겸

정말 애국가 노랫말을 쓴 이가 친일파 윤치호일까. 어느 시민단체가 그 증거를 찾기 위해 이달 말 미국 에머리대를 방문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접한 뒤 의심이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아직은 갑론을박 단계라고 하지만 걱정이 쉬 가시지는 않는다. 작곡가 안익태가 이미 <친일인명사전>에 오른 판에 작사자마저 그렇다면, 우린 도대체 애국가를 어떻게 대접해야 하는가.

첫째는 부정이다. 애국가를 국가의 지위에서 끌어내리는 거다. 우리의 순정이 배신당했으니, 냉정하게 돌아서면 그만이다. 이석기 의원이 “애국가는 국가가 아니다”라고 한 것도 이런 정서를 깔고 있었던 건 아닐까 짐작해 본다. 둘째는 타협이다. 박지향 서울대 교수처럼 나라 잃은 지식인 윤치호의 고뇌를 감싸주는 거다. “대일협력에 이르는 길은 전통적으로 이해되어온 것보다 훨씬 복잡했고, 그 동기는 일신상의 영화보다 훨씬 다양했다”고 인정해주는 거다.

둘 다 내키지 않는다. 전자는 너무 단순하고, 후자는 너무 혼돈스럽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데 문득 난지도가 떠오른다. 쓰레기 더미 위에 흙을 갖다 붓고, 나무를 심고, 물길을 냈다. 철 따라 꽃이 피고 새가 깃들이기 시작했다. 고였던 악취는 쏟아부은 땀으로, 스며나오던 침출수는 수고로운 눈물로 씻겨나갔다. 난지도를 덮어버린 억새풀 군락에서 생명의 위대함을 느꼈다면, 그건 쓰레기 위이기에 더 각별했을 게다.

애국가도 마찬가지다. 설사 작사자의 훼절이 당혹스럽더라도 우리는 압도적인 기억을 축적했다. 1919년 3월1일 일제의 총칼에 도륙을 당하면서도 우리의 백성은 애국가를 불렀다. 임시정부 국무원들은 매일 아침 ‘동해물과 백두산이~’를 합창한 뒤 일을 시작했다. 이한열 열사 장례식 때 신촌에서 시청까지 백만 인파가 목이 터져라 부르고 또 불렀던 노래다. 그렇기에 이제 우리는 윤치호 따위에 연연하지 않는다. 그의 변절에 아파할 필요도 없다.

대한민국의 역사도 그렇다. 친일과 독재라는 생채기가 있지만, 아픔을 다독거리며 새살을 돋게 했다. 오히려 지금의 자긍심은 과거의 남루함이 있었기에 더 빛이 난다. 초라한 현실 앞에서 우리가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길은 그 곤궁함을 ‘부정’하거나 ‘타협’을 통해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끊임없이 고쳐나가려는 용기만이 우리를 약속의 땅으로 데려다주는 법이다. 시인 김수영이 ‘역사는 아무리 더러운 역사라도 좋다. 진창은 아무리 더러운 진창이라도 좋다’(<거대한 뿌리>)고 노래한 것도 그런 까닭일 게다.

반면, 북한은 정통성을 자랑하며 국가의 기틀을 세웠건만, 나무 한 그루 서 있기 힘겨운 민둥산이 돼버렸다. 김일성이 겨우 나이 스물에 친구 아버지가 사준 총 40자루를 들고 항일유격대를 만들었을 때(김명호 교수의 북-중 교류 60년) 그보다 빛나는 청춘이 어디 있었겠는가. 지금의 초라한 성적표는 인민의 창조성과 자발성을 백두혈통의 울타리 안에 가둬버린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경계해야 할 것은 과거의 뒤틀린 역사에서 연유하는 독소다. 난지도 곳곳에는 파이프가 묻혀 있다. 새나오는 메탄가스를 모아 발전소로 보내기 위한 시설이다. 그걸 덮어버리면 고이고 썩어서 성냥불 하나로도 폭발하기 마련이다. 우리도 역사의 환부를 정교하면서도 조심스럽게 치료해 나가야 한다. 아픈 곳을 덮어버리는 건 말기 암 환자에게나 하는 법이다. 설사 윤치호 작사가 확인되더라도 애국가는 ‘마르고 닳도록’ 우리 곁에 있을 것이다. 김수영 시처럼 우리에겐 ‘놋주발보다도 더 쨍쨍 울리는 추억’이 있고, ‘내가 내 땅에 박는 거대한 뿌리’가 있기 때문이다.

김의겸 논설위원 kyummy@hani.co.kr

2014년 1월 22일 수요일

[한겨레: 정석구 칼럼] 경제 쏠림, 공멸의 길로 가고 있다

최근 보도된 '삼성·현대차그룹 쏠림' 현상에 대한 반응은 우리 사회의 이념적 스펙트럼만큼이나 다양했다. 통계에 대한 해석에서부터 해법까지 제각각이었다.
삼성·현대차 쏠림 현상은 우리 경제가 처하고 있는 현실과 문제점, 그리고 과제가 무엇인지를 응축적으로 보여준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기관인 시이오(CEO)스코어에 따르면,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의 2012년 매출액 합계는 476조원으로 규모만 단순 비교할 경우 국내총생산(GDP)의 35%에 이른다. 이 비율이 2008년에는 23.1%였던 점에 비춰 보면 두 그룹으로의 쏠림 현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왜 경제 쏠림 현상이 이처럼 심해졌을까. 그 원인을 정확히 계량하긴 쉽지 않겠지만 정부의 대기업 편향적 경제 정책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이명박 정부 때의 고환율 정책이나 감세 정책은 재벌에 직접적인 혜택을 주었다. 이명박 정부 5년 동안의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2.9%로 부진했지만 삼성그룹 매출액은 51.7% 늘었고, 현대차그룹은 76.2% 증가했다. 또 이 기간 중 삼성전자의 세액공제금액은 무려 6조7113억원이었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기업 세액 공제액의 16.7%나 된다. 이런 정책적 배려 외에 휴대폰이나 자동차 등을 세계 일류 제품으로 만든 해당 기업의 피나는 노력도 기업 성장에 큰 기여를 했음은 물론이다.
이런 쏠림 현상이 우리 경제 성장에는 어떤 영향을 주고 있을까.
이를 실증적으로 검증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간접적인 방법으로 확인할 수는 있다. 지난해 <경향신문>이 국내 500대 기업을 전수 조사해 분석한 자료를 보면, 2012년 이들 기업의 노동소득분배율(인건비/영업이익 + 인건비 x 100)은 53.7%였다. 그런데 이를 20대 기업으로 압축했을 때는 49.9%로 줄었다. 대기업일수록 총부가가치에서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인건비 비율이 더 낮아진 것이다. 물론 대기업일수록 자본 투입 비중이 높아 노동소득분배율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긴 하다. 하지만 프랑스 등 선진국의 경우 노동소득분배율이 60~70%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가 지나치게 낮은 건 사실이다. 이는 우리의 경우 기업 수익 증대가 노동자 소득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걸 의미한다. 더 이상 '낙수효과'를 기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대기업 쏠림 현상 심화는 노동소득분배율을 저하시켜 소득 불평등 심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리고 소득 불평등이 심화할수록 소비가 위축된다. 소비성향이 높은 소득 하위 계층의 소득이 줄어들면 당연히 이들의 소비가 줄고 전체 소비 또한 감소하기 때문이다. 결국 경제 쏠림은 소비를 위축시켜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1999년부터 노동소득분배율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경제성장률도 동시에 하락하고 있음은 이를 입증한다.
경제 성장이 일정 단계에 이르면 성장률 하락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우리의 최근 경제성장률은 그런 식으로 둘러댈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났다. 2012년의 경우는 경제성장률이 2.0%까지 하락했는데, 경제 규모 10위권인 나라의 성장률 순위가 세계 100위권 밑으로 추락했다는 건 정상이 아니다. 유독 우리나라의 성장률 하락이 지속되는 이유를 깊이 고민해야 할 상황이다.
'삼성·현대차 쏠림' 현상이 이슈화되자 우리 사회는 이념 성향에 따라 서로 다른 반응을 내보였다. 보수 쪽에서는 '제2, 제3의 삼성·현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장밋빛 해법을 제시했고, 진보 쪽에서는 '삼성·현대차 쏠림을 억제할 제도적 장치 마련'을 주문했다. 정부는 재벌 눈치를 보는지 머뭇거리며 선뜻 나서려 하지 않고 있다. 이래선 경제 쏠림 해소는 요원하고, 그 폐해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
우선 정부부터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는 게 시급하다. 그리고 우리나라만의 기형적인 재벌 체제, 그리고 재벌로의 경제 쏠림 심화가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건 아닌지 면밀히 따져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그러지 않으면 한국 경제는 저성장의 늪에 빠져 공멸할 수도 있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결코 남의 일만은 아니다.
정석구 논설위원실장

2014년 1월 12일 일요일

[한겨레사설] 청와대의 비열한 윤석열·권은희 ‘보복 인사’

최근 단행된 검찰과 경찰 인사는 '채동욱 찍어내기'의 속편으로 부를 만하다.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 과정에서 정권의 치부를 파헤친 인사들은 모조리 불이익을 당했다.

법무부는 지난 10일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특별수사팀을 이끌었던 윤석열 여주지청장을 대구고검, 부팀장 구실을 했던 박형철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부장을 대전고검으로 발령했다. 부당한 징계에 이은 비열한 보복인사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채동욱 전 총장에 대한 감찰 지시가 부당하다며 반박글을 올린 박은재 대검 미래기획단장은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았음에도 부산고검으로 보낸 반면, 국정원 수사에 소극적이었던 이진한 서울중앙지검 2차장은 술자리에서의 행실로 감찰 중임에도 불구하고 대구서부지청장으로 이동해 별다른 불이익을 받지 않았다. "정권에 충성하면 살고 대들면 죽는다"는 메시지가 아니면 이해할 수 없는 인사다.

또 국정원 사건 수사와 공소유지를 주도하던 박 부장을 지방으로 보내는 바람에, 국정원 요원들에 대한 수사 마무리와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에 대한 공소유지도 차질이 우려된다. 채동욱 전 총장 관련 자료 유출 사건 주임검사인 오현철 서울중앙지검 부부장을 홍성지청으로 보내, 청와대 몸통에 대한 수사는 물건너가게 생겼다. 아무리 정기인사라 해도 중요 사건의 수사 검사들에 대한 이런 인사는 사실상 수사와 공소유지에 대한 방해에 가깝다. 이들뿐 아니라 채 전 총장 때 단행된 인사를 통해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에서 활약하던 중견 검사들을 대부분 지방으로 내려보낸 것은 채동욱 그림자 지우기를 통한 '검찰 길들이기'란 인상이 짙다.

국정원 사건 수사 당시 경찰 수뇌부의 외압을 폭로한 권은희 서울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이 9일 단행된 총경 승진 인사에서 탈락한 것도 마찬가지다. 경찰은 "일선 경찰서 형사과장이 아닌 수사과장이 총경으로 승진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해명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사시 출신의 경우 총경까지는 무난하게 진급해왔다는 관례에 비춰 보면 경찰의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동안 언론 인터뷰를 이유로 징계위에 회부하는 등 그에게 유무형의 압력을 가해온 것을 보면 누가 경찰의 해명을 그대로 믿을 수 있겠는가.

박근혜 정부는 이번 인사를 통해 무슨 일이 있어도 검찰과 경찰은 확실히 장악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그러나 국민들이 국정원 사건의 진행 상황을 낱낱이 알고 있는데 아직도 그런 발상을 한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 인사들은 길들이기 인사로 수사기관을 장악하겠다는 구태의연한 생각부터 버리기 바란다.

2014년 1월 9일 목요일

[채수찬 칼럼] 순환출자 금지



[이준구교수] 억세게도 운 좋은 두 명의 대통령

오늘 신문 보니까 여야간에 합의가 이루어져서 박근혜 정부가 구상하고 있던 부동산정책이 곧 실천단계에 들어서게 되나 봅니다.
그 중에서 특히 내 눈길을 끄는 것은 다주택보유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철폐를 야당이 합의해 주었다는 부분입니다.
내가 예전부터 그 부분만은 절대 합의해 주면 안 된다고 주장했건만 결국 합의해 주고 말았군요.

보수언론은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그 합의로 인해 부동산시장이 크게 활성화나 될 것처럼 떠들고 있더군요.
어떤 신문은 연간 주택거래가 1만 건이 추가될 걸로 예상된다나요?
미안하지만 난 주택시장의 문제를 푸는 데 별 효과를 내지 못하고 그 동안 주택 사재기한 사람에게만 뜻하지 않은 이득을 안겨주는 결과를 빚고 끝날 걸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기억하실 테지만 양도소득세 중과 철폐라는 정책은 전세대책의 일환으로 제기된 것입니다.
그 정책이 미분양 주택 해소에 약간의 임팩트가 있을지 모르지만 논리적으로 전세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구석은 전혀 없습니다.
난 정부가 도대체 어떤 논리적 근거에서 그걸 전세대책이랍시고 내놓았는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이번 합의로 정부가 축배를 들고 있을지 몰라도 사실은 행운이 끝난 건지도 모른다는 사실입니다.
이 정부는 그 동안 계속 발목을 잡는 야당을 핑계로 모든 책임에서 벗어나는 행운을 누려 왔습니다.
정부, 여당과 보수언론이 엉뚱하게 야당만을 희생양으로 만듦으로써 현 정부의 무능을 은폐하는 전략을 구사해 왔습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현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정책, 특히 부동산정책을 실천에 옮긴다 해도 좋아질 것이 별로 없습니다.
부동산시장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주택가격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한 데서 생긴 것입니다.
게다가 저금리기조가 전세문제를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게 만들었구요.
추가적인 폭락의 위험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 한 백약이 무효이며, 특히 저금리기조가 바뀔 가능성도 작기 때문에 전세문제는 단기간에 결코 해결될 수 없습니다.

이제 정부가 원하는 대로 정책을 펼 수 있게 되었으니 과연 얼마나 잘하는지가 바로 드러날 것입니다.
제발 부탁하지만 시기를 놓쳤기 때문에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구차한 변병은 하지 않기 바랍니다.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면 원래 효과를 낼 수 없는 바보같은 정책이었기 때문이지 타이밍이 나빠서 그런 건 절대로 아니니까요.

내가 제목에서 억세게도 운 좋은 사람으로 지목한 두 사람 중 하나는 이제 누구인지 밝혀진 셈입니다.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포함한 경제정책을 보면 구태의연한 것들뿐입니다.
'창조경제'란 공허한 구호만 외쳐댔지 도대체 무얼로 이 어려운 상황을 타개할 것인지 그 어떤 비전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야당을 희생양으로 삼아 그 무능함을 은폐해 올 수 있었던 박근혜 대통령은 억세게 운 좋은 사람이 아닙니까? 

또 하나의 운 좋은 사람은 그 전임자인 이명박 전대통령입니다. 
747이라는 희대의 사기극이 낱낱이 폭로될 시점에서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너무나도 좋은 핑계거리가 발생했으니까요.
그 덕분에 MB정부가 최소한 경제의 측면에서만은 그리 많은 욕을 먹지 않고 있습니다.
나는 MB정부가 저지른 수많은 실정 중에 747이란 허황된 공약으로 국민을 기만한 죄가 가장 크다고 보는데요.

여러분들 잘 아시다싶이 MB정부 5년 동안의 평균 경제성장률이 고작 2.9%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참여정부 시절의 4.3%라는 평균 성장률을 온갖 조롱과 비방으로 욕보이던 사람들이 3%도 채 되지 않는 성장률을 유산으로 남기고 퇴장해 버린 것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핑계삼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들의 무능함이 결정적인 원인이었음에 한 점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여러분들 지난 몇 년 동안을 되돌아 보십시오.
MB정부가 경제성장률을 7%대로 올려 놓겠디고 호언장담을 했던 배경에 무엇 하나 제대로 있었는지 눈을 씻고 찾아 보시기 바랍니다.
고작해야 재벌들 비위 맞춰주고 부자감세 해준다는 것 이외에 무슨 참신한 정책이 있었습니까?
그런 부실하기 짝이 없는 정책으로 어떻게 성장률을 7%대로 올려 놓을 수 있겠습니까?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부자감세는 우리 경제를 더욱 어려운 지경으로 몰고 갔습니다.
지금 박근혜 정부가 복지공약 실천에 옮기려 할 때 최대의 걸림돌이 세수 부족 아닙니까?
MB정부가 그 알량한 부자감세 선심을 베풀지 않았다면 최소한 5조에서 10조에 이르는 추가적 세수가 확보될 수 있었을 것이고, 그렇다면 지금 이 시점에서 증세를 하느니 마느니 구차한 논쟁을 벌일 필요가 없었을 텐데요.

이 점에서 본다면 MB정부가 남긴 불행한 유산은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심각한 차원입니다.
그런데 글로벌 금융위기 하나로 모든 것에 대한 면죄부를 받았으니 억세게 운 좋은 사람 아닙니까?

이렇게 두 보수적인 정부의 무능을 비판하면 여러분들은 나에게 우리 경제를 살릴 좋은 방안을 알고 있느냐고 물으시겠지요.
솔직히 말해 나 역시 좋은 방안을 알고 있지는 못합니다.
(만약 안다면 벌써 교수직 그만두고 정치판으로 뛰어 들어야 했겠지요.)

사실 현 상태로는 경제를 단번에 살려낼 묘안이 없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리고 다른 때라도 시름시름 앓고 있는 경제를 단번에 살려낼 묘안이 있는 것도 아니구요.
건실한 기조를 유지하면서 조금씩 개선의 길을 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게 경제정책의 올바른 길인데도 보수인사들은 경제를 이리저리 헤집어 놓기만 하면 잘 되어갈 줄로 착각하고 있습니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말 있지 않습니까?
그 사람들 보면 선무당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내가 보수적 정치인을 비판하는 것은 자기네들이 정권을 잡으면 하루 아침에 경제를 살려 놓겠다는 식의 허황된 수사로 국민을 현혹시킨다는 점에 있습니다.
두 보수적 정부가 명백하게 보여줬듯, 그들이라 해서 우리가 모르는 묘방을 알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면서도 매일 입만 열면 자기네들 말대로 해야 경제가 잘 된다고 허장성세를 부리는 모습이 몹시도 우스꽝스러운 겁니다.
자기네들 역시 정권을 잡고나선 아무것도 해놓은 게 없으면서 허구한 날 진보정권 탓만 하는 무책임한 태도가 얄밉기도 하구요

2014년 1월 8일 수요일

[이준구 교수] 국사 교과서 편향 논란

만약 정직한 교과서를 쓰기로 했다면 이명박 정부에 대해 이렇게 썼어야 마땅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명박 정부는 747이란 허황된 공약을 내세워 정권을 잡았지만, 결국 집권 5년 동안 연평균 경제성장률 2.9%라는 초라한 성적만을 거둔 채 퇴장하고 말았다. 
이 수치는 경제상황이 어려웠다는 평가를 받았던 노무현 정부 5년 동안의 연평균 성장률 4.3%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이명박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그 탓을 돌리고 있지만 구차한 변명이라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더군다나 경제살리기란 명목으로 추진한 부자감세정책과 친재벌정책으로 인해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양상을 보이던 양극화에 기름을 들이붓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내가 쓴 이명박 정부의 평가가 훨씬 더 현실과 부합한다고 느끼지 않으십니까?
만약 나더러 국사 교과서를 집필하라고 한다면 다음과 같은 구절을 꼭 추가하고 말 것입니다.


"이명박 정부는 국민의 거센 반대를 무릅쓰고 4대강사업이란 대규모 토목사업을 강행함으로써 우리 국토 전체의 생태계에 회복될 수 없는 깊은 상처를 남겼다.
정당한 절차를 무시하고 불과 몇 개월이란 짧은 준비기간만을 거쳐 공사를 시작함으로써 숱한 부작용을 낳게 되었다.
무모한 사업으로 인해 발생한 막대한 규모의 사회적 비용은 아직도 계속 증가추세에 있다.
우리 역사상 이렇도록 무모하고 파괴적이며 낭비적인 토목사업은 전무후무한 일로 기록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다음과 같은 구절도 반드시 추가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사회적 측면에서는 언론을 장악하고 검찰, 경찰, 국가정보원을 사조직화함으로써 국정을 농단한 결과 사회의 기강이 극도로 문란해지게 되었다.
특히 정권 말기 차기 대통령 선거에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사건은 우리 민주헌정사의 큰 치욕으로 역사에 기록되어야 마땅한 일이다."

[아래 원문 바로가기] 

http://jkl123.com/sub5_1.htm?table=board1&st=view&page=1&id=16088&limit=&keykind=&keyword=&bo_class=


[이준구교수] 거꾸로 가는 한국사회

요즈음 세상 돌아가는 걸 보면 시간을 거꾸로 가는 타임머신을 타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자신과 입장이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방을 종북으로 몰아가는 세태는 암울했던 유신시대로 회귀하는 듯한 느낌입니다.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하려 하지 않고 군림하려 드는 자세를 보이는 것도 60년대의 낡은 영화를 창고에서 다시 꺼내 상영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더욱 시대착오적인 것은 현 정부의 경제정책입니다. 얼마 전에는 뜬금없이 "새마을운동"을 들고 나오더니 어제는 "경제혁신 3개년계획"이란 기상천외한 발상까지 나오더군요. 2010년대의 문제를 1960년대의 사고방식으로 풀려하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에 경악을 금치 못하겠네요.

현 정부가 내세우는 "창조경제"의 알맹이가 있던 없던 간에 창조를 강조한다는 것 그 자체는 시의적절한 일입니다. 지금 이 순간 우리 경제는 양적 성장이 한계에 도달해 질적 성장으로 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질적 성장의 핵심이 바로 창조라는 것은 누구나 다 잘 아는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