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9일 목요일

[이준구교수] 억세게도 운 좋은 두 명의 대통령

오늘 신문 보니까 여야간에 합의가 이루어져서 박근혜 정부가 구상하고 있던 부동산정책이 곧 실천단계에 들어서게 되나 봅니다.
그 중에서 특히 내 눈길을 끄는 것은 다주택보유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철폐를 야당이 합의해 주었다는 부분입니다.
내가 예전부터 그 부분만은 절대 합의해 주면 안 된다고 주장했건만 결국 합의해 주고 말았군요.

보수언론은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그 합의로 인해 부동산시장이 크게 활성화나 될 것처럼 떠들고 있더군요.
어떤 신문은 연간 주택거래가 1만 건이 추가될 걸로 예상된다나요?
미안하지만 난 주택시장의 문제를 푸는 데 별 효과를 내지 못하고 그 동안 주택 사재기한 사람에게만 뜻하지 않은 이득을 안겨주는 결과를 빚고 끝날 걸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기억하실 테지만 양도소득세 중과 철폐라는 정책은 전세대책의 일환으로 제기된 것입니다.
그 정책이 미분양 주택 해소에 약간의 임팩트가 있을지 모르지만 논리적으로 전세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구석은 전혀 없습니다.
난 정부가 도대체 어떤 논리적 근거에서 그걸 전세대책이랍시고 내놓았는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이번 합의로 정부가 축배를 들고 있을지 몰라도 사실은 행운이 끝난 건지도 모른다는 사실입니다.
이 정부는 그 동안 계속 발목을 잡는 야당을 핑계로 모든 책임에서 벗어나는 행운을 누려 왔습니다.
정부, 여당과 보수언론이 엉뚱하게 야당만을 희생양으로 만듦으로써 현 정부의 무능을 은폐하는 전략을 구사해 왔습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현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정책, 특히 부동산정책을 실천에 옮긴다 해도 좋아질 것이 별로 없습니다.
부동산시장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주택가격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한 데서 생긴 것입니다.
게다가 저금리기조가 전세문제를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게 만들었구요.
추가적인 폭락의 위험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 한 백약이 무효이며, 특히 저금리기조가 바뀔 가능성도 작기 때문에 전세문제는 단기간에 결코 해결될 수 없습니다.

이제 정부가 원하는 대로 정책을 펼 수 있게 되었으니 과연 얼마나 잘하는지가 바로 드러날 것입니다.
제발 부탁하지만 시기를 놓쳤기 때문에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구차한 변병은 하지 않기 바랍니다.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면 원래 효과를 낼 수 없는 바보같은 정책이었기 때문이지 타이밍이 나빠서 그런 건 절대로 아니니까요.

내가 제목에서 억세게도 운 좋은 사람으로 지목한 두 사람 중 하나는 이제 누구인지 밝혀진 셈입니다.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포함한 경제정책을 보면 구태의연한 것들뿐입니다.
'창조경제'란 공허한 구호만 외쳐댔지 도대체 무얼로 이 어려운 상황을 타개할 것인지 그 어떤 비전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야당을 희생양으로 삼아 그 무능함을 은폐해 올 수 있었던 박근혜 대통령은 억세게 운 좋은 사람이 아닙니까? 

또 하나의 운 좋은 사람은 그 전임자인 이명박 전대통령입니다. 
747이라는 희대의 사기극이 낱낱이 폭로될 시점에서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너무나도 좋은 핑계거리가 발생했으니까요.
그 덕분에 MB정부가 최소한 경제의 측면에서만은 그리 많은 욕을 먹지 않고 있습니다.
나는 MB정부가 저지른 수많은 실정 중에 747이란 허황된 공약으로 국민을 기만한 죄가 가장 크다고 보는데요.

여러분들 잘 아시다싶이 MB정부 5년 동안의 평균 경제성장률이 고작 2.9%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참여정부 시절의 4.3%라는 평균 성장률을 온갖 조롱과 비방으로 욕보이던 사람들이 3%도 채 되지 않는 성장률을 유산으로 남기고 퇴장해 버린 것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핑계삼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들의 무능함이 결정적인 원인이었음에 한 점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여러분들 지난 몇 년 동안을 되돌아 보십시오.
MB정부가 경제성장률을 7%대로 올려 놓겠디고 호언장담을 했던 배경에 무엇 하나 제대로 있었는지 눈을 씻고 찾아 보시기 바랍니다.
고작해야 재벌들 비위 맞춰주고 부자감세 해준다는 것 이외에 무슨 참신한 정책이 있었습니까?
그런 부실하기 짝이 없는 정책으로 어떻게 성장률을 7%대로 올려 놓을 수 있겠습니까?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부자감세는 우리 경제를 더욱 어려운 지경으로 몰고 갔습니다.
지금 박근혜 정부가 복지공약 실천에 옮기려 할 때 최대의 걸림돌이 세수 부족 아닙니까?
MB정부가 그 알량한 부자감세 선심을 베풀지 않았다면 최소한 5조에서 10조에 이르는 추가적 세수가 확보될 수 있었을 것이고, 그렇다면 지금 이 시점에서 증세를 하느니 마느니 구차한 논쟁을 벌일 필요가 없었을 텐데요.

이 점에서 본다면 MB정부가 남긴 불행한 유산은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심각한 차원입니다.
그런데 글로벌 금융위기 하나로 모든 것에 대한 면죄부를 받았으니 억세게 운 좋은 사람 아닙니까?

이렇게 두 보수적인 정부의 무능을 비판하면 여러분들은 나에게 우리 경제를 살릴 좋은 방안을 알고 있느냐고 물으시겠지요.
솔직히 말해 나 역시 좋은 방안을 알고 있지는 못합니다.
(만약 안다면 벌써 교수직 그만두고 정치판으로 뛰어 들어야 했겠지요.)

사실 현 상태로는 경제를 단번에 살려낼 묘안이 없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리고 다른 때라도 시름시름 앓고 있는 경제를 단번에 살려낼 묘안이 있는 것도 아니구요.
건실한 기조를 유지하면서 조금씩 개선의 길을 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게 경제정책의 올바른 길인데도 보수인사들은 경제를 이리저리 헤집어 놓기만 하면 잘 되어갈 줄로 착각하고 있습니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말 있지 않습니까?
그 사람들 보면 선무당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내가 보수적 정치인을 비판하는 것은 자기네들이 정권을 잡으면 하루 아침에 경제를 살려 놓겠다는 식의 허황된 수사로 국민을 현혹시킨다는 점에 있습니다.
두 보수적 정부가 명백하게 보여줬듯, 그들이라 해서 우리가 모르는 묘방을 알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면서도 매일 입만 열면 자기네들 말대로 해야 경제가 잘 된다고 허장성세를 부리는 모습이 몹시도 우스꽝스러운 겁니다.
자기네들 역시 정권을 잡고나선 아무것도 해놓은 게 없으면서 허구한 날 진보정권 탓만 하는 무책임한 태도가 얄밉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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