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직필]코로나 연대와 비핵화
민주주의 열정이 코로나19를 이겼다. 프랑스 변호사 프라델은 한국 방역모델은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지 않아 프랑스의 모범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지만 한국 국민은 자유의 핵심인 참정권을 행사했다. 파리 시민들이 집 밖으로 외출하기 위해서는 명령에서 정한 이유를 대지 않으면 안되는 때에 한국 시민은 민주주의의 축제를 누렸다. 한국 경제의 높은 생산력은 기본권을 행사하려는 시민 누구에게나 방역용 비닐장갑을 제공했다. 한국 민주주의의 성취이다.
한국의 중견 바이오 기업들은 섬세하게 축적된 기술로 신속하게 진단약품을 개발할 수 있었다. 그 배경에는 국민건강보험이라는 사회적 연대가 있었다. 질병관리본부는 신속한 예방 시스템을 가동했다. 의료 민영화를 저지하려는 시민들의 끈질긴 투쟁이 의료 공공 서비스를 지킨 결실이다. 총선의 역사적 성취는 시민이 만들었다.
미국에선 의료진이 '환자 보호를 위해 나를 보호해 달라'는 시위를 하고 있다. 의사와 간호사들이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개인보호장구(PPE)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기준, 미국에서 58만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왔다. 압도적인 세계 1위이다. 미국은 코로나19 비상 전염의 새로운 진원지로 전락했다. 코로나19로 사망한 무연고자 시신을 공동묘지에 묻고 있다.
보편적 공공 건강보험을 국민에게 제공하지 못한 미국 모델의 취약성이 온 세계에 드러났다. 미국은 세계에서 매우 부유한 나라 중 하나이다. 그러나 미국의 2020년 예산에서 필수 경비를 제외한 재량 지출의 44%가 국방부 예산이다. 반면 보건사회복지부 예산은 7.3%에 지나지 않는다. 코로나19는 미국 군사주의 모델의 모순을 보여주었다. 미국이 진정 개인의 자유를 추구하는 나라라면 자유를 뒷받침할 사회적 연대를 국민에게 제공해 주어야 한다. 미국은 군사비가 아니라 전 국민 건강보험에 돈을 써야 한다.
이러한 상식은 미국이 원한다면 충분히 배울 수 있는 내용이다.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성찰하려고만 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월24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국산 진단시약을 미국에 공급해 달라고 요청한 장면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온 세계가 한국을 바라보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한국산 진단시약을 사기 위하여 온 세계 상인들이 뛰고 있다. 과장이 아니다. 국제거래계약 업무를 하는 나도 직접 겪고 있다. 세계는 국경이나 도시 봉쇄 그리고 외출금지명령 없이 코로나19를 일정 수준으로 통제한 한국의 경험을 공유하기를 희망한다. 나는 한국이 주도하는 '코로나 코리아 이니셔티브'가 새로운 국제질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한반도 비핵화로 이어질 것을 확신한다.
타국의 안색을 살피지 말고, 망설임 없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이다. 세계를 향해 한국의 말을 할 때이다. 이란과 북한에 인도주의적 지원과 교류를 제공하겠다고 힘주어 말해야 한다. 가난한 어느 한 나라라도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하지 못하다면 그 어떤 부자나라도 안전하지 않다. 상식이다. 그러나 미국의 군사주의가 낳은 이란 제재 때문에 이란에 진단시약을 안심하고 수출할 수 없다. 이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미국에 코로나19 방역 의약품에 대해서는 이란에 자유롭게 수출할 수 있다는 포괄적이고 일반적인 승인 선언을 하라고 말해야 한다. 한국산 진단시약이 새로운 국제질서를 여는 것이다. 인류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는 국제연대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코로나19가 비핵화로 가는 문을 더 열도록 기회를 잡아야 한다. 미국 국민은 군사패권을 위하여 막대한 돈을 국방비에 쏟아붓는 군사주의가 오히려 미국인의 안전을 위협하는 현실을 목격하였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전 국민을 위한 건강보험'의 요구는 더 거세질 것이다. 미국은 군사비를 줄여야 한다. 미국이 주한미군을 대폭 감축하고 유엔의 핵무기금지협약을 비준하는 것이 아득한 꿈나라 이야기가 아닐 수 있다. 한국의 시민사회가 미국 안의 탈군사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이다.
비핵화를 위해 북한에 적극적으로 코로나19 진단시약을 보내야 한다. 어제 미국 정부는 한국에 진단시약을 보내주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때를 놓치지 말고 미국에 북한에도 보내겠다고 말할 때이다. 북한의 코로나19로부터의 안전은 한국을 위해서 필요하다. 더 많은 북한 사람들이 안전에 필요한 것은 핵무기가 아니라고 느낄수록, 한국을 신뢰할수록 비핵화는 가능하다.
한국이 말을 할 때이다. 코로나19라는 세균을 넘어 새로운 세계를 한국이 꿈꿀 때이다.
송기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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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주목 받는 韓, 기회 놓치지 마라" 미래학자의 경고
#1. 두렵고 지긋지긋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2020년 여름을 넘기진 못했다. 세계는 다시 여느 때처럼 돌아가기 시작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월 미국 대선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 다른 주요국 지도자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코로나19로 비록 20만명에 가까운 인류가 사망했지만, 사람들은 죽은자보다 살아남아 다시 뛰는 사람과 기업들의 감동 스토리에 도취했다. 반년 이상 이어진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공장이 멈추고, 비행기와 자동차가 사라진 덕분일까. 유럽과 북미에 기록적인 살인 더위가 몰아쳤던 2019년과 같은 여름은 찾아오지 않았다. 과학자들의 대재앙 예측은 과장된 거짓말로 결론 났다. 유일한 재앙이라면 지나친 검역과 봉쇄가 낳은 경제위기뿐이었다. '코로나 방역 모범국'으로 떠오른 한국은 세계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빠르게 경제성장을 재개하면서 지구촌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기 시작했다.세계 미래학계 대부 짐 데이터 하와이대 교수
'코로나 이후 사회' 전망과 한국의 대응 주문
"미래는 예측 아닌 꿈꾸고 만들어 나가는 것"
1번에서 희망을 읽었다가, 2번에서 절망했을지 모르겠다. 위 1.2번은 세계적 미래학자인 짐 데이터(87) 하와이대 명예교수가 최근 보내온'대위기 이후 한국과 미국의 4가지 미래'(Four Futures of Korea and the US after the Great Emergency) 중 양극단을 보여준 시나리오 두 가지다. 나머지 두 가지에서는 ^생명공학ㆍ인공지능 등 첨단 과학기술을 통한 위기 극복과 ^글로벌 통치기구의 등장을 통해 개인과 공동체의 자유보다는 통제를 통해 치유와 회복을 위한 절제된 세상을 예로 들었다. 그는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을 대공황(The Great Depression)에 빗대 '대위기'라고 정의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 사망자가 11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언제 종식될지는 모르겠지만, 코로나19 사태는 사스ㆍ메르스는 물론 신종플루까지 진작에 넘어 1918년 스페인 독감을 넘볼 태세다. 인류의 삶도 어떻게든 크게 변화할 것이란 예측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앞으로의 세상은 코로나 전(BC:Before Corona)과 후(AC:After Corona)로 규정지어질 것이란 말과 함께. 대개는 결국 위기 극복 뒤 장밋빛 예측이다. 디스토피아는 절망뿐인데, 예측해서 어디에 쓰느냐는 심리가 깔린 때문이다.
그 중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의 예측은 그나마 담담한 편이다. 그는 지난 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코로나19로 세계질서가 바뀔 것"이라며 "자유 질서가 가고 과거의 성곽시대(walled city)가 다시 도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여행과 이주가 과거보다 어려워지고, 생산공장을 포함한 글로벌 공급망이 본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예측이다. 키신저는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세계는 이전과 절대로 같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긍정적인 면을 보는 사람도 적지 않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온라인거래와 화상회의ㆍ원격의료ㆍ온라인강의 등을 바탕으로 초연결사회가 가속화할 것이란 얘기다. 물론 이 또한 엄혹한 경제위기를 넘어선 뒤의 전망이다.
세상은 과연 어떻게 바뀔까. 세계 미래학계의 대부(代父)로 불리는 짐 데이터 교수는 코로나19 이후의 세계가 어떻게 될 것인가를 자신있게 말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고 단언한다. 평소에도 "미래은 예측할 수 없다(Futures cannot be predicted.)"는 말로 수많은 사람의'한 말씀 기대'를 무기력화시킨 학자다, 그가 말한 코로나 이후의 4가지 미래 역시 모두 가능할 수 있는 시나리오요, 대안 제시를 위한 예측들일 뿐이다.
그가 이렇게 '공자님 말씀'을 하는 이유는, 너무도 당연하지만 우리가 손을 놓고 있는 행태를 지적하기 위함이다. 그는 "한 가지 미래만을 계획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고 현명하지 못한 도박이다. 어떤 미래가 펼쳐지든지 대응할 수 있는 정책을 고안해 내는 것이 당신의 의무다"라고 말한다. 사실 온라인 개학 준비 부족으로 우왕좌왕해온 한국 교육부나, 마스크ㆍ인공호흡기가 부족해 수많은 환자가 죽어가는 미국 등 서구 선진국의 모습은 가능한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응하지 않은 때문이다.
데이터 교수는 지한파(知韓派) 미래학자다. 한국의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또 높게 평가한다. "한국은 현재 그 어느 때보다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으며, 세계 많은 국가가 다양한 영역에서 한국을 롤모델로 지켜보고 있다. 지금의 흔치 않은 기회를 놓치지 마라."
그는 코로나19로 바뀔 세상이 어떻게 펼쳐지더라도 한국이 해야 할'3가지 도전'을 주문했다. 첫째는 이제 더이상 선진국을 따라가지 말고 스스로 선도국가가 될 것. 둘째는 지금껏 한국을 발전시켜온 경제와 정치논리가 미래에는 더는 통하지 않을 것이니, 21세기 한국에 어울리는 새로운 길을 찾는데 앞장설 것. 셋째는 더는 기존 동맹에만 의지하지 말고, 외교관계를 다극화할 것을 주문했다.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꿈꾸고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코로나19 이후의 삶에 대한 궁금증도 마찬가지다.
최준호 과학ㆍ미래 전문기자 joo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