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29일 수요일

[경제직필]코로나 연대와 비핵화 : 네이버 뉴스


[경제직필]코로나 연대와 비핵화

민주주의 열정이 코로나19를 이겼다. 프랑스 변호사 프라델은 한국 방역모델은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지 않아 프랑스의 모범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지만 한국 국민은 자유의 핵심인 참정권을 행사했다. 파리 시민들이 집 밖으로 외출하기 위해서는 명령에서 정한 이유를 대지 않으면 안되는 때에 한국 시민은 민주주의의 축제를 누렸다. 한국 경제의 높은 생산력은 기본권을 행사하려는 시민 누구에게나 방역용 비닐장갑을 제공했다. 한국 민주주의의 성취이다.

한국의 중견 바이오 기업들은 섬세하게 축적된 기술로 신속하게 진단약품을 개발할 수 있었다. 그 배경에는 국민건강보험이라는 사회적 연대가 있었다. 질병관리본부는 신속한 예방 시스템을 가동했다. 의료 민영화를 저지하려는 시민들의 끈질긴 투쟁이 의료 공공 서비스를 지킨 결실이다. 총선의 역사적 성취는 시민이 만들었다.

미국에선 의료진이 '환자 보호를 위해 나를 보호해 달라'는 시위를 하고 있다. 의사와 간호사들이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개인보호장구(PPE)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기준, 미국에서 58만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왔다. 압도적인 세계 1위이다. 미국은 코로나19 비상 전염의 새로운 진원지로 전락했다. 코로나19로 사망한 무연고자 시신을 공동묘지에 묻고 있다.

보편적 공공 건강보험을 국민에게 제공하지 못한 미국 모델의 취약성이 온 세계에 드러났다. 미국은 세계에서 매우 부유한 나라 중 하나이다. 그러나 미국의 2020년 예산에서 필수 경비를 제외한 재량 지출의 44%가 국방부 예산이다. 반면 보건사회복지부 예산은 7.3%에 지나지 않는다. 코로나19는 미국 군사주의 모델의 모순을 보여주었다. 미국이 진정 개인의 자유를 추구하는 나라라면 자유를 뒷받침할 사회적 연대를 국민에게 제공해 주어야 한다. 미국은 군사비가 아니라 전 국민 건강보험에 돈을 써야 한다.

이러한 상식은 미국이 원한다면 충분히 배울 수 있는 내용이다.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성찰하려고만 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월24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국산 진단시약을 미국에 공급해 달라고 요청한 장면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온 세계가 한국을 바라보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한국산 진단시약을 사기 위하여 온 세계 상인들이 뛰고 있다. 과장이 아니다. 국제거래계약 업무를 하는 나도 직접 겪고 있다. 세계는 국경이나 도시 봉쇄 그리고 외출금지명령 없이 코로나19를 일정 수준으로 통제한 한국의 경험을 공유하기를 희망한다. 나는 한국이 주도하는 '코로나 코리아 이니셔티브'가 새로운 국제질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한반도 비핵화로 이어질 것을 확신한다.

타국의 안색을 살피지 말고, 망설임 없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이다. 세계를 향해 한국의 말을 할 때이다. 이란과 북한에 인도주의적 지원과 교류를 제공하겠다고 힘주어 말해야 한다. 가난한 어느 한 나라라도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하지 못하다면 그 어떤 부자나라도 안전하지 않다. 상식이다. 그러나 미국의 군사주의가 낳은 이란 제재 때문에 이란에 진단시약을 안심하고 수출할 수 없다. 이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미국에 코로나19 방역 의약품에 대해서는 이란에 자유롭게 수출할 수 있다는 포괄적이고 일반적인 승인 선언을 하라고 말해야 한다. 한국산 진단시약이 새로운 국제질서를 여는 것이다. 인류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는 국제연대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코로나19가 비핵화로 가는 문을 더 열도록 기회를 잡아야 한다. 미국 국민은 군사패권을 위하여 막대한 돈을 국방비에 쏟아붓는 군사주의가 오히려 미국인의 안전을 위협하는 현실을 목격하였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전 국민을 위한 건강보험'의 요구는 더 거세질 것이다. 미국은 군사비를 줄여야 한다. 미국이 주한미군을 대폭 감축하고 유엔의 핵무기금지협약을 비준하는 것이 아득한 꿈나라 이야기가 아닐 수 있다. 한국의 시민사회가 미국 안의 탈군사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이다.

비핵화를 위해 북한에 적극적으로 코로나19 진단시약을 보내야 한다. 어제 미국 정부는 한국에 진단시약을 보내주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때를 놓치지 말고 미국에 북한에도 보내겠다고 말할 때이다. 북한의 코로나19로부터의 안전은 한국을 위해서 필요하다. 더 많은 북한 사람들이 안전에 필요한 것은 핵무기가 아니라고 느낄수록, 한국을 신뢰할수록 비핵화는 가능하다.

한국이 말을 할 때이다. 코로나19라는 세균을 넘어 새로운 세계를 한국이 꿈꿀 때이다.

송기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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