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4일 월요일

[취재수첩] 초과이익공유제? 안철수의 해법

[취재수첩] 초과이익공유제? 안철수의 해법
2011년 03월 23일 01:03:10 / 박기록 기자 rock@ddaily.co.kr

안철수 카이스트(KAIST) 석좌 교수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일침을 가했다. 최근 논란이 된 바 있는 정운찬 전 총리의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해서다.


안 교수는 2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포럼에서 대기업-중소기업 상생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과감없이 밝혔다.


그는 이날 SW(소프트웨어)산업에서 대형 SI(시스템통합)업체들의 횡포를 예로 들면서, "이익공유제는 결과에 집중하는 것"이라며 "이 보다는 결과를 만드는 과정에서 대기업의 불법적인 부분을 논해야 하고, 이익공유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먼저) 현행법상 불법인 것부터 일벌백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리하면 이렇다. '초과이익공유제'를 논하기전에 먼저 대기업의 횡포를 막는 것이 더 시급한 일이며 정부는 시장의 질서를 제대로 관리하라는 것.



'초과이익공유제'로 뜬구름 잡는 논쟁을 벌이던 이들을 머쓱하게 하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그러면서 안 교수는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납품하기 위해 불공정 독점계약을 맺게 되는데 그 순간 삼성 동물원이나 LG 동물원, SK 동물원에 갇히게 된다"며 "중소기업은 죽어야만 동물원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고 절절하게 비유했다.



또 안 교수는 대기업의 선심성 상생경영은 실천으로 이어지기 힘들다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기업 총수가 상생을 위해 1조원을 내놓는다고 해도 정작 현업의 팀장과 팀원이 수익만 감안하는 인사고과 때문에 상생이 불가능하다."



이날 안 교수의 발언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속시원한 논리'라며 많은 호응을 보냈다.



정부 관계자들의 입장에서 이날 안 교수의 지적은 독설에 가까웠다. '중소기업이 씨가 마르고 있는 이런 상태로는 우리 나라 IT산업은 미래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기때문이다.



그러나 IT업계 종사자들이라면, 이날 안 교수의 지적은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내용이기도 하다.



이는 IT업계에선 오래전부터 이미 너무나 숱하게 지적됐던 문제이기 때문이다. '모범 답안(해법)'도 이미 다 나와있다.



실행력만 없었을 뿐이다. 대기업의 횡포를 막기위해 '새로운 제도'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기존의 제도를 제대로만 활용하더라도 중소기업은 공정한 룰 속에서 충분히 성장기회를 가질 수 있다.



물론 그동안 정부의 제도적인 개선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일정규모 이하의 SI사업에 대기업의 참여를 제한시키거나, 공공기관의 SW도입시 분리 발주를 강화한 것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중소 IT기업을 위해 마련된 이런 제도를 이미 대기업들은 교묘하게 피하는 노하우도 동시에 확보하고 있다는 것도 정부는 알아야한다. 시장에서는 중소 IT업체를 '바지'로 내세워 크고 작은 SI사업에 참여한다는 의혹을 받는 사례가 적지않다.



결과적으로, 이날 안 교수의 지적은 통쾌하기 보다는 '2% 아쉬움'이 앞선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생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안교수가 분명하게 지적했지만 그의 조언이 정책에 적극적으로 반영될 가능성은 높지 않기때문이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권력층은 '초과이익공유제'를 가지고 앞으로도 소모적인 논쟁을 벌일 것이 뻔하다.



어쩌면 '초과이익공유제'의 본질은 애초부터 중소기업 살리기가 아니라 권력층의 '파워게임'에 불을 붙이는 '불쏘시게' 정도였는지 모른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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