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26일 화요일

초과이익공유제 만으로는 부족 원자재물가-납품단가 연동해야

초과이익공유제 만으로는 부족
원자재물가-납품단가 연동해야
노조-야3당 긴급 토론회…“대기업 자율에 내맡겨선 곤란”
2011년 04월 05일 (화) 김상민 선전부장 edit@ilabor.org
초과이익공유제를 둘러싸고 정치권과 재계의 논란이 뜨겁다. 정운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월 대기업이 목표 이상의 이윤을 냈을 때 그 일부를 협력업체와 나누자는 초과이익공유제를 제안하자, 재계와 정치권 일각에서 극렬히 반발하고 나선 것.

지난달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공산주의’라는 단어까지 들먹이며 비판한데 이어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까지 반대 입장을 밝히자, 정 위원장이 사퇴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가 정 위원장의 사퇴를 만류해 정부 내 갈등은 봉합되는 양상이지만, 여전히 보수언론과 경제지들은 ‘시장경제원칙 훼손’, ‘반기업 정책’을 운운하며 여론몰이를 그치지 않고 있다.

초과이익공유제 논란, 노동계와 진보개혁세력의 입장은?

이제 이 같은 논란에 노동계를 비롯한 진보개혁세력도 가세하는 모양새다. 5일 금속노조(위원장 박유기)는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야3당과 함께 ‘초과이익공유제, 불공정하도급문제의 해결방안인가’라는 긴급토론회를 열고 초과이익공유제의 의미와 한계, 보안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 5일 낮 3시 금속노조와 야3당이 국회도서관에서 긴급토론회를 열고 불공정하도급문제 해결방안 및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한 토론을 벌이고 있다.김상민
토론회 참석자들은 대체로 초과이익공유제 제안 취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대기업의 이익목표 초과달성에는 협력업체들의 기여 내지는 희생이 있기 때문에 그 이윤을 나누는 게 마땅하다는 지적이다.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곽정수 한겨레21 기자는 이와 더불어 “대기업과 협력사들의 지나친 이익률 격차 해소, 불공정 하도급거래 개선에도 초과이익공유제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토론자로 참석한 금속노조 정책연구원의 이상호 연구위원도 “초과이익공유제는 이미 금속노조를 비롯한 진보진영이 지난 수년간 제기해 온 ‘원하청이윤공유제’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며 “폐기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위원은 특히 재계와 보수진영에서 이 제도를 반시장적이라고 몰아붙이는 것에 대해 “이미 재벌대기업은 반시장적 특혜를 독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토지 및 재개발 초과이익환수제와 같이 소위 불로소득에 대한 법적 규제가 현실에 존재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도 “초과이익공유제는 미국과 일본 등에서 명칭만 다를 뿐 이미 사용되고 있는 개념”이라며 “사실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긍정성 있지만 새로운 개념은 아냐”

그렇다면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의 진정성을 믿고 초과이익공유제 추진을 지지하기만 하면 되는 걸까?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동반성장위원회의 초과이익공유제 추진방향에 대해 우려되는 지점들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먼저 제기된 문제는 재벌대기업의 자발적 의지를 믿을 수 없다는 것. 동반성장위원회는 대기업 초과이익의 얼마를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를 기업 자율에 맡기도록 제도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벌대기업이 무시해버리면 있으나마나한 제도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제도를 시행하는 기업에 세제감면 등의 적절한 혜택을 줘 참여를 이끌어 낸다 하더라도 문제는 남아있다. 이상호 연구위원은 “초과이익 기여도 평가를 기업 자율에 맡길 경우 하청업체의 줄서기가 사라지기는커녕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평가의 주체가 재벌이다 보니 오히려 하청에 대한 지배력만 강화시키게 된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벌 그룹사 테두리를 넘어서는 업종별, 산업별 상생협력기구가 필요하다”고 보안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또한 일부 부족한 점이 보완된다 하더라도 초과이익공유제만으로는 원하청 불공정 관계가 근본적으로 청산될 수 없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병권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부원장은 “하청업체의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데, 원청의 이윤목표가 초과 달성되지 않을 경우 하청업체만 피해보게 되는 현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초과이익은 노동자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기본급이 아닌 일종의 성과급 개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원자재 물가와 납품단가를 연동하는 제도 등 별도의 보안책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초과이익공유만으로는 불공정 해소 어려워”

홍장표 부경대 경제학부 교수는 “원하청간 양극화 문제는 기업의 이익 불균형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라며 “보다 근본적으로는 노동자들의 임금격차 및 고용안정성에서의 차별도 함께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을 덧붙이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초과이익공유제로 촉발된 원하청 불공정 해소 논의에 노동계가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곽 기자는 “정부여당과 재계가 적당히 타협해 초과이익공유제를 엉성하게 구현할 경우, 재벌 면피용 정책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며 “노동계 의견을 반영한 제도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병권 부원장은 “사회적 지지를 받으려면 금속노조, 특히 대기업 노동자들이 원하청 불공정 거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노조의 노력을 당부하기도 했다.

ⓒ 금속노동자 ilabor(http://www.ilabo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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