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26일 화요일

[미디어오늘]초과이익 공유제? 현실 오죽하면…

초과이익 공유제? 현실 오죽하면…
[경제포커스 7] 대기업 독식구조 위기감 반영…먼저 법인세 현실화부터
[0호] 2011년 03월 16일 (수) 박형준·진보금융네트워크 책임연구원 media@mediatoday.co.kr
극과 극은 통한다고 했던가? 집권 초기부터 ‘강부자’·‘고소영’ 정권 등으로 불리며 소수 특권층의 이익을 중심으로 국정을 펼치던 MB정부-한나라당이 집권 3년차에 접어들면서 이른바 초과이익 공유제를 놓고 ‘사회주의’ 논쟁을 펼치고 있다. 이 논쟁은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방안의 하나로 “대기업이 연초에 설정했던 이익보다 연말에 초과이익이 났을 때는 그 이익을 협력사에게 제공하자”는 내용의 이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촉발되었다.

정운찬 위원장이 지난 2월 23일 이 제도의 도입 필요성을 제기하자, 한나라당의 홍준표 의원을 필두로 정·재계와 주류 언론에서는 “급진 좌파적 발상”, “반시장적 정책”, “사회주의적 방안” 등으로 칭하며 이념적 비판을 쏟아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위한 아이디어 하나가 제기된 것 가지고 여권 내부에서 뜬금없이 색깔 논쟁을 펼치는 것도 황당하지만, 이 제도의 도입을 반길만한 진보진영이 아무런 논평을 내놓고 있지 않은 것도 흥미로운 측면이다.

추측컨대, 첫째, 주류 진영에서 북치고 장고치고 다 하는데 괜히 낄 필요 없다. 둘째, 주류 언론에서도 분석하듯이 정운찬 위원장이 이 제도를 실제로 도입할 의사보다는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노이즈 마케팅을 전개하는 것이다. 셋째, 초과이익 공유제의 내용이 애매모호해 별로 논평의 가치가 없다. 실제로, 홍준표 의원이 “대기업이 연초에 달성 불가능한 이익을 설정하면, 초과이익은 전혀 없을 것"이라고 비아냥대었듯이, 실시 의지와는 별개로 내용상으로도 실현가능성이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과이익 공유제에 관한 논의는 확대될 필요가 있다. 어떤 정치가가 역설한 적이 있듯이, 사회체제가 커다란 변화를 겪기 직전에는 정권에서 민심이 이반되는 현상과 더불어, 지배층 내부에서 자신들의 지배적 이데올로기를 놓고 분열이 발생하곤 한다. 초과이익 공유제는 이 두 가지 요소를 모두 지니고 있다.



기업 이윤의 사적인 전유는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신성불가침한 영역으로 간주되는 원칙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팔린 주류 경제학 교과서의 저자이며, MB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역임한 사람이 대기업 이윤을 공유하자는 주장을 한 것은 그 만큼 현실 상황이 절박함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노력의 결실을 대기업이 독식함으로써 사회 곳곳에 균열이 가고 있으며, 산업시스템 전반의 불균형이 심화되어 한국경제의 중장기적 발전 전망을 어둡게 만들고 있다.

주류 진영의 일부도 이대로 가다가는 한국사회 전체가 풍비박산이 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인지 “급진 좌파적 발상”, “반시장적 정책” 운운하며 정운찬 위원장을 비판하는 사람들도 상생을 위해 대기업이 무엇인가 해야 된다는 것은 다 인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그 동안 온갖 특혜를 다 받으며 성장했지만, 그것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에는 매우 인색했다. 그야말로, “비용의 사회화, 편익의 사유화”를 극대화 해 왔다. 중소기업과의 관계만 보더라도, 대기업들은 원자재 가격이 올라 협력업체의 부품생산비가 오르는데도 납품단가는 묶어버려 중소기업이 경영난을 겪게 만들곤 했다.

또한,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부터 물품을 구입할 경우에는 현금결제를 강요하는 반면, 납품 받을 때는 중소기업의 판매대금을 외상이나 장기어음으로 지급해 자금수급의 차질을 야기하곤 했다. 최근 들어서는 이른바 SSM(기업 형 슈퍼마켓)을 확대하면서 골목의 상권까지 장악하려고 들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이런 갖가지 방식으로 이윤을 독식하고 있는데, 그 현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위의 그래프는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가 제공하는 자료를 토대로 2007년 기준 우리나라 기업들 전체 (순)이윤에서 30대 재벌과 주요 은행들이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낸 것이다. 2008년과 2009년 자료도 존재하지만 세계 경제위기로 인해 적자를 본 기업이 너무 많아 핵심 기업들의 비중이 과장되어 표현되기 때문에 위기 이전의 데이터를 이용했다. 자료에 따르면, 기업 전체 이윤에서 삼성그룹 등 이윤 기준 상위 4대 그룹이 27%, 5~10대 재벌 그룹이 14%, 11~30대 재벌이 9%, 상위 8대 은행이 13%를 각각 차지했다. 이들 한국의 핵심 기업그룹들이 전체 이윤에 무려 63%를 차지한 것이다. 이 자료에 포함된 전체 기업수가 372,141개, 주요 그룹 산하의 기업수가 약 820여 개이므로, 전체의 0.2%에 불과한 기업들이 이윤의 63%를 가져가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대기업의 이윤 독식은 저임금, 고용불안정, 더 나아가 사회적 양극화를 야기한다. 대기업들의 이윤은 중소기업에게 비용을 전가할 뿐만 아니라, ‘하청다단계’ 산업구조를 만들어 내고 이는 저임금 비정규직 고용형태로 이어진다. 건설 분야에서는 대형 건설사들이 시행사와 시공사 입찰을 독점하지만, 실제 공사는 2차, 3차 하청업체들이 다 맡고 있다. 비단 건설뿐만 아니다. 자동차 부문에서도 마찬가지다. 꽤 인기 있는 모 자동차의 경우 하청업체에서 100% 생산되어 브랜드만 그 회사로 찍혀 나온다고 한다. 현대자동차도 사내 하청이 일반화 되어 있어 왼쪽 문을 조립하는 비정규직은 임금 150만원, 오른쪽을 조립하는 정규직은 350만원이라는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1997년 경제위기 이후 선진화라는 미명 하에서 추진해온 신자유주의적 개혁이 소수를 제외한 국민 대부분의 삶의 질을 저하시켜 왔다. 2008년 미국 발 세계금융 위기는 이를 주도해 온 미국의 정계와 재계조차도 신자유주의 체제가 잘못된 것이었음을 인정하게 만들었다. 속도가 느리긴 하지만 G20정상회의를 통해 보다 안정적이고, 공정한 대안체제를 모색하고 있다. 정운찬 위원장의 초과수익 공유제라는 발상도 이러한 거역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을 반영한 것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취지의 진정성을 살리려면, 새로운 개념의 제도를 도입하기에 앞서 법인세인하 계획을 취소하고, 선진국 수준으로 누진세를 통한 재분배 효과를 높이려는 노력을 보여야 할 것이다. 아래 그림은 G20국가들의 법인세 최고세율을 나타낸 것이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듯이, 한국의 법인세율은 러시아, 터키 등과 더불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MB정부 들어서면서 25%에서 2009년 22%로, 2010년에는 20%로 낮추기로 결정했으나, 세계금융위기 여파로 2단계 인하는 2년 간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MB정부와 재계는 법인세율과 소득세율 인하가 기업의 투자증대로 이어져 경제 전체를 활성화시킨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그 인하 혜택의 대부분은 상위 10%에게 돌아가는 것으로 밝혀졌다. 법인세의 경우 2009년 매출액 5천억이 넘는 대기업의 세금감면 규모가 2조 6천 900억 원, 5억 이하 중소기업은 4천 800억에 불과했다(MBN, 2010.11.15).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 주요 기업들이 그나마 다른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법인세를 다 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경제개혁연구소의 통계분석에 따르면, 1990년~2009년 기간 동안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실효법인세율의 차가 평균 0.87%에 불과해 사실상 차이가 거의 없었다(Newsis, 2010.07.25).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이윤을 내는 기업인 삼성전자의 경우에도 지난 20년 간 실효 세율이 평균 17.6%로 원칙적으로 내야할 25%의 세금보다 훨씬 적은 액수의 세금을 내왔다.

지금까지는 기업하기 좋은 사회가 주요 화두였다면, 이제는 더불어 사는 사회가 우리의 중심 화두로 자리 잡아야 한다.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도 그 동안 온갖 사회적 혜택을 입으며 성장해 온 대기업들이 자신들의 사회적인 기여를 확대해야 한다. 새로운 여러 형태의 개념과 명목으로 대기업이 독식해 온 이윤을 환원하는 장치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지만, 먼저 기본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그 첫 걸음이 세금의 누진적 성격을 강화하여 부의 공평한 재분배 체계를 확립하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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