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29일 일요일

[백낙청 특별기고] ‘촛불혁명’이라는 화두 : 칼럼 : 사설.칼럼 : 뉴스 : 한겨레

[백낙청 특별기고] ‘촛불혁명’이라는 화두 : 칼럼 : 사설.칼럼 : 뉴스 : 한겨레:

무엇보다 경계할 점은 별생각 없이 ‘혁명’을 들먹이며 자기도취에 빠지는 일이다. 혁명은 본디 처절하고 겁나는 것이다. 프랑스혁명, 러시아혁명 모두 국내의 유혈 사태뿐 아니라 외국군이 개입한 전쟁과 살육을 겪어야 했다. ‘촛불혁명’의 경우 그 철저히 평화적인 성격 때문에 유혈 진압이나 군사적 개입 명분이 약했던데다, 한반도가 워낙 일촉즉발의 화약고인지라 누구도 그런 모험을 감행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어쨌든 혁명인 이상 그 청산 대상들이 순순히 물러서길 기대해선 안 된다. 저쪽은 기득권을 안 놓치려고 죽기살기로 나오는 마당에 ‘화합’하고 ‘협치’하라고 타이르는 것 또한 한가한 이야기다. 더구나 혁명의 목표가 한반도 분단체제의 극복이라면 반혁명 세력의 반격에는 막강한 외국 세력이 동참하게 마련이다. ‘촛불’은 세계적으로 극우 포퓰리즘 정치인들이 득세하는 흐름 속에 예외적으로 성공한 민주화 운동이기도 했다. 그런 민주화가 한반도 남북에 걸쳐 새로운 체제를 건설할 길을 열었다는 점이 혁명적인 면모인데, 이는 기존의 동북아 질서와 미국의 세계 지배에도 심각한 위협이 됨을 뜻한다. 일본 아베 정권의 촛불정부 흔들기나 북-미 화해에 대한 미국 주류층의 끈질긴 반대가 모두 공연한 몽니가 아닌 것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

참고: 블로그의 회원만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