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14일 목요일

“자는 동안 월 300 더 벌어요” 패시브인컴의 등장과 함정[이슈&탐사]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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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시브인컴과 N잡러 등장의 배경에는 '경제적 자유'에 대한 갈망이 있다. 취재팀이 만난 젊은 세대들은 "지금은 수고스럽게 일을 하지만, 언젠가 노동과 돈의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고 싶다" "회사에 평생을 얽매이고 싶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출근하지 않고 월 1000만원씩 버는 삶'이 공통적인 꿈이다.

직장에서 버는 근로소득만으로는 부자가 될 수 없다는 인식도 여기에 영향을 미쳤다. 국민일보가 비영리 조사 네트워크 '공공의창'과 함께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5.8%가 "일해서 얻은 소득을 성실히 모아도 원하는 수준의 부를 축적할 수 없다"고 했다.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지고 있다"는 문항에는 71.6%가 동의했다. 2030세대에서 근로소득의 기회가 소멸되고 있다는 인식이 더욱 강했다(국민일보 2021년 1월 1일자 1면 참조).


근로소득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노동에 대한 폄하와 조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일부 재테크 유튜버들은 "경제적 자유의 시작은 자기 인생에서 시간을 파는 시급제 노동에서 벗어나는 것" "여러분이 흘리는 땀은 자본주의가 원하는 노력이 아니다"고 공공연하게 주장한다. 직장에서 성실히 일해 돈을 벌고 모으는 사람들이 바보라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적 자유를 좇는 이들은 결국 주식과 부동산 투자로 종착한다. 주식과 건물에서 배당금·월세가 정기적으로 나오는 소득 구조를 만드는 게 젊은 투자자들의 궁극적 목표다. 김준영씨는 "자본소득은 일에서 해방시켜 줄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패시브인컴"이라고 했다. 그러나 현실에서 꿈을 이룰 수 있는 이들은 많지 않다.

한국노동연구원이 2018년 펴낸 '노동소득과 재산소득의 관련성'에 따르면 최상위 소득 집단에서도 근로소득이 재산소득보다 훨씬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근로소득은 임금과 사업소득·연금소득을, 재산소득은 이자와 배당·임대소득을 합쳐 계산한 결과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연소득 1억원 이상의 집단에서 근로소득이 1억원 넘지만 재산소득이 매우 적은 사람들 비중은 89.1%에 달했다. 반대로 재산소득은 많고 근로소득은 매우 적은 지대추구형 자본가는 1.5%밖에 되지 않았다. 보고서는 "자산 형성에서 근로소득이 중요한 역할을 하며, 최상위 소득 집단에서도 근로소득의 중요성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자본소득을 패시브인컴으로 삼아 생활하는 사람은 극소수라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노동시장에 대한 정책적 개입을 통해 근로소득의 가치와 위상을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병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 사회는 최장 시간 노동과 산업재해가 만연하고, 치솟는 집값에 주거 안정도 보장되지 않는다. 근면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들이 혹사당하고 다치고 병들기 쉽다"며 "직종, 직업, 직위를 막론하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행복하게 잘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비근로소득에 유리하게 짜인 경제 구조와 법 제도를 바꾸지 않고는 열심히 일한 사람이 성공할 수 없다"며 "자산보다 인적 자본 축적과 혁신에 투자할 때 소득이 더 발생할 수 있도록 유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슈&탐사2팀 권기석 김유나 권중혁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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