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14일 목요일

월급은 티끌, 주식·부동산 대박… “이러니 탐할 수밖에” [이슈&탐사]-국민일보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72361&code=11131100
'근로소득의 패배와 자본소득의 승리'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속성 탓일 수 있다.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저서 '21세기 자본'에서 "자산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커지는 게 자본주의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이러한 현상이 소득불평등 심화를 불러온다고 주장했다. 우리 사회는 현재 자산수익률이 경제성장률을 뛰어넘는 변곡점을 지나고 있을 수 있다.

한국에서 사람들이 자본소득을 동경하게 된 현실적인 이유는 주택 가격의 급등이다. 최근 10여년간, 특히 문재인정부 들어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근로소득에 대한 회의가 깊어지고 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일확천금의 기회가 생겨나다 보니 점점 비근로소득 중심으로 가도록 사회가 만들고 있다"며 "자연스럽게 '열심히 일을 해서 돈을 벌면 집을 사고 성공할 수 있다'는 기대가 사라져버렸다"고 진단했다.

근로소득으로 '내 집 마련'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건 여러 지표로 확인된다. 지난달 20일(12월 20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소득 상위 40~60%인 가구가 서울에 집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약 15년7개월 소득을 쏟아부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을 구매하는 데 필요한 돈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KB부동산이 2019년 KB국민은행에서 27~35세 신혼부부 주택대출 6만7703건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이들이 구입한 서울 지역의 주택 가격은 평균 5억8000만원이었다. 이 가운데 자기자금은 3억8000만원, 대출은 2억원가량이었다. 같은 조건의 전년도 자료(대출 건수 5만3978건)에서는 서울 주택 매매가가 평균 3억8000만원이었다. 자기자금은 2억3000만원, 대출은 1억5000만원이었는데 불과 1년 만에 2030세대들이 집을 마련하는데 필요한 돈이 2억원가량 증가했다.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의 스마트딜링룸에서 한 딜러가 주가 그래프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은 다중촬영. 윤성호 기자

한국의 20, 30대가 자본소득을 더 추종하게 된 또 다른 이유는 근로소득 자체에 불안함을 느끼고 있어서다. 금액이 적더라도 꾸준히 근로소득을 안겨줄 수 있는 일자리가 점점 줄고 있다. 아예 일자리에 진입하는 일 자체가 어려워졌다. 2020년 11월 기준 국내 실업률은 3.4%를 기록했는데 15세 이상 29세 이하 청년 실업률은 8.1%다. 30대 취업자도 2019년 같은 기간에 비해 19만4000명 감소했다. 아르바이트 등 단시간 노동을 하면서 정기적인 소득을 내지 못하는 '불완전 취업자'까지 포함하면 상황은 더 나빠진다.

취업해 노동시장에 진입한 20, 30대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들은 근로소득을 모아서는 은퇴 이후의 삶을 보장받기 어렵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고령화에 따라 기대수명은 과거에 비해 훨씬 더 늘었지만 노후 보장 수단은 턱없이 부족하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40%인데 이마저도 40년을 가입해 꾸준히 납부했을 경우다. 직장인의 평균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25년임을 감안하면 소득대체율은 30%대로 떨어진다.

1993년 삼성생명은 자녀 2명을 포함해 4인 가구를 꾸리는 35세 가장에게 필요한 평생 자금 규모는 5억5000만원이라고 봤다. 노후생활비를 가정할 때 남성의 경우 기대수명을 67세로 봤다. 하지만 2019년 기준 기대수명은 80.3년으로 크게 늘었다. 노후 자금을 마련해두지 않으면 은퇴 이후에도 20년가량 계속해서 노동을 통해 수입을 발생시켜야 한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사회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앞으로도 젊은 세대들이 근로소득보다 큰 수익을 좇는 투자에 열광하는 분위기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주병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서울과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 취업난, 노동시장에서의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일자리라는 근본적인 원인이 사라지지 않는 한 투자 열풍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슈&탐사2팀 권기석 김유나 권중혁 방극렬 기자 spring@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72361&code=1113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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