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전체에 어두운 전망은 누구나 말하는 것이고. 그 타격이 어디에 더 크냐가 궁금한 점인데 이 분은 한국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는 주장. 그 근거는 하나. 높은 무역의존도.
이 정도 얘기는 누구나 할 수 있을 듯. 그러나 무역의존도 만으로 설명하기에 문제의 복잡성은 더 크다고 보임.
우선 미국의 거품이 꺼지면? 그 충격은 한국보다 유럽에 더 클 것.
중국과 신흥국 경제 회복 속도가 빠르면 한국의 회복도 빠를 수 있고 상대적으로 미국과 유럽 그리고 이 지역에 의존도가 높은 경제에 더 큰 타격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가능한데… 전 세계적 불황 탈출은 힘들 것이고 오히려 작년보다 더 심한 불황이 올 수도 있겠으나 그 부정적 영향을 어느 나라가 더 크게 받는가는 중요한 이슈. 제조업이 입는 타격은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음. 관광과 서비스업의 타격은 클 것. 특히 반도체와 정보통신기술 분야의 성장은 지속되고 반도체 경기가 영향을 덜 받는다면 우리나라의 타격은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라는 예상도 가능.
[단독]스티븐 로치 "韓경기 완전 침체···올 1.4% 한참 못 미칠것"
"올해 상반기 한국 경제는 완전한 경기침체(outright recession)에 들어선다. 연간 성장률은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제시한 1.4%에 한참 못 미칠 전망이다."
월가의 대표적인 '비관론자'이자 '아시아통'으로 꼽히는 스티븐 로치(74) 예일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한국 경제에 대해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그는 중앙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중국이 재채기를 하면 전 세계가 감기에 걸린다'는 은유적 표현이 두 가지 의미에서 현실이 됐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강타한 세계 경제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중국발 감기 걸린 세계…이미 경기 침체 진입
중국, 올해 성장률 4.5% 전망…정부 목표 못미쳐
거품 낀 뉴욕증시 이제부터 본격 하락세 시작
미 Fed 10년만에 양적완화 재개할 수도
로치 교수는 "올해 상반기 세계 경기 침체는 분명히 가능한 일(distinct possibility)"이라며 "한국의 주요 교역국들이 차례로 무너지며 한국 경제도 치명상을 입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한국과 무역 비중이 큰 중국(무역 비중 1위)·홍콩(4위)·일본(5위)을 주의하라고 했다. 그는 "세 국가는 이미 리세션에 진입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그중에서도 일본은 지난 4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 확실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 무디스는 최근 2020년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9%에서 1.4%로 하향 조정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 "한국 성장률은 무디스가 낮춘 수치보다 훨씬 더 낮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가 지금보다 더 확산한다면, 1분기와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은 확실해진다. 특히 다른 국가보다 한국의 경제적 타격이 크다."
- "일단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하는 주요 국가인 데다 무역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글로벌 경제가 리세션에 빠지면 어떤 국가도 '번영의 오아시스(oasis of prosperity)'를 누릴 수 없다. 거의 모든 국가가 마이너스 성장 혹은 저성장 국면에 들어선다. 이 경우 무역 비중이 큰 한국 경제는 즉각적으로 수출이 감소하는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 "중국은 경제를 개방한 이후 최초로 올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 2분기 회복세에 접어들겠지만, 그다지 대단하지 않은(modest) 수준일 것이다. 올해 중국 연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4.5%로, 중국 정부가 목표로 하는 6%에서 1.5%포인트 떨어질 전망이다."
- 중국 경제가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발병 때처럼 '브이(V)자' 형태로 빠르게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 "그렇진 않다. 지금부터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세가 꾸준히 줄어든다는 가정을 해도 중국 경제 회복은 빨라야 하반기부터다. 코로나19 쇼크는 사스 때와 세 가지 이유에서 상황이 다르다. 첫째, 2003년보다 올해 글로벌 경기가 훨씬 나쁘다. 둘째, 중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사이 8.5%에서 19.7%로 늘었다. 셋째, 최근 세계 경제 성장률에서 중국의 기여도는 연간 평균 37%에 달했다, 이 공백을 대체할 다른 국가가 없다."
- 코로나19가 발병하기 전인 지난해부터 2020년 말 경기 침체를 예상했는데.
- "이제 리세션 가능성은 커졌고, 시기는 앞당겨졌다. 코로나19는 세계 경제가 취약한 사이클에 접어든 시점에 발병했다는 사실이 가장 큰 문제다. 지난해 세계 총생산은 2.9% 증가했는데, 2008~2009년 이후로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역사적으로 리세션 때 세계 총생산(2.5%)과 비교해 0.4%포인트 차이다. 세계 4위 경제국인 일본은 지난 4분기 성장률(연율 기준) -6.3%를 기록했고, 독일과 프랑스의 12월 산업 생산량은 각각 -3.5%, -2.5%였다. 중국도 지난 4분기 27년 만에 가장 낮은 6%의 성장률을 발표했다. 그나마 미국이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지만, 4분기 성장률 2.1%를 두고 '호황기'라고 할 수는 없다. 애당초 세계 경제는 올해가 시작되기도 전에 위태로운 상태였는데, 코로나19 쇼크라는 대형 사고가 터졌다."
- 지난 '검은 월요일'에 뉴욕 증시가 폭락했는데.
- "미국 증시는 더 빠질 것이다. 2020년 리세션에 대한 공감대가 이제서야 형성되고 있다.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직전인 지난 14개월간 뉴욕 증시는 계속 치솟았다. S&P500지수는 지난 한해에만 29% 올랐고, 올해 들어서도 상승세를 멈출 줄 몰랐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교수의 경기조정주가수익비율(CAPE)에 따르면, 올해 미 증시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은 1970년 이후 평균치보다 55% 높다."
- "그렇다. 거품(frothy)이 낀 주식 시장에 코로나19 쇼크는 전형적인 '코요테 모멘트(coyote moment)'가 됐다. 미국 TV 애니메이션에 자주 등장하는 장면인데, 코요테가 먹잇감 새를 쫓는 데 정신이 팔려 낭떠러지를 향해 뛰어가다가 섬뜩한 기분에 아래를 보면 허공에 떠 있고, 이를 깨달은 순간 곧바로 추락하는 모습이다."
-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까.
- "물론이다. 추가 금리 인하뿐 아니라 10여년 만에 양적 완화를 재개할 가능성도 있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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